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부터 암호해독까지'···양자컴 레이스 본격화, 한국은? [딥테크 트렌드]

김성태 기자 2025. 1. 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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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과 1 동시에 처리 가능···큐비트 기반
10자 년 걸리는 문제 5분 만에 해결
구글·IBM·아이온큐·파스칼 등 주목
의료·금융·AI·암호 해독 등 활용 전망
2030년 전후 본격 개화 가능성 나와
'한국, 빨리 추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구글 양자칩 ‘윌로우’. 사진제공=구글
[서울경제]

양자컴퓨터가 미래 산업 혁신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구글이 최근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septillion)년, 즉 10자(秭)년이 걸려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단 5분 안에 풀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 등 양자컴퓨터 기업의 주가도 폭등했다.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CES 2025'에서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되기도 했다. 2030년 전후로 양자컴퓨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등에 뒤처진 한국도 추격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IT 업계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복잡한 문제를 빠르고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컴퓨터는 0과 1로 구성된 숫자 조합을 순차적으로 계산해 작동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큐비트(qubit) 기반이다. 이를 통해 기존 슈퍼 컴퓨터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다. 큐비트는 한 입자가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중첩’과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결정되며 정보를 순간적으로 공유하는 ‘얽힘’으로 구현된다.

큐비트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저온 환경을 활용하는 ‘초전도’ 방식이다. 구글과 IBM 등이 이 방식은 활용하고 있다. ‘이온트랩’ 방식도 주류다. 아이온큐가 대표적으로 이온트랩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이다. ‘중성원자’를 활용하는 방식도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가 2019년 설립한 파스칼(Pasqal)과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MIT 연구진이 세운 큐에라(QuEra) 등이 중성원자 방식을 활용한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지는 5년도 채 안 됐다. 2019년 구글은 자사의 양자컴퓨터 ‘사카모어’가 기존 컴퓨터 성능을 압도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풀어 화제가 됐다.

IBM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양자 프로세서 '퀀텀 헤론'. 사진제공=IBM

양자컴퓨터는 성능 고도화 후에 의료, 금융, 신소재, 인공지능, 암호 해독 등에서 우선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을 개발할 때 시뮬레이션을 빠르고 정밀하게 진행해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최적의 투자 조합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또 짧은 시간 동안 매매를 할 수도 있으며 금융 시장을 예측해 위험 관리 등도 할 수 있다. 하트무트 네벤 구글 퀀텀 AI 설립자는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훈련 데이터 수집, 학습 아키텍처 최적화, 양자 효과 모델링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신약 개발, 고효율 배터리 설계, 핵융합 에너지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팅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온큐 공동창업자인 김정상 미국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양자컴퓨터에 대해 “정치·경제적 임팩트가 굉장히 크다"며 이 분야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의 양자컴퓨터 6단계 로드맵. 구글 홈페이지 캡처

양자컴퓨터 시대는 203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의 저항에 쉽게 오류가 발생하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구글과 IBM의 초저온 방식의 경우 냉각 시스템 구축과 운영 비용이 높다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기술 표준도 마련해야 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는 2030년 이후 양자컴퓨터가 우위에 설 것으로 예측했다. 2021년 구글은 2029년까지 100만 개의 물리적 큐비트로 이뤄진 양자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IBM도 2029년까지 오류를 완전히 수정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표창희 IBM 퀀텀 아시아태평양 사업부 담당(상무)은 지난해 11월 연세대 송도 국제 캠퍼스 퀀텀 컴퓨팅 센터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에서 "2029년이 되면 오류 수정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개발이 완료돼 산업 전반에 양자컴퓨터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향후 3년 내에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태인 '양자 우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부문은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미국이 100점을 받았지만, 한국은 2.3점에 불과했다. 과기정통부는 논문과 특허, 전문가 정성평가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12개국의 기술 수준을 매겨 평가했다.

한국도 추격에 나섰다. 2031년까지 1000큐비트급 초전도 기반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삼았다. 정부는 203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최소 3조 원 이상을 양자 기술에 투자한다.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 세 곳에서 양자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무 카카오(035720)벤처스 심사역은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그룹에 한국인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며 “카이스트 등에서 전폭 지원하고 있다. 속도를 높이면 한국도 추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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