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머니카페] 트럼프가 좌우할 새해 펀드시장, '美투자 ETF'만 뜨나

윤경환 기자 2025. 1. 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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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공모펀드 순자산 증가액 중 ETF가 절반 이상
해외주식 자산만 27조 ↑···수익률도 美상품 싹쓸이
슈퍼리치 "미국증시 올 11%대, 코스피 5% 상승"
한미 투자 의향 선호 1년만에 역전···"환율은 걱정"
국내는 정치 불안 여전···펀드 직상장 효과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정치가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미국 정권 교체까지 예정된 2025년 을사년(乙巳年). 금융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다 보니 증시 낙관론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분위기인데요. 투자자들은 예외 없이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중심주의 정책이 경제와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펀드 시장의 경우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T)만 초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올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펀드 시장의 화두는 무엇이 될 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서울경제DB
지난해 공모펀드 전체 순자산 97조 증가···ETF가 절반 넘게 기여

지난해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대금을 받으려면 12월 24일이 신청 마감 기한이었는데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를 포함한 국내 공모펀드의 전체 순자산은 2023년 말 348조 2764억 원에서 환매 신청 마감 전날인 지난달 12월 23일 445조 3054억 원으로 97조 290억 원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순자산 증가의 상당분은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 주식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모펀드의 해외 주식 금액은 33조 401억 원에서 59조 8843억 원으로 26조 8442억 원 증가한 반면 국내 주식 순자산은 58조 6443억 원에서 52조 2471억 원으로 6조 3972억 원 감소해 크게 엇갈렸습니다. 이 기간 국내 공모펀드가 해외와 국내 지역에 투자한 전체 순자산이 82조 7891억 원, 265조 4873억 원에서 130조 9822억 원, 314조 3232억 원으로 각각 48조 1931억 원, 48조 8359억 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운용 업계는 지난해 1년 동안 외국에서는 주식으로, 한국에서는 채권 등 다른 수단으로 돈을 굴린 셈이죠.

지난해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을 이끈 상품은 단연 ETF였습니다. ETF의 총순자산은 2023년 말 121조 672억 원에서 지난해 12월 23일 171조 7474억 원으로 50조 6802억 원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공모펀드 순자산 증가액의 절반이 넘는 수치였습니다. ETF가 공모펀드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8%에서 38.6%로 급등했고요.

ETF는 또 전체 공모펀드 수가 올 들어 4930개에서 4525개로 405개 감소하는 동안에도 그 수를 813개에서 936개로 123개나 더 늘렸습니다. ETF를 제외한 일반 공모펀드는 실질적으로 528개 줄었다는 뜻이죠.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다 보니 키움투자자산운용·한화운용·KB운용은 해당 상품 브랜드의 이름을 바꾸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업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주식은 6조 줄어···해외 ETF가 수익률 상위 독식

해외 주식과 ETF 선호 현상은 올해 공모펀드 시장에서 서로 밀접하게 결합한 형태로 부각됐습니다. 해외 주식에 대한 최대 간접투자 수단 지위를 기존 공모펀드가 아니라 ETF가 새로 꿰차면서 전체 시장도 성장한 것인데요. 실제로 ETF는 지난해 초부터 12월 23일까지 국내 주식 순자산은 38조 5402억 원에서 36조 213억 원으로 줄이면서 해외 주식만 15조 6266억 원에서 41조 854억 원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국내 공모펀드가 올해 편입한 전체 해외 주식 자산의 95%가 ETF를 통해 유입된 것입니다.

