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해라” vs “지켜라”…영장 집행 불발 다음날, 윤석열 관저 앞 모인 ‘탄핵 찬반’ 시민들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되면서 4일 대통령 관저 앞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민들이 각각 모여들면서 관저 앞 한남대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탄핵 찬성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반대인 신자유연대는 각각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사이에 두고 전날 밤부터 철야 집회를 이어갔다. 인도 곳곳에는 은박 보온 포와 침낭 등 철야 집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신자유연대 쪽 참여자들은 민주노총 집회장 인근에 수십명씩 모여들어 “윤석열 만세” “내란수괴는 이재명이다”라고 외쳤다. 각 집회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육교 위에서도 각자 상대편 집회를 향해 ‘부정선거 검증하라’ ‘국힘(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어 항의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경찰은 기동대 버스를 양측 집회장 사이에 배치했고, 신경전을 벌이는 시민들 사이를 방패로 막아섰다.
오후가 되자 인파는 점점 늘어났다. 차도가 통제되면서 관저 인근 버스정류장 위치도 임시로 옮겨졌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은 한때 무정차 통과했다. 옷가게 등 인근 상점들은 혼잡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1월 4일 휴무’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조합원이 연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노총 측 집회장에는 ‘응원봉’을 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민주노총 측은 이날 정오 무렵 관저로 행진하려다가 막아서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조합원 2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모여든 시민들은 ‘남태령 집회’ 때처럼 경찰을 향해 “차 빼라”를 연호했다. 아이돌 응원봉을 든 대학생 김모씨(23)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경찰이 노조를 막아서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힘을 보태러 나왔다”며 “진짜 연행돼야 할 사람은 윤석열인데 지지자들을 부추기면서 버티기만 하는 상황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시민들이 몰리면서 ‘차 빼라’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경찰은 결국 민주노총 집회 쪽에 길을 더 터주었다. 관저 쪽 3개 차로에서 열리던 집회는 ‘나인원한남’ 앞 한남대로 모든 차로로 확대됐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신자유연대 측 집회에서는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며 “이번 계엄령은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붉은색 목도리를 두르고 집회에 참여한 박강수씨(61)는 “공수처가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게 내란”이라며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지킬 것”이라 말했다.
이날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의 인파가 관저 앞으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의 행렬은 밤까까지 이어졌다. ‘탄핵 반대 집회’를 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상황이 긴박한 관저 앞에서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 상태”라며 “관저 앞에서의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가능한 분들께서는 빠르게 이동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5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한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오후 7시부터 한남동 관저 앞으로 이동해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집회를 열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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