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싫고 李도 싫어요, 모든 후보 거부할 권리 없나요”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5. 1. 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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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계엄·야당발 탄핵정국에
리더십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 30% 달하는 중도층
극단정치에 “뽑을 사람 없다” 토로
모든후보 거부할 수 있는 NOTA 제도
2024년 인도총선서 1%대 득표율
캐나다 등에서도 비슷한 제도 운영중
실현가능성 낮지만 한국서도 논의해야
2025년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글을 써봅니다.

2024년 마지막 12월, 대한민국은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결국 양심있는 군인들의 저항으로 실패합니다. 이 과정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우왕좌왕하며 리더십의 실종을 보여줍니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29차례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3건을 본회의서 처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방통위원장·검사 등이 주요 대상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4년 4월 총선 때 압승을 거뒀지만(의석수 175), 또 한편으론 ‘비명횡사’ ‘이재명 사당화’ 등의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반도체특별법 첨단전략산업기금법 등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양극으로 치닫고 있고, 상당수 국민은 이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팬덤정치’로 대변되는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있을 뿐입니다. 많은 국민이 여야 리더들이 향후 나라를 이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14[이충우기자]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상당수 국민이 2025년 대선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주목해볼 만한 선거제도가 있어서 이번 연재서 소개해봅니다.

인도·캐나다서 도입된 ‘모든 후보 싫어요’ 권리
최근에 만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NOTA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NOTA란 Non of the above의 약자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위의 후보 누구에게도 표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출마한 후보 모두 마음에 안 드니 반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NOTA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가서 의사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투표를 기권하는 것과 다릅니다. 미국 유타주, 아시아에선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NOTA를 도입하고 있죠. 유럽에선 스페인, 그리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이 일부 선거서 이를 도입했고, 캐나다 역시 투표소에 가서 공식적으로 투표 거부 의사를 표명할 수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인도의 2024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Lok Sabha)에서 약 650만명이 NOTA 표를 행사했습니다. 물론 전 NOTA 투표율은 1.08%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도르(Indore) 선거구의 경우는 NOTA 투표율이 6%대에 달했습니다. 또한 인도의 주의회 선거를 보면 NOTA 득표율이 특정 선거구서 20%를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NOTA 제도가 도입된 인도 선거현황. 2018년에 비해 2023년에 NOTA 득표율이 낮아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Hindian Express>
NOTA 득표율이 크다고 하더라도, 인도 선거법상 NOTA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득표를 한 후보자가 당선됩니다. NOTA가 실질적으로 당선을 저지할 순 없는 셈이죠. 다만 유권자의 불만이 계속 높아진다면, 정당 입장에선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어느 정도 견제가 된다는 이야기죠.

해당 정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정치상황이 양극단으로 변질하는 상황이 마치 조선시대 예송논쟁을 보는 것 같다”라며 “중도층 입장에선 뽑을 후보가 없다. NOTA 제도를 도입해 유권자의 불만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팬덤정치 속에서 비호감 선거로 전락한 대선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보도된 매일경제 기사. 주요 후보들이 호감도보단 비호감도가 높다는 내용을 담았다. <네이버 뉴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던 지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비호감 고르기’ 선거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보도가 당시 주를 이뤘습니다.

현재도 사실 마찬가지입니다.

한덕수 총리 탄핵안 투표마치고 자리향하는 이재명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동안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에 투표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4.12.27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지지율에 못 미치는 30%대 후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 등과 관련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 남은 재판도 많습니다.

이에 더해 이 대표가 추진하는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는 사람이 상당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16 [김호영기자]
여권은 윤석열 정부가 탄핵 중이기에 제대로 된 후보조차 세우기 힘든 상황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을 지휘했지만 참패했습니다. 운동권 정치의 종말이란 아젠다를 제시했지만, 그 이후 뚜렷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아울러 현재 검찰 위주로 국정을 운영했던 윤 정부에 대한 반발이 상당합니다. 검찰 출신인 한 전 대표가 국민적 호감도를 얻긴 힘든 상황입니다.

이대로 가면 혹시 하게 될 ‘2025년 대선’도 결국은 ‘2022년 대선’처럼 비호감 대선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더 극단의 정치는 심화하고, 팬덤정치는 굳어질 것입니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에게 투표하고자 하는 중도층은 여전히 많습니다.

국내 정치지형을 보면, 약 30% 내외가 여전히 중도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극단의 정치가 굳어질수록, 이들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합니다. 정부 관계자는 “NOTA를 도입하고, 유권자 3분의 1 이상이 NOTA에 투표할 경우 재선거한다고 명시한다면 중도 확장을 위해 양당도 노력하게 된다”라며 “극단적인 메시지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현가능성 없지만 ··· 극단정치 막아야
NOTA 제도를 소개하는 매일경제 2021년 11월 칼럼 <네이버뉴스>
물론 NOTA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0)’에 가깠습니다.

대통령선거법과 공직자선거법을 바꿔야 하는데, 여야 국회의원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NOTA 제도를 입법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세계적으로 있다는 점, 그리고 유권자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알리고자 새해를 맞이해 NOTA 제도를 다뤄봤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국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악화, 계층 갈등, 부의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서 거대 양당은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포퓰리즘 정책 논란도 제기됩니다.

국민에겐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한데, 이를 떠받칠 기업 생태계가 점점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신사업에 투자하기보단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중소기업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위해선 앞으로 대안을 제시할 세력이 선거에서 뽑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있을 대선이 ‘비호감 선거’가 안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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