수익률 상위 ETF도 해외 투자 상품이 휩쓸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2월 24일까지 ETF 수익률 상위 20종목 가운데 19개가 해외 투자 상품이었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와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의 경우 수익률이 각각 191.44%, 170.09%에 달했고요. 국내 투자 상품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ETF는 2차전지주 하락에 베팅하는 KB자산운용의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63.69%)’였습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 하락률이 컸던 1~20위 중 19개는 모두 국내 투자 상품이었고 유일한 해외 투자 ETF는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에 역방향으로 베팅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인버스(-48.28%)’였습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일출. 서울경제DB
슈퍼리치들 “나스닥은 올 11.7%, 코스피는 5.2% 상승”

상당수 주요 투자자들은 국내외 불확실성을 걱정하면서 올해에도 미국 증시가 국내 주식시장 수익률을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일 삼성증권이 SNI 투자자 341명을 대상으로 ‘2025년 주식 시황 전망 및 투자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산 30억 원 이상 굴리는 고액 투자자들은 올 한 해 미국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코스피지수는 5%가량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SNI는 예탁 금융자산이 30억 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금을 운용해 주는 삼성증권의 서비스 브랜드입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NI 투자자 중에 코스피가 올해 10%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는 전체의 5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약 80%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미국 S&P500과 나스닥지수에 대해서는 각각 11.3%, 11.7% 상승을 전망해 코스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습니다. 두 지수 모두 응답자의 80% 이상이 10% 이상 상승을 예상했고 이 가운데 5.3%, 3.5%는 30% 이상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들 초고액자산가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으로는 환율을 꼽았다. 응답자의 41.0%는 환율 전망이 어려워 미국 주식 투자가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또 새해 금융시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오리무중(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금융 환경)’과 ‘교토삼굴(다양한 대안을 준비해 위기에 대응)’을 30%씩 선택했습니다. 이어 ‘전전긍긍(두려움이나 걱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 14.1%, ‘고진감래(일시적인 손실이나 어려움을 견디고 버티면 결국 수익을 얻을 수 있음)’ 12.8% 등의 답변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긍정적인 시장 전망 관련 사자성어를 택한 비율이 77%에 달했지만 올해에는 50% 수준으로 낮아졌다네요.

강준현(왼쪽부터)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병환 금융위원장,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TF 단장, 강민국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2025 증권파생시장 개장식’에서 개장 신호를 누르고 있다. 서울경제DB
트럼프 정책이 올해 최대 화두···공모펀드 직상장도 주목

삼성증권 SNI 투자자 중 55.9%는 ‘올해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을 꼽았습니다. ‘한국 정세(17.2%)’, ‘미중 무역 분쟁 해소(8.4%)’, ‘주요국의 금리 인하(7.0%)’ 등이 그 뒤를 이었고요.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취임할 경우 금융투자 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새해 들어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44.9%로 지난해 62.5%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투자를 희망하는 국가로는 미국(47.8%)이 한국(40.6%)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요. 지난해에는 한국이 47.3%로 39.5%였던 미국보다 많았는데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올해 채권(금리형 상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51.1%를 기록해 주식형 자산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44.9%)보다 많았습니다. 확대하고자 하는 채권형 자산도 미국 국채가 33.7%로 가장 높았고요. 한국 국채와 회사채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22.3%, 13.7%에 불과했습니다.

올 투자 유망 업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8.2%가 인공지능(AI)·반도체를 골라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 업종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해 50.6%보다는 다소 낮아졌는데요. 대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을 투자 유망 업종을 본 비중이 지난해 1.7%에서 22.5%로 크게 늘었습니다. 경기 방어주 성격의 인터넷·게임 업종과 면세·유통·화장품 업종을 유망하게 본 비율은 각각 3.9%에 그쳤고요.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 시기에 관해서는 2분기를 꼽는 의견이 38.5%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를 3분기 30.4%가 이었고요. 1분기와 4분기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20.5%와 10.6%에 그쳤습니다.

여러 전문가들도 세계적으로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될 올해에는 국내 펀드 시장이 한동안 미국 등 해외 주식 위주로 자산을 늘려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올해도 ETF가 펀드 시장 성장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반기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 도입 효과는 변수로 지목했고요. 그 어느 해보다 예측이 힘든 을사년 증시와 펀드 시장이라서 당분간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최대한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투자하기 참 힘든 새해를 맞이한 것 같습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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