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단어 뜻으로 알아본 비상계엄과 탄핵

장정우 2025. 1. 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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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월 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신동광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 열린 라디오 YTN, 이번에는 미디어 속 언어를 재해석 해보는 미디어 언어 시간입니다. 매일경제에 어원 칼럼 '말록 홈즈' 시리즈를 연재하고 계신 신동광 작가 모셔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신동광 작가(이하 신동광) : 네. 안녕하셨습니까.

◇ 최휘 : 작가님,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신동광 : 네, 아나운서님도 기쁨과 건강 가득한 한 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오늘의 주제, 비상계엄 이후 탄핵 등 현안 용어들을 준비해주셨는데요.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표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궁금한 말들이 많은데요. 시간 순으로 알아보면, 청취자 여러분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비상계엄부터 설명해 주시겠어요?

◆ 신동광 : 비상계엄(非常戒嚴)은 '군법통치'를 의미합니다. '아닐 비, 평범할 상, 막아 지킬 계, 혹독할 엄'자로 이뤄진 말인데요, '평소와 다른 긴급상황에서, 혹독하게 지키다'라는 의미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전쟁, 내란 등 긴급하고 심각한 위기로, 사회 질서가 극도로 불안해 정상적 국가운영이 불가능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비상 통치 시스템'입니다. 계엄사령관이 계엄 지역 안의 모든 행정 사무와 사법 사무를 관리합니다.

◇ 최휘 : 비상 상황의 엄격한 통치란 뜻이네요. 명쾌하게 이해하려면, 추가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그래서 영어 해석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영어사전에서는 'emergency martial law'라고 가리킵니다.

단어들만 해석하면 '긴급 군사법령'이고, 실질적 의미는 '군법통치'입니다.

비상상황이라 행정, 사법, 교육, 산업, 언론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이, 임시방편으로 운영될 우려가 큽니다. 전문인력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활용되기 어려운 상황이죠.

◇ 최휘 : Martial Law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마샬이 군사란 뜻인가요?

◆ 신동광 : Martial law의 'martial'은 로마신화의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서 왔습니다.

지구의 이웃별 화성도 Mars로 부릅니다. 별의 붉은 핏빛에서 전쟁터 광경을 연상한 듯 보입니다.

무술도 영어로 Martial Arts라고 부르는데요. 전쟁과 싸움의 기술이란 뜻입니다. 흔히 이종투기라고 부르는 MMA는 사실 종합격투기라고 해석해야 합니다.

Mixed Martial Arts의 줄임말이죠. 이종격투기는 서로 다른 종류의 무술끼리 대결하는 스포츠입니다. 태권도 대 가라테, 유도 대 레슬링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반면 종합격투기는 한 선수가 여러 가지 무술을 다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최휘 : 아, Art가 음악, 미술 같은 예술만 의미한 건 아니었군요.

◆ 신동광 : 맞습니다. 최고의 병법서라고 불리는 손자병법의 영어 이름도 'Arts of War'입니다. '전쟁의 기술'이란 뜻이죠.

◇ 최휘 : 과거에도 국정농단에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었죠? 뜻이 궁금합니다.

◆ 신동광 : 농단(壟斷)은 한자로 '언덕 롱, 자를/가파를 단'으로 씁니다. '불공정하게 재물이나 권력을 독점'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가파른 언덕의 꾀돌이 장사꾼'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옛날 중국에 영리한 상인이 있었습니다. 본인만 아는 도시가 훤히 보이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 물건을 팔 장소를 정해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합니다.

지금 시각에서는 훌륭한 사업가이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야비한 장사꾼이었나 봅니다.

농단의 '언덕 농(壟)'자를 발음이 같은 농양의 '고름 농(膿)'이나 희롱의 '가지고 놀 농(弄)'자로 오해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짐작과 아주 다른 뜻이네요. 영어로는 어떻게 쓰나요?

