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일주일…'둔덕 규정' 아직도 해명 못하는 국토부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2025. 1. 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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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핵심요약
콘크리트 구조물 규정 '확인중'…"빠른 시간 내 완료"
어떤 고시에서는 둔덕 '가능', 다른 고시에는 '저촉'
상충하는 규정 정비 필요…국회, 입법 추진 나서
제주항공 참사 발생 닷새째인 2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제주항공 참사 일주일이 지났지만 참사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의 적절성은 아직도 불명확하다. '문제 없다'고 했다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오락가락했던 정부는 여전히 '확인'만 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방위각표시시설(로컬라이저) 설치 관련 국내외 규정을 모두 취합해 검토 중이다. "국내외 규정을 집대성해서 종합적으로 설명하겠다"던 지난 3일 마지막 정례브리핑에서 변동이 없다.

제주항공 B737-800 참사 기체는 무안공항 활주로 끝으로부터 264m 떨어진 둔덕에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는데, 이 둔덕은 로컬라이저를 받치는 하단 구조물이었다. 이 둔덕이 콘크리트 기반의 구조물이었던 게 타당성 논란을 일으켰다.

국토부는 참사 다음날 바로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콘크리트 둔덕으로 받쳤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국토부 예규(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상 활주로 종단안전구역(무안공항은 199m) 밖이라면 설치물에 '부러지기 쉬움' 의무가 없고, 고시(항행안전무선시설의 설치 및 기술기준)에서는 로컬라이저 지지대의 재질이 뭐든 규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부가 "규정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은 단 하루만이었다. 다른 국토부 고시(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서 이 둔덕이 '종단안전구역 내' 시설로 해석될 여지가 생겨서다. 무안공항같은 정밀접근활주로는 로컬라이저 설치 지점까지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다른 국토부 고시(공항안전운영기준)에서도 '착륙대 종단'부터 240m 이내 시설은 부러지기 쉬워야 한다는 규정이 나왔다.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60m 길이 착륙대가 있기 때문에, 착륙대 끝부터 따지면 로컬라이저까지 거리가 204m가 된다. 부러지기 쉬워야 했을 수 있다.

이밖에 국토부가 발주한 무안공항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 다수에서도 종단안전구역 연장, 부러지기 쉬울 필요성 등이 강조된 사례가 확인됐다. 국제기준을 따질 것도 없이, 이미 국내 규정끼리 상충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이다.

무안공항 01방향 활주로 끝단 방향 로컬라이저 시설의 위성사진을 보면 2022년5월31일(왼쪽)에는 보이지 않던 콘크리트 상판이 지난해 9월30일(오른쪽)에는 확인된다. 구글어스 캡처


이에 따라 상충하는 행정규칙의 일괄 정비가 요구된다. 불일치 해소는 물론, 규정 해석에서도 이견의 여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종단안전구역 조항을 놓고 국토부가 "'까지'의 의미가 'including'인지 'up to'인지 확인하겠다"고 했던 설명은 주무부처로서의 신뢰성을 희석시켰다.

국토부는 전문가 의견을 계속 듣고 있고, 국내외 방대한 기준을 동시에 보면서 여전히 '확인'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정책실 소속 전직원이 각종 조문을 다 모아서 살펴보고 있다. 다음주 안에든지 빠른 시간 내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둔덕 논란이 지속되자, 국토부는 전국 공항의 로컬라이저 등 항행안전시설의 위치와 재질 등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8일까지 실시될 이 조치에도 논란 나흘만에 취해진 늑장대응이란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다. 이밖에 여수공항(4m), 포항경주공항(2m), 광주공항(1.5m) 역시 제각각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으로 로컬라이저를 받치고 있다.

로컬라이저 등 안전규정을 담아 발의된 공항시설법 개정안.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캡처


정부가 이러는 동안 국회가 부러지기 쉬움의 의무를 법률로 못박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고시보다 상위 법규인 법률에 로컬라이저 구조물 등 공항 시설물의 재질과 경도를 규정하는 입법 추진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각각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형배 의원은 "대통령령과 부령, 예규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항시설 및 비행장시설의 설치기준을 법률로 상향 조정하려 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률에 명시해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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