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부 입단-일본 진출' 김라경 "투타겸업 선수로 활약하고파"[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한국에서 여자야구는 불모지다. 지난 8월 한국 중,고등학교에 사상 첫 여자야구부인 '무학드림즈'가 창단됐다. 역설적으로 그동안 한국 중,고등학교에 여자 야구부가 없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있는 여자야구 선수가 있다. 이번에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입단을 확정 지은 김라경이 그 주인공이다. 김라경을 만나 그동안의 야구 인생과 일본야구 도전기를 들어봤다.

첫 번째 일본 진출, 첫 연습경기서 불의의 부상
김라경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리틀야구를 시작했다. 열심히 기량을 갈고 닦았으나 중학교 3학년 이후로는 한국 고등학교에 여자 야구부가 없어 막막한 시절을 보냈다.
김라경은 포기하지 않았다. 여자야구 대표팀에서 야구를 계속했고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야구선수로서 대학 무대에 섰다. 이어 2022년 6월 일본야구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했다.
김라경은 "중학교 3학년 당시 국가대표에서 만난 일본 팀이 아사히였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인정을 받아서 일본 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한 팀이었다. 국가대표팀이 이후 아사히와 연습경기도 자주했고 제가 속했던 후라팀과 자매결연이 맺어져 교류선수로서 합류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일본 입국 5일 만에 경기를 치렀다. (실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 과정에서 연습투구 첫 번째 공을 뿌리는 데 (몸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라. 그때 (큰 부상이라고) 직감을 했다"고 부상 장면을 떠올렸다.
김라경의 고통은 엄청났다. 팔에서 오는 통증도 있었지만 자신을 믿어준 아사히 구단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김라경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다시 투수를, 혹은 야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김라경을 뒤덮었다.
김라경은 "다음 날 병원에 가니까 뼈가 부러졌지만 인대는 조금만 손상됐다고 진단을 받았다. 다시 희망을 품고 재활을 2개월 동안 열심히 했는데 뼈가 붙었는데도 아팠다. 휴가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서 재검진을 해보니 (인대가) 완파됐더라. 팀원들에게 사과하고 일본에서 짐을 뺀 뒤 수술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2년간의 재활, 살아남기 위한 변화
한국 여자 선수로서 첫 토미존 수술. 그 재활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유달리 재활 속도가 느려 재활에만 2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그 속에서 타자로 연습을 하려고 해도 팔꿈치에 통증이 찾아왔다.
김라경은 "제가 회복이 느린 유형이더라. (수술 후) 1년 3개월까지 많이 아팠다. 그로 인해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내가 가진 게 뭘까', '야구 말고 나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2년 동안 방황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라경은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라경은 "친오빠가 저한테 항상 야구를 할 당위성을 만들어 줬다. 재활을 도와주신 김병곤 박사님, 구본학 원장님이 저를 아버지처럼 계속 지켜봐 주셨다.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그분들께서 제게 야구를 해야하는 이유를 심어주셨다"며 은인들을 떠올렸다.
마음을 다잡은 김라경은 더욱 야구만 바라보게 됐다. 오른쪽 팔 통증으로 인해 우타자로 타격을 하기 힘들어지자, 좌타자로 전향하기도 했다. 통증이 사라진 이후에는 스위치히터로 변신했다.
김라경은 "야구에 많이 매달렸다. 투수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꼭 투수로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그냥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른쪽으로 스윙하는 것조차 아파서 좌타자로 전향했다. 팔꿈치가 완벽하게 좋아진 이후에는 스위치히터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좌타자일 때와 우타자일 때 스윙 스피드가 똑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팔꿈치 통증이 사라진 이후 김라경은 다시 공을 들었다. 팔 각도를 조금 내리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투구폼을 익혔다. 여기에 자신의 강점인 커브, 체인지업을 유지하며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도 연마했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입단, 다시 도전하게 된 일본 무대
패스트볼 구속도 시속 120km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김라경은 다시 일본 무대에 대한 꿈을 키웠다. 직접 영상을 찍어 각 구단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무모한 듯했지만 김라경의 실력을 인정한 구단이 나타났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김라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라경은 "(일본 구단들에게) 이메일을 쓰고 영상도 찍어서 보냈다. 소속사(브리온컴퍼니)의 도움이 정말 컸다. 제 퍼포먼스를 일본 구단이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영상을 만들어주셨다. 직접 일본에 가서 입단 테스트도 봤다. 총 4팀에게 연락했는데 3팀에서 연락을 받았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가 저의 투수로서의 매력을 좋게 봐주셨다"고 세이부 입단 비화를 밝혔다.
마침 김라경의 롤모델인 사토 아야미도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 중이다. 사토 아야미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월드컵 MVP 출신의 일본 여자야구 레전드 투수이다.
김라경은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가 저한테 매력적이었던 게 사토 아야미의 존재 때문"이라며 "몸을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는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여자야구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일본 무대에 진출한 김라경의 목표는 어떻게 될까. 그녀는 "투수로 팀에 힘을 보태 우승을 하고 싶다. 그리고 투타겸업 선수로 활약하고 싶다. 이를 위해 1루수 외에도 외야수 훈련도 했다"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늘 불가능에 도전했던 김라경. 이번엔 팔꿈치 부상을 이겨내고 다시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 여자 실업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겸업으로 활약할 수 있을까. 김라경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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