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강행' 임영웅·성시경 향한 비판, '추모 검열' 되지 않으려면

홍혜민 2025. 1. 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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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성시경, 제주항공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 콘서트 강행
"영향력 고려 없는 결정, 실망스러워" vs "공연 연기, 고려할 점 많아"... 대중 의견은 여전히 분분
'추모 검열' 우려 시선도, 객관적 비판 태도 필요
가수 임영웅과 성시경은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기간에 콘서트를 강행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에스케이재원, 물고기뮤직 제공

가수 임영웅과 성시경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따른 국가애도기간 중 콘서트를 강행했다가 대중의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예정된 공연을 취소하며 추모에 동참한 다른 가수들과 달리 예정된 공연을 일정 변경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다. 여전히 각계각층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은 국민적 정서를 읽지 못했다는 실망의 목소리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비판 여론을 두고 '추모 검열'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콘서트 일정 변경에는 단순히 가수 개인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변수들이 존재하는 만큼 '콘서트 강행'이라는 표면적 상황만 두고 비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의 콘서트 강행을 둘러싸고 여전히 대중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우리는 이들의 결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추락해 활주로 외벽과 충돌,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탑승객 중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새해를 앞두고 벌어진 안타까운 참사에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고 정부는 오는 4일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연예계 역시 멈췄다. 연말 시상식들이 줄줄이 개최 연기를 결정한 것은 물론 론칭 전 언론 행사를 앞두고 있던 작품들도 잇따라 행사 취소를 알렸다. 가수들 역시 예정된 컴백, 공연 일정을 변경하며 추모에 동참했다. 이번 참사 여파로 공연 취소 및 연기를 결정한 가수는 조용필·이승환·김장훈·이승철·알리 등이다.

이 가운데 같은 달 27일부터 리사이틀 콘서트를 진행 중이던 임영웅과 성시경은 예정된 콘서트 일정을 연기 및 취소 없이 강행했다. 참사 당일인 29일 개최된 공연에서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한 임영웅은 이틀 뒤인 31일 소속사를 통해 예정된 공연 일정을 변동없이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임영웅은 국가애도기간 중인 오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2주차 콘서트를 예정대로 소화한다.

지난달 31일 나흘간의 연말 콘서트를 마무리한 성시경의 경우 참사 당일 공연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과의 약속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심경을 밝힌 뒤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를 표하며 관객들과 함께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임영웅 측이 공연 강행 결정을 알리며 언급한대로 오랜 시간 콘서트를 기다렸을 팬들과 공연 준비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관계자들을 고려했을 때 예정된 공연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추후 공연을 다시 개최하기 위해선 대관 등의 문제가 있을 뿐더러 공연 준비에 투입된 인력들에 대한 임금 정산 등을 위해서도 가수 개인의 재량으로 공연 직전에 취소를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용필·이승환·이승철 등이 예정된 공연을 취소한데다 김장훈의 경우 참사 당일 콘서트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즉각 취소를 결정했던 만큼 임영웅과 성시경의 공연 강행은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공인이자 인기 있는 가수로서 자신들이 갖는 영향력을 고려했다면 공연 일정을 연기했어야 한다"라며 비판했다.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연을 취소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해와 별개로 두 사람의 결정에 실망감을 표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이들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무분별한 비판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과열된 비판 분위기 속 과도한 비난은 자칫 '추모 검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JK김동욱은 SNS를 통해 "어떤 이유든 슬픔을 강요하는 건 절대 옳지 않다. 사진 안 올린다고 슬퍼하지 않는 게 아니고 글 하나 안 썼다고 추모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소신발언을 했던 바, JK김동욱의 말처럼 공연 강행 결정이 곧 추모에 반하는 행동이라 해석하는 것은 위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애도기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필요한 비판은 전하되, 비판이 무분별한 비난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객관적 시선을 갖추려는 모두의 시선이 필요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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