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게' 강풀 작가가 사랑한 사람들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5. 1. 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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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강풀 작가의 세계는 무한하다. 조명가게로 표현한 사후세계부터 부모로부터 초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정원고까지, 강풀 작가의 세계관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가득하다. 강풀 작가의 세계관을 사랑해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18일 8회 공개를 끝으로 종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극본 강풀·연출 김희원)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011년 연재된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의 집필을 맡았다.

강풀 작가가 ‘조명가게’를 그리게 된 이유는 중환자 병동 의사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식이 없는 환자가 어떻게 의지가 있지”라는 생각을 했단다. 이에 강풀 작가는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 그곳은 이미 사후세계’라는 설정으로부터 시작해 ‘조명가게’를 그렸다.

그렇다면 강풀 작가는 왜 사후 세계를 조명가게로 표현했을까. 강풀 작가는 이에 대해 “임사 체험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다들 공통적으로 빛을 봤다고 하더라. 빛이 나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저는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또 전구의 필라멘트가 심전도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는 웹툰으로 처음 공개된 이후 약 13년 만에 시리즈로 대중과 만날 수 있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촬영 기간에 직접 ‘조명가게’의 대본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강풀 작가는 “저에게 ‘조명가게’는 막연히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무빙’이 잘 돼서 힘을 받았다”면서 “‘무빙’이 성공하지 않았으면 불친절한 초반 전개와 감정신을 후반부에 다 몰아넣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조명가게’는 1~4부까지 불친절한 전개가 이어진다. 시점과 화자의 잦은 변경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좀처럼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이에 대해 강풀 작가는 “초반에는 장르를 호러로 잡고, 후반부는 휴먼 드라마처럼 가자는 전략이었다. 다만 시청자 분들이 초반부의 불친절한 이야기를 어떻게 잘 따라와 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면서 “그 부분을 다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지만, 쓰면서도 계속 불안했다”라고 했다.

또한 강풀 작가는 웹툰 연재 당시 마감 기한 때문에 넣지 못한 설정도 대본에 녹여냈다. 원영(주지훈)과 유희(이정은)의 서사가 그 예다. 강풀 작가는 “원작 연재할 때 전혀 생각 안 했던 부분은 아니지만, 그걸 풀면 마감을 못 지킬 것 같았다. 원고를 끝내고 나니 그 부분이 너무 아쉽더라”고 했다.


강풀 작가가 웹툰 원고로 다 풀어내지 못했던 설정들을 ‘조명가게’에 다 풀어낼 수 있었던 건 김희원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김희원 감독은 강풀 작가의 제안으로 연출을 맡았고, ‘조명가게’로 연출에 데뷔하게 됐다. 강풀 작가는 김희원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김희원 감독님은 ‘무빙’에서 처음 뵀다. 제가 촬영장에 갔는데 김희원 감독님이 학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을 데리고 지도를 하더라. 그런 걸 보면서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이어 강풀 작가는 “근거 없이 김희원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하지는 않았다. 감독님이 연출에 뜻이 있는 걸 알았다. 호러 영화 연출을 하려고 오랫동안 생각하셨더라. ‘조명가게’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는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어야 했다. 캐릭터들의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감독으로 김희원 감독님이 떠올랐다”라고 했다.

김희원 감독에 대한 강풀 작가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집요하게 작품에 대해 파고드는 김희원 감독을 보며 강풀 작가는 자신의 믿음을 더욱 확고히 했다. 강풀 작가는 “김희원 감독님과는 정서적으로 잘 맞았다. 함께 일할 때 너무 즐거웠다. 뭐 하나 놓치고 가려고 하지 않으셨더라. 디테일하다 못해 집요하다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특히 강풀 작가는 4화 엔딩에서 중환자 병동 환자들을 롱테이크로 촬영한 부분을 보며 감탄했다고 했다. 강풀 작가는 “중환자 병동 환자들은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지 않나. 극본에는 환자 한 명 지나갈 때마다 사후 세계에 있는 모습을 플래시백으로 넣었다”면서 “감독님이 과감하게 판단하셨다. 감독님이 롱테이크로 한방에 보여주는데 진짜 짜릿했다. 현장을 경험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분명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담으로 강풀 작가는 인터뷰가 끝난 뒤 “감독님 연출 너무 좋지 않나. 너무 예뻐 죽겠다”면서 김희원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희원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강풀 작가는 이번 ‘조명가게’ 캐스팅을 그에게 전적으로 일임했다고 했다. 강풀 작가는 캐스팅에 대해 ”다 마음에 들었다. 감독님이 참 캐스팅을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특히 8회에서 주지훈과 이정은의 열연에 눈물이 터졌단다. 강풀 작가는 “주지훈 씨에게는 못 보던 면을 본 것 같다. 이정은 씨는 연기를 잘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연기를 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명가게’를 끝낸 강풀 작가는 이제 ‘무빙’ 시즌2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다. 웹툰 ‘히든’ 연재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은 극본 작업을 할 것 같다고 했다.

강풀 작가는 ‘무빙’ 시즌2에 대해 “어느 정도 구상은 하고 있다. ‘무빙’ 시즌2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시즌 1에서 제가 굉장히 많은 떡밥을 깔아놨다. 내년 안에는 무조건 쓸 거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강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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