◆ 신동광 : 농단의 영단어는 'monopoly', 즉 독점행위입니다. 직관적 이해가 쉽지 않죠?

제 생각에는 정치권력의 부패를 의미하는 'political corruption'으로 대체하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Corruption'은 '함께 깨지다'란 뜻이죠. 부패는 패거리로 벌어져 생긴 단어 같습니다.

◇ 최휘 : 자, 그래서 국회가 탄핵을 추진했죠. 학창시절 정치경제 시간에 배운 말인데, 그 뜻도 알 수 있을까요?

◆ 신동광 : 탄핵은 '탄핵소추(彈劾訴追: 힐책할 탄, 꾸짖을 핵, 호소할 소, 쫓을 추)'의 줄임말입니다. '힐책할 탄, 꾸짖을 핵, 호소할 소, 쫓을 추)'자로 이뤄져, '잘못을 지적해 (권좌에서) 내쫓자는 호소'를 의미합니다.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고귀하신 분들은, 허물이 있어도 처분이 어려워,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발의합니다.

탄핵의 영어단어인 'impeachment'는 '족쇄를 채우다'란 뜻입니다. 후기라틴어 'impedicare'에서 온 말로, im은 '안에(in)'를, pedica는 발수갑인 족쇄를 의미합니다. 발을 의미하는 인도유럽조어 'ped'가 뿌리입니다. '권한을 방해하다/저지하다'란 뜻입니다.

◇ 최휘 : 탄핵과 하야 중에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하야는 내려온다는 뜻을 것 같아요?

◆ 신동광 : 하야(下野)는 '밖으로 나가 버리고'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래/내려올 하'와 '들 야'자를 쓰죠. '권력에서 내려오다'란 뜻입니다.

여기서 '들 야(野)'자는 '권력을 갖지 못한'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비집권당을 '야당(野黨: 들 야, 무리 당)', 정권과 같은 몸인 정당을 '여당(與黨: 같을 여, 무리 당)'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배경입니다.

하야의 영단어는 resignation입니다. 포기하다란 뜻의 동사 resign에서 왔습니다.

Re는 '거꾸로(against)', sign은 '서명/표기'를 뜻합니다. 보통 무엇인가 소유할 때 서명을 하죠. 거꾸로 서명하는 resign은 물러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 최휘 :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기관은 국회인데요. 그렇다면 국회의 본래 뜻도 알아볼까요?

◆ 신동광 : 국회(國會),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의회'를 의미합니다.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존엄한 기구입니다.

각각의 국회의원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 주인인 국민의 소중한 의견을 실현하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영단어는 National Assembly. Assembly는 모임을 뜻합니다.

영화 어벤저스의 마지막편인 엔드게임에서캡틴 아메리카가 타노스군과의 대결에서 동료들에게 외칩니다.'

"어벤저스, 어셈블(Avengers Assemble)!", 어벤저스, 모여!

◇ 최휘 : Congress란 말도 있지 않나요?

◆ 신동광 : 네. 또 다른 단어 congress는 라틴어 congressus에서 온 말로, '함께(com) 걷다(gradi)'란 의미입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부디 국민의 뜻과 더불어 걸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착잡한 말들이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쓰이고 있어 안타까운데요. 더 들려주실 말씀 있으신가요?

◆ 신동광 :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Democracy의 Demo는 민중을, Cracy는 힘을 뜻합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전제주의입니다. '오로지 전'자와 '천자의 말씀 제'자를 씁니다. 오로지 왕의 뜻대로 나라를 움직이는 통치이념입니다.

전제주의의 영어 autocracy에서 auto는 자신을, Cracy는 권력을 뜻합니다.

◇ 최휘 : 네, 아무쪼록 이 거센 파도를 지혜롭게 헤치고 넘어가, 우리나라가 더욱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용어들 쉽게 설명해 주신, 말록홈즈 신동광 작가님, 감사합니다.

◆ 신동광 : 감사합니다.

◇ 최휘 : 지금까지 말록홈즈 신동광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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