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조종사 명예회복…시간 필요한 항공사고 규명
일본항공 123편, 정비 불량…십수년 만에 진상 밝혀져
스위스항공 사고는 4.5년…기내 화재에 교범 따라 전원 '오프'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두고 여러 의혹과 이에 따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 장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과거 진상 규명까지 수년이 걸린 해외 항공사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5일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탐사 전문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 따르면 항공사고 중 뒤늦게 진상이 규명된 대표적 사례는 1985년 8월12일 발생한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다. 당시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오사카 이타미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여객기는 오후 6시12분 이륙했다. 하지만 12분 만인 6시24분 폭발음이 들렸고, 32분 뒤인 6시56분 도쿄에서 약 100㎞ 떨어진 군마현 부근 타카마가하라 산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509명, 승무원 15명 등 탑승자 524명 중 520명이 사망했다.
일본 운수성(국토교통성)의 조사 결과 보고서는 약 2년이 지난 1987년 6월 작성됐다. 하지만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조사 자료는 관계자 이외에는 공개되지 않아 사고 원인과 경위를 둘러싼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15년 만인 2000년 8월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가 공개되고나서야 밝혀졌다. 1999년 폐기된 것으로 알려진 CVR의 재녹음본이 제보를 통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비극은 사고 7년 전인 1978년 6월2일 오사카 공항에 착륙하던 중 여객기 후미가 지면과 충돌하는 '테일 스트라이크'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기체 후미가 파손됐고, 일본항공은 제조사 보잉에 수리를 맡겼다. 문제는 보잉에서 규정을 무시하고 보강판을 대지 않은 채 수리하면서 커졌다. 7년간 비행을 계속하던 여객기는 결국 사고 당일 벌크헤드(격벽)와 꼬리 날개가 함께 떨어졌다. 기체 후미로 지나가는 유압액이 모두 새어나가면서 조종계통은 불능에 빠졌다.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끝까지 피해를 줄이려 노력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타카하마 마사미 당시 기장은 최후의 순간까지 플랩과 엔진의 추력 조절만으로 비행을 유지시켜 인근 비행장에 착륙시키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519명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에 시달려온 유족들은 그제서야 오해에서 벗어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1998년 9월2일 발생한 스위스항공 111편 추락 사고 역시 진상 규명에 장기간이 걸렸다. 당시 여객기는 오후 8시18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 9시10분 기내에서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차올랐고, 기장은 기체 이상을 점검하기 위해 인근 공항에 착륙을 요청했다. 여객기는 약 122㎞ 떨어진 캐나다 핼리팩스 국제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으나 오후 9시31분 핼리팩스 페기스 코브 인근 해역에 추락, 승객과 승무원 229명 모두 숨졌다.
사고 당시 가해진 충격으로 기체는 200만개 이상의 잔해로 분해됐다. 캐나다 교통안전위원회(TSB)는 기체 앞부분 10m 가량을 복원한 후에야 조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조사는 4년6개월만인 2003년 3월에야 완결됐다.
조사 결과 사고는 기내 엔터테인먼트시스템(IFEN)의 전선이 합선되며 일어난 화재가 조종석 천장의 가연성 물질에 옮겨 붙으며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장과 부기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에 대처하기 위해 비행교범대로 객실의 전원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조종실로 번지는 화재를 막던 환기장치가 기능을 상실했다. 불은 순식간에 확대됐고, 조종계통까지 소실되면서 기장과 부기장은 결국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사고 이후 항공업계는 기내에서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고, 전기 배선 등을 검사해 화재 위협을 제거했다. 특히 미국 항공기들은 미연방 항공청의 가연성 검사를 통과해야 이륙할 수 있다는 규칙이 수립됐다.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도 정확한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CVR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분석이 불가해 미국 워싱턴 교통안전위원회(NTSB) 본부에서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업용 여객기의 경우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통상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걸린다"며 "복합적인 사고 요인이 있기 때문에 그걸 규명하려면 장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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