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나오면 머리 아픈 '경알못'만 보세요 [스터디카페]
‘경알못’ 환율 전문점 1편
경제기사 처음 접하는 Z세대에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환율
환율 모르면 불확실성 이해 못해
계엄, 탄핵 등 이슈도 얽혀 있어
경알못을 위한 환율 해설서
경제 뉴스를 보면 온통 '환율 얘기'뿐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넘어섰다는 둥, 외환평형기금을 턴다는 등 알 수 없는 용어들이 마구 쏟아집니다. 트럼프, 계엄, 금리 등 사회 이슈와도 맞물려 있어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경알못' MZ세대를 위한 경제카페, 환율전문점입니다.
2024년 12월 18일 원·달러 환율이 1451.7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597원) 이후 15년 만에 처음입니다. 불붙은 환율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18일 이후 소폭 하락하는 듯했던 환율은 23일 1453.5원으로 마감하며 다시 1450원대를 넘어섰습니다.
24일에는 1459.2원, 26일에는 1469.2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27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1486.2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2025년 1월 2일엔 1466.6원으로 오후 거래를 마쳤습니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한국은행·기획재정부)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 체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겠다"며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떠신가요? 혹시 이 기사를 읽는 독자께서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릴지 모릅니다. 환율의 추이를 따라가다 보면, 통화가치·강달러·외환보유고·외환스와프 등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니까요. '경알못'이 아니시라고요? 더 좋습니다. 혹시 제 설명이 어렵다면, '좀 더 쉬운 설명법'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자! 이제 더스쿠프 '경제학 카페: 환율전문점'을 열어보겠습니다.
첫번째 질문입니다. "환율은 왜 오를까요?" 환율이 오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화폐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화폐는 쏠리면 강해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이 가까워지면서 세계 각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법인세 인하 정책'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때문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부터 "미국의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낮출 것"이란 계획을 밝혔습니다. 법인세 인하가 예고되자 미국 증시에 세계 자금이 몰렸습니다.
이를 외신에선 '트럼프 트레이드'라고 말하는데, 어쨌거나 미국에 돈이 쏠리니까 달러가 강해지는 겁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엔화·위안화 등 다른 나라의 통화가치는 약해집니다.
함수로 표현해 볼까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라면 1달러짜리 제품을 사는 데 1000원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돈이 쏠리면 달러가 강해지니까 1달러짜리 제품을 사는 데 2000원, 3000원 등으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겁니다. 달러가 강해질수록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이유죠.
이쯤 되면 누군가 질문을 던질 겁니다. 환율이 상승하는 게 오로지 트럼프 때문이냐는 겁니다.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도 환율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화폐는 쏠리면 강해진다'는 공식은 똑같습니다.
지난 1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4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0.1%포인트 낮췄습니다. 수많은 국내외 경제분석기관 역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죠. 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인 2.0%보다 낮은 수치입니다.[※참고: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합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마도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돈을 빼서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보낼 겁니다. 현재로선 미국이겠네요. 이런 이유로 돈은 다시 미국으로 쏠리고, 달러는 강해집니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이후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도 같은 이유로 환율을 끌어올리는 이유입니다.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내 다른 곳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실제로 12·3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빼낸 돈(순매도액·12월 27일 기준)은 2조4341억원에 이릅니다.
어떠신가요? 1편은 너무 쉬웠다고요? 다행입니다. 2편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환율의 상관관계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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