[현장]K스킨케어로 물광 피부 거듭난 미국...한국의 색까지 입혔다 [K뷰티, 지구촌 매혹하다]

박경담 2025.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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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지구촌 매혹하다]
<1>아마존 넘어 얼타까지 스며들다-미국
촉촉한 선크림·이중 세안 클렌징 오일
K뷰티 이끄는 스킨케어, 인기 제품 다양
티르티르 쿠션, 불모지 색조 시장 공략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현해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라 하얗게 뜬 얼굴로 주목받은 배우 구성환. MBC 영상 캡처

2024년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연예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구성환이 주목받은 장면 중 하나는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른 얼굴이었다. 외출하기 전 잔뜩 짠 선크림을 세수하듯 비벼대 새하얗게 변한 얼굴에 출연진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

피부가 하얗게 되는 '백탁 현상'이 없는 제품을 사주고 싶다는 방송 후기가 이어졌다. 시청자들이 이 장면에 박장대소한 건 구성환의 매력이 크지만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인 점도 한몫한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만드는 최신 선크림은 대부분 백탁은커녕 촉촉하고 피부에 잘 스며든다.

이런 특징은 한국 선크림이 세계 시장에서 K뷰티 선봉장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실제 2022년부터 미국에서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은 한국 인디 브랜드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에서 출발했다. 현지 소비자들은 두꺼운 느낌의 기존 제품보다 가벼운 조선미녀 선크림에 지갑을 열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조선미녀에 이어 다른 인디 브랜드인 마녀공장의 '클렌징 오일', 스킨1004의 '선세럼' 등이 히트를 쳤다.2010년대 미국 시장에 먼저 자리를 잡은 코스알엑스의 스네일 제품까지 더하면 모두 스킨케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뜰 수 있었던 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꼽힌다. 색조 화장이 발달한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바깥 활동을 크게 줄게 한 코로나19는 스킨케어 브랜드에 기회였다.


K뷰티가 담아낸 '물광 피부', 미국서 열광

구다이글로벌이 운영하는 한방 뷰티 브랜드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 구다이글로벌 제공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잘 표현하는 물광 피부(Glass skin)에 미국 소비자가 빠져들기 시작한 면도 K뷰티를 키웠다. 한국에서는 '김희애 피부'로 불리는 물광 피부가 예전부터 유행했지만 미국에선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에서 한국 브랜드 화장품 유통을 하는 최재호 한성 USA 대표는 "광이 나지 않는 매트한 스킨케어 제품을 주로 사용하던 미국 소비자는 윤기가 흐르는 한국 제품을 색다른 제품으로 봤다"며 "메이크업을 깨끗이 지우기 위해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 등 여러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의 이중 세안(더블 클렌징)도 미국에서 따라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킨케어 브랜드 위주로 형성된 K뷰티 열풍은 한계가 있었다. 화장품 시장의 절반인 색조 영역에서 한국 브랜드는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력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깨는 한국의 색조 브랜드가 최근 나왔다.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을 앞세운 인디 브랜드 티르티르다. 그동안 색조 제품을 내놓는 한국 브랜드는 다양한 파운데이션 색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피부색이 단조로운 한국 시장만 집중하면 굳이 여러 색상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티르티르는 다인종 국가인 미국을 공략하려면 아주 밝은색부터 어두운색까지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회사 코스맥스와 손잡고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커버력, 지속력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K뷰티스러운 광채를 담아냈다.

이 제품이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지 1년 만인 2024년 4월 아마존 파운데이션 부문에서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 판매 1위에 오르고 같은 해 6월 아마존 전체 뷰티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티르티르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티르티르 관계자는 "처음 3개로 출시한 마스크 핏 레드 쿠션 색상은 다양한 피부 톤을 가진 글로벌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45개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서 성공하자, 유럽·남미도 믿고 본다

화장품 인디 브랜드 티르티르의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을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들고 있는 모습. 45가지 색상을 보유한 이 제품은 그동안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받은 미국 색조 시장에서 흥행했다. 티르티르 제공

K뷰티는 지역적으로는 미국 시장을 디딤돌 삼아 한국 화장품이 덜 알려진 유럽, 중남미 시장까지 뻗고 있다. 미국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은 브랜드는 비슷한 문화권인 유럽,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한 인디 브랜드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한 제품에 대해선 다른 국가의 바이어도 어느 정도 믿고 본다"며 "미국은 유럽, 중남미는 물론 중동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다리"라고 말했다.

이렇게 K뷰티가 확장하다 보니 인디 브랜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4년 맺어진 화장품 기업 M&A 계약은 15개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예컨대 2024년 12월 로레알그룹은 스위스 유통그룹 미그로스의 자회사인 '고운세상코스메틱'을 품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2024년 티르티르와 스킨1004를 잇달아 사들였다. 2024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의 스킨이데아 인수, 2023년 10월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인수도 있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화장품 회사, 사모펀드 등이 K뷰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사고 인디 브랜드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뉴욕=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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