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재시도할까… 공수처, 영장 집행 고민하는 이유는

조희연 2025. 1. 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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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시도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재집행을 서두르기보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신중히 집행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경호처가 전날처럼 저지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돌파할 대응책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공수처는 전날 ‘인간 방패’가 된 경호처에 가로막혀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했다. 경호처는 공수처가 관저 입구 안으로 진입해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한 전날 8시쯤부터 집행을 중지한 오후 1시30분쯤까지 약 5시간30분 동안 200여명의 인력과 차벽을 동원해 강하게 저항했다. 영장 집행이 중지된 이후에는 오히려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도가 “법적 근거 없는 무단 침입”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공세에 나섰다.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관계자들이 철수하고 있다. 뉴시스
◆공수처, 尹 체포 2차 시도할까

공수처는 우선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만료되는 6일 전까지 영장 집행을 재시도하는 방안을 경찰 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관건은 대통령 경호처의 협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경호처가 전날처럼 영장 집행에 불응하면 물리적 충돌 없이 영장을 집행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최 권한대행은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는다.

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전날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 대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한 것도 원활한 재집행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로 예정됐던 공조본 출석요구에 불응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뉴시스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

일각에서는 경찰이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6일 공수처가 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반환하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며 임의적으로 형사소송법 적용을 배제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관련 사건으로는 제일 먼저 기소된 김용현 전 장관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도 영장 발부가 용이한 판사를 찾은 꼼수라는 논란에 휘말려 있다.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다면 이같은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없애는 방법”이라며 “이렇게 했는데도 체포영장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완전히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한 3일 오후 공수처 관계자들과 경찰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뉴시스
◆체포 아닌 구속 시도할 수도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하기보다 곧바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체포영장은 죄를 저질렀다고 볼 타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가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강제로 조사하기 위한 수단이다. 체포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구속영장은 최장 20일 동안 구금해 수사할 수 있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통상 체포를 통해 혐의 사실을 확인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체포를 거부하면 체포 단계를 건너뛰고 조사 없이 구속영장 청구로 직행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도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응할 생각이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이 재차 불발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현재까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발부받은 영장으로 구속에 나서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난항이 예상된다. 과거에도 피의자 측 저항으로 인해 구속영장 집행이 불발된 사례가 있었다. 2004년 10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당원 200여명이 당사 출입구를 막고 영장 집행을 저지해 결국 불구속기소됐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尹과 소환 일정 조율도 가능

윤 대통령이 체포를 피하기 위해 소환조사 일정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요구에 4차례 불응했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되며 상황이 변한 만큼 조사에 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영장 집행을 안 하면 다시 출석을 요구할 것인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이상 집행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김홍일·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대통령 관저 앞에서 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공수처 관계자를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선임계를 내겠다며 이후 절차를 협의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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