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에도 여긴 펄펄 끓네”···신고가 속출하는 동네 어디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5. 1. 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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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43]
1기신도시 선도지구 발표 한달
호가 수억원 오르고 신고가 경신
재건축 순항하려면 사업성 따져야
추가 분담금 상당할 수 있어 우려
입지 좋은 곳 위주로 속도낼 듯
경기도 고양시 일산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2024년 12월 넷째 주 결국 하락 전환(-0.02%)했습니다. 작년 4월 이후 약 8개월 만의 하락입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도 41주 만에 상승을 멈췄습니다. 경기와 인천만 놓고 보면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죠.

그런데 서울이 아닌 수도권 단지 중에 연일 신고가를 찍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뽑힌 아파트 단지들입니다. 1기 신도시는 1980년대 본격 개발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안양시 평촌 ▲부천시 중동 ▲군포시 산본을 일컫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5개 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을 시작할 13개 구역을 뽑고 이주·교통대책도 내놨는데요.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첫 타자···13개 구역 선정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총 13개 구역이 선정됐습니다. 13개 구역에는 현재 3만 6000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여러 아파트 단지를 하나의 구역으로 묶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도록 했습니다. 선도단지가 아닌 선도지구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가장 관심이 높은 분당의 선도지구는 총 3곳입니다. ▲샛별마을(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 ▲양지마을(금호·청구·금호한양·한양·금호청구), ▲시범단지 우성·현대·장안타운건영3차가 그 주인공이죠.

[매경DB]
일산과 평촌 선도지구도 각각 3곳씩 뽑혔는데요. 일산에선 ▲백송마을(1·2·3·5단지) ▲후곡마을(3·4·10·15단지) ▲강촌마을(3·5·7·8단지)이 선정됐습니다. 평촌에선 ▲꿈마을 금호·한신·라이프·현대 ▲샘마을 임광·우방·쌍용·대우·한양 ▲꿈마을 우성·건영5·동아·건영3 아파트가 뽑혔죠.

중동과 산본 선도지구는 각각 2곳씩 정해졌습니다. ▲반달마을A구역(삼익·동아·선경·건영)과 ▲은하마을(대우동부·효성쌍용·주공1·2단지)은 중동의 선도지구입니다. 산본에선 ▲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단지 ▲한양백두·동성백두·극동백두 아파트가 지정됐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앞으로 13개 구역에 대한 통합 재건축 정비계획을 세울 계획입니다. 2025년엔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도 조성합니다. 초기 사업비를 지원하는 차원입니다. 2027년 재건축 공사를 시작해 2030년 첫 입주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선도지구서 신고가 속출...호가는 수억씩 올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2024년 11월 말에 발표되고 약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시장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당장 선도지구로 뽑힌 아파트 단지는 호가가 일제히 수억 원씩 뛰었죠. 호가는 부르는 값을 뜻합니다.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서 내놓으니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분당 시범단지 현대아파트 전경. [매경DB]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당 시범단지 현대아파트는 전용 189㎡(10층)가 12월 3일 23억 5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신고가 경신입니다. 직전 신고가(19억원) 대비 4억 5000만원이 뛰기도 했습니다. 양지마을 한양아파트 전용 48㎡(2층)도 12월 2일 10억 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분당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중동 은하마을 대우아파트 전용 164㎡(10층)는 12월 17일 11억원에 거래되며 최고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올해 7월 이뤄진 직전 거래 대비 1억 5000만원이 뛰었습니다. 산본 극동백두 전용 134㎡(10층)도 12월 4일 7억 5000만원에 중개 거래됐습니다. 비록 2021년 최고가(7억 9000만원) 기록을 깨진 못했지만 두 달 전 거래(6억 6700만원)보단 약 1억원이 올랐습니다. 일산에서도 이전보다 수천만원 오른 거래가 체결되고 있죠.

입지·사업성 등 따져봐야···분담금 최대 변수로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만 재건축 사업이 정말 순항할지에 대해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입지와 사업성, 분담금 납부능력을 전반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입지가 좋으면 나중에 아파트 분양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일반분양 가구 수가 똑같이 100가구라도 입지가 좋은 곳과 나쁜 곳의 분양 수입은 확연히 다를 수 있는 겁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분당을 많이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재건축 사업성 분석도 필수입니다. 용적률과 대지지분, 평형 구성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용적률은 공간 이용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현재 용적률은 낮을수록, 미래 용적률은 높을수록 좋습니다. 이미 쓰고 있는 공간은 적을수록, 재건축 이후 쓰게 되는 공간은 많을수록 이득이니까요. 공간이 많을수록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 조합 부담이 적어지게 됩니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은하마을 전경. [매경DB]
선도지구 가운데 분당 샛별마을과 시범단지의 용적률이 200% 이하로 낮은 편입니다. 분당은 재건축 과정에서 기준으로 삼는 용적률이 315%로 제시된 바 있습니다. 용적률 여유가 꽤 있는 편이죠. 하지만 평촌·중동·산본의 모든 선도지구는 용적률이 200% 초중반대로 높은 편입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사업성을 높게 확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용적률이 전부는 아닙니다. 대지지분도 중요합니다. 대지지분은 아파트 전체 대지 면적을 소유자 수로 나눈 값입니다. 각 가구가 땅을 어느 정도 비율로 갖고 있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높을수록 좋습니다. 평형 구성도 소형보단 중대형 위주인 게 재건축엔 유리합니다. 10평대를 20~30평대로 만드는 것보단 상대적으로 나으니까요.

탄핵 정국 장기화···정치 환경도 불안 키워
통합 재건축이 잘 될지도 의문입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갈수록 여러 단지 주민들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 단지만 놓고 보면 사업성이 좋은데, 다른 단지 때문에 분담금이 생긴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도지구로 지정됐다고 전부는 아니다. 분담금을 7~8억원씩 내야 할 수도 있다”며 “기본적인 분석을 하며 무난하게 재건축이 될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후곡마을 3·4·10·1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일각에선 선도지구가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선도지구가 되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하는 등 공격적인 제안을 한 단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한 생활 인프라스트럭처가 충분하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상하수도 용량이나 교통량 등 말입니다.

불안한 정치 환경 역시 변수로 꼽힙니다. 탄핵 정국이 언제 끝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어수선한 상황이 오래가면 정책에 힘을 싣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만약 정권이 바뀐다면 새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에 어떤 입장을 띠는 지도 주목해야 합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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