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퇴임하는 블링컨 "나토회의에 한국 초청, 이전엔 상상도 못해"
"中 대응하려면 국가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자신의 임기 중 가장 만족한 일로 '동맹 재건'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을 거론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달 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는 블링컨 장관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려 노력했다면서 "한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지역에 심오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정부 때 한국과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을 에둘러 시사하며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었다고 회상했다.
이른바 '한 지역의 일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의 사례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중국이 여전히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 재건에 중요 물자를 제공하고 있는 일 등이 꼽혔다.
그는 "이것은 유럽인들에게 그들의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 불행히도 지구 반대편 인도·태평양에 있는 국가들의 기여에 의해 일부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도 러시아를 지원한다며 "(중국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려 노력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다는 점에는 "전등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과는 다르지만 중국을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중국 기업에 취한 조치를 확실히 좋아하지 않고 앞으로 몇 주를 포함해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강화를 해온 데 대해 "대화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작업은 중국과 대만 간 갈등 가능성을 줄이는 데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동맹국들이 미중 갈등의 통제 불능 상태를 우려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일본이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미국의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이 안보 위협으로 규정되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는 일본에 (인수 문제와 관련해) 고려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명확하고 투명하게 알리려 노력해 왔다"며 "그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과 관련해서는 "매우 우려했다"며 "확률이 5%에서 15%로 올라갔더라도 핵무기에 관해서는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중국이 러시아에 '거기로는 가지 마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안 중 하나라고 했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급격히 무너진 것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부분적으로 미국이 아사드의 후원자인 러시아와 이란에 압력을 가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들(러시아와 이란)은 실제로 그를 구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국무장관으로서 보낸 최악의 순간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미군 13명이 사망했을 때였다고 밝혔다.
또 2023년 10월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후 벌어진 가자지구 전쟁(이스라엘-하마스)으로 이곳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4년간 국무장관으로서의 소감에 대한 질문에는 "마이크 타이슨(은퇴한 미 권투 선수)이 뭐라고 했나. '누구나 최고의 계획을 갖고 있다. 얼굴을 맞기 전까지는'"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세계적 역할과 동맹을 경시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부의 뉘앙스가 묻어나는 말들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이것의 부분적 이유로는 '나쁜 행위자'가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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