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소형공항] ① 전국 공항만 15개…뻥튀기 수요예측에 경영난 '허덕'
흑자는 5곳뿐…무안·여수·사천·원주는 적자 넘어 자본잠식 상태
정치 논리에 떠밀려 난립…"지자체 재무 분담 등 대책 마련 필요"
[※ 편집자 주 =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된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사고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무안공항의 부실한 시설 운영과 허술한 관리가 대형 참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무안공항 같은 소형공항이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나 있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소형 공항의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활주로 시설과 조류 충돌 방지 체계 등 안전 문제를 점검하는 한편, 신설 공항 추진을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을 살펴보는 3편의 기사를 일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전국에 소규모 공항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항의 부실 운영은 항공기 안전 문제에 직결되는 만큼 소규모 공항의 경영을 합리화해 이용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국토교통부, 한국공항공사,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항은 15곳이나 된다. 이 중 7곳은 하루 운항 편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사실상 공항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환경분석이나 수요조사 없이 정치 논리만 앞세워 공항을 무더기로 건설한 결과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 곳곳에서 8개에 이르는 신규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루 운항 편수 10편도 안돼…만성 적자 '신음'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를 보면,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해 179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무안공항은 지난해 1∼11월 하루 평균 운항 편수(도착+출발)가 7편에 그쳤다.
운항 편수가 적으니 활주로 이용률은 작년 1.1%에 그쳤다. 낮은 이용률에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무안공항의 시외버스 일 평균 이용객이 1명 남짓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남도는 공항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외버스 운행에 작년 3억원을 지원했다.
적은 운행편수는 만성 적자로 이어져 무안공항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경영난은 안전 관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된다. 이 공항의 조류 퇴치 인력은 4명 뿐이고, 사고 당일에는 1명만 근무 중이었다.
상황은 전국에 난립한 다른 소형 공항도 마찬가지다.
전국 15개 공항 중 하루 오가는 항공기 수가 10편이 안 되는 곳은 7곳이나 됐다.
울산공항(9편), 무안공항(7편), 포항경주공항(6편), 군산공항(6편), 사천공항(5편), 원주공항(4편)이 10편에 못 미쳤다.
양양공항은 경우 0.3편으로 하루 1편도 채우지 못했다. 5∼6월은 항공기 운항 실적이 전무한 개점휴업 상태였다.
제주공항 476편, 김포공항 354편, 김해공항 258편 등 대형공항과 차이가 컸다. 청주공항은 79편, 대구공항과 광주공항은 각각 61편과 37편이었으며 여수공항은 14편으로 10편을 겨우 넘었다.
소형공항의 운항 편수가 적은 이유는 명확하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2023년 활주로 이용률은 울산 5.3%, 양양 3.3%, 포항경주 1.5%, 원주 1.2%였다. 사천공항은 무안공항과 같은 1.1%였고, 군산 0.8%에 불과했다.
수요가 없으니 항공기가 뜰 일이 없었던 셈이다.
실적 부진은 공항의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공항공사가 공개한 2023년 기준 공항별 당기순이익 분석 자료에서 흑자를 기록한 곳은 인천(4천913억원)을 비롯해 제주(611억원), 김포(493억원), 김해(409억원), 대구(1억원)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여행자 수가 크게 늘어난 지난해 상반기에도 흑자 대열에 합류한 곳은 청주가 유일했다.
이번에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무안의 경우 2023년 -212억원으로 적자 폭이 가장 컸다.
나머지 공항들 역시 양양 -180억원, 울산 -156억원, 여수 -152억원, 포항경주 -138억원 등 경영난이 심각했다.
특히 무안, 여수, 사천, 원주는 자본잠식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개발·정치 논리에 너도나도 공항 유치
실적 부진 지방공항이 우후죽순 늘어난 배경을 두고 명확한 수요조사보단 정치 논리가 우선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실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참사가 난 무안공항은 일명 '한화갑 공항'으로 불린다.
김대중 정부 당시 실세로 알려진 한화갑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탄생한 이유에서다.
무안공항은 개항 전 연간 이용객이 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연간 14만회까지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도록 건설됐다.
하지만 2023년 운항 실적은 고작 1천484편에 불과했고, 이용객 역시 23만여명 수준이었다.
예상치의 2%만이 무안공항에서 항공기를 탔다는 얘기다.
'김영삼 공항'으로 불리는 양양공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공항은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2023년 5월부터 영업을 중단하자 사실상 '유령공항' 상태가 됐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이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16개 항공편에 2천316명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달 전국 공항 이용객의 0.018%에 해당한다.
문제는 경제성 없는 지방공항들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신규 공항 건설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특별법이 통과된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공항 사업은 총 8개다. 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도서지역의 소형 공항도 포함됐다.
여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논의 중인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까지 합치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항 사업만 10개에 이른다.
항공 전문가들은 공항과 같은 국가적 사회간접자본(SOC)을 정치 논리에 근거해 추진하면 시장 왜곡은 물론 항공 이용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공항 사업이 전액 국비로 추진되는 점을 난립의 한 요인으로 진단하고, 지자체도 재무 분담을 지도록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새 공항을 지을 게 아니라 기존 공항을 어떻게 잘 운영할지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며 "지역개발과 정치 논리에 떠밀린 공항들이 경영 악화, 무리한 운항, 승객 안전 위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자체들은 국비로 건설하는 공항을 유치하면 지역경제에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음을 기존 지방공항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공항 관련 재무 분담을 통해 지자체의 책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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