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경호처 저지선만 남았다…“최상목 결단하라” 압박
재집행 시 공권력 간 물리적 충돌 불가피…野 “최 대행이 지시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신병 확보 시도가 불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 유효기간(1월6일) 이내 재집행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경호처의 대응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군과 경찰이 영장 집행 저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최후의 물리적 저지선은 경호처가 됐다. 공권력 간 충돌이 유혈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 야권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2차 체포 시도냐, 구속영장이냐…공수처 '고심'
4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 방안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체포영장 기한 만료일인 내주 월요일까지 재집행을 시도할 지, 아니면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지 등 후속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초유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경찰은 전날 오전 8시께 별다른 물리적 충돌 없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첫 번째 관문인 철문을 통과했다. 가로로 주차된 버스 등 추가 저지선이 있었지만 모두 큰 충돌 없이 넘어섰다.
군과 경찰 지휘부가 경호처의 인력 추가 투입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막아서선 안된다는 방침을 세운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수처의 체포 시도는 윤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관저 주거동 200m 앞에서 멈췄다. 공수처에 따르면, 1·2차 저지선을 통과해 관저로 가기 위한 언덕을 넘어서자 경호처 측이 200여 명의 인간띠를 만들어 진입을 막아섰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 소속 일반 병사들도 마지막 저지선 형성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경호를 위해 경호처에 파견된 부대로, 편제상 수방사 예하지만 지휘·통제 권한은 경호처에 있다.
일반 사병까지 피의자인 대통령 방패막이로 내세웠다는 비판이 일자 경호처는 55경비단 동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호처 측은 "공수처 도착 시 대치가 격화될 것을 대비하여 경호처 직원들로 교체하고 병사들은 후방 근무로 전환했다"고 반박했다.
난관에 부딪힌 공수처는 검사 3명만 별도로 이동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만났다. 하지만 김홍일·윤갑근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청구한 영장"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결국 관저 진입 5시간26분 만에 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경찰 특수단은 이 과정에서 영장 집행을 막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공수처는 일부 경호처 인력의 무장 및 수적 열세, 충돌로 인한 인명피해 등을 고려해 반대했고, 현장에서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체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박 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이날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경호처는 이날 공지를 통해 "현재는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엄중한 시기로, 경호처장과 차장은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경호처는 경찰과 출석 일정 등을 조율 중이라고 부연했다.
'물리적 충돌' 불가피…경호처 지휘권 쥔 최상목 결단은
공수처가 오는 6일 이내로 체포영장 재집행 시도를 한다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관저 정문 통과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경찰 지휘부도 경호처의 추가 인력 투입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등 영장 집행을 막아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다.
군과 경찰 지원 인력을 빼더라도 경호처 자체 인력이 700여 명에 달하고 이를 총동원한다고 가정하면, 공조본도 이에 준하거나 더 큰 규모의 '인해전술'이 불가피하다. 특히 경호처가 총기를 비롯한 무기와 군용차량까지 동원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1차 시도 당시 관저 정문을 통과한 공수처와 경찰 인력은 약 100명이었고, 저지에 투입된 경호처는 200여 명 안팎이었다. 체포영장 재집행 때는 양쪽 모두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는 2차 체포 시도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당일인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 사이 경호처 직원이 생수와 컵라면 박스 등을 관저 내부로 들여가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경호처를 방패 삼아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감사 뜻을 전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낸 뒤 침묵 중이다.
야권은 경호처 지휘권이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며 "최 권한대행은 체포영장이 집행될 수 있도록 경호처를 지휘해 법치를 지키라"고 압박했다.
이어 "체포영장 집행 방해 행위만으로도 경호처장과 일당은 내란공범의 죄를 범했다"며 "경호처장을 당장 직위 해제하고 특수공무집행 방해·범인은닉· 직권남용의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또 "내란수괴 윤석열은 국가 공권력인 경호처를 사병처럼 부렸다"며 "공수처는 신속히 체포영장을 재집행하라. 두 번의 물러섬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역시 최 권한대행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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