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인재' 빼가는 중국…'뒤집힌 LCD' 데자뷔 불안감[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5. 1.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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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BOE의 폴더블 OLED 제품/사진=중국 인터넷
2010년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의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에 대해 한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중국이 이 기간 집중 육성하기로 한 7대 신흥전략 산업 즉 △신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차세대 정보기술(IT)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첨단장비 제조 △바이오 공학 등은 당시 한국이 선정한 17개 신성장 동력과 상당 부분 겹쳤다. 특히 7대 신흥전략 산업 중 가장 중요한 산업은 액정표시장치(LCD)가 포함된 차세대 IT산업이었다.

그 무렵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한국 인재 빼가기에 나섰는데, 그때는 BOE가 LG디스플레이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BOE의 한국 인재 빼가기가 생각이 난 건 최근 중국 메모리업체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의 한국 반도체 인재 빼가기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 인재를 빼가면서 대만이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 중국 메모리 업체는 메모리 강국인 한국에서 인재 빼가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건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부터다. 그간 중국 반도체 산업은 LCD보다 높은 기술 장벽, 미국 제재로 기술 발전이 더뎠으나 최근 CXMT가 첨단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 양산에 나서는 등 기술력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반도체도 중국에 따라 잡힌 LCD 전철을 밟을지 우려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부터 살펴보자.

글로벌 1위로 부상한 중국 디스플레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추이/그래픽=김지영
2023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은 점유율 47.9%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33.4%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는데, 2021년 중국에게 1위를 빼앗긴 이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대만, 일본도 계속 점유율이 축소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진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크게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나눌 수 있다. 그나마 LCD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OLED에서 한국이 74.2%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중국(25.1%)을 압도했기 망정이지 LCD에서는 저가 공세를 내세운 중국이 60.8%의 점유율로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한국 점유율 10.1%)

지난해 9월 차이나스타(CSOT)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공장을 약 2조원에 매입하기로 한 데서도 LCD산업이 완전히 중국 쪽으로 기울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와 LCD패널 수입 추이/그래픽=김다나

중국이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 추진하기 시작한 '디스플레이 굴기'는 대성공을 거뒀다. LCD 자급에 성공하면서 중국의 LCD패널 수입금액은 2012년 503억달러에서 2023년 119억달러로 급감했다. 작년에도 11월까지 114억달러에 그쳤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굴기를 위해 BOE를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지원했는데, 이 전략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OLED는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매섭다. 특히 BOE, 차이나스타(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기술력 향상과 중국의 공급망 국산화가 중국의 OLED 점유율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OLED 패널 중 한국 제품 비중은 2021년 78%에서 2023년 16%로 급감했다.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가 자국 OLED 패널을 최우선시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반도체인가?
/사진=CXMT 홈페이지
중국의 LCD패널 수입금액이 2012년 503억달러에서 2023년 119억달러로 4분의 1 아래로 쪼그라드는 동안 반도체 수입금액은 1921억달러에서 3493억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도 11월까지 중국은 반도체를 3492억달러어치나 사들였다.

막대한 수입규모뿐 아니라 미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중국에게 반도체 자급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중 D램은 창신메모리(CXMT), 낸드플래시는 양쯔메모리(YMTC)를 내세워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추격하고 있다. 작년 9월 일본 노무라증권이 글로벌 메모리 보고서에서 CXMT, YMTC가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노무라는 CXMT가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수율(양품율)을 끌어올리면서 중국에서 중저가 메모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YMTC는 2022년 12월 미국 상무부에 의해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됐지만, CXMT는 아직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CXMT는 2013년 출시된 범용 D램인 DDR4를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 D램인 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최근 CXMT가 예상보다 빨리 고성능 D램인 DDR5의 수율(양품율)을 끌어올리며 중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CXMT가 DDR5 제품의 수율을 80%까지 끌어올렸으며 올해 말까지 90%를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CXMT는 중국 허페이시에 2개의 반도체 생산라인(팹·Fab)을 운영 중이며 첫 번째 팹에서는 월 10만장의 웨이퍼 규모로 DDR4 제품을 19나노(㎚·10억분의1m) 공정에서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팹에서는 월 5만장의 웨이퍼 규모로 DDR5 제품을 17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생산능력을 월 10만장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렌드포스는 CXMT의 기술향상에도 불구하고 12나노 공정에서 DDR5를 생산하는 삼성, SK하이닉스와는 아직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감소 추세
한국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중/그래픽=김다나
중국 정부의 자국산 부품 사용 장려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한국 대신 중국 OLED를 사용하면서 중국의 OLED 점유율을 끌어올린 데서 볼 수 있듯이, 기술력 격차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자국 메모리 반도체 사용이 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로,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2025년 반도체 국산화율 70% 달성은 물 건너갔지만, 중국은 꾸준히 자급율을 높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금액은 전년 대비 43.9% 급증한 141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대중 반도체 수출금액은 459억달러로 2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발표하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2.3%로 2022년(39.8%) 대비 7.5%포인트 감소했다.

중국 CXMT가 15년 전 BOE처럼 한국 기업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반도체는 디스플레이처럼 중국에 따라 잡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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