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외쳤지만 기적은 없었다...조난 신호로 만들어진 ‘메이데이’ [추동훈의 흥부전]
[흥부전-85][오리저널-15] 메이데이
위급한 상황에서 조난 신호로 3번 부르도록 규정된 메이데이.
메이데이가 선언되면 국제 표준 절차에 따른 신속한 조치가 이행됩니다. 관제탑은 곧바로 해당 항공기와 통신을 시작하고 다른 항공기 이동을 조정해 해당 항공기에 우선권을 부여합니다. 또한 구조팀이 곧바로 출동해 대처에 나섭니다.
긴급 조난 신호로 쓰이는 Mayday는 노동절과 달리 모든 글자를 붙여 씁니다. 그런데 왜 노동절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조난신호로 메이데이가 쓰이는 걸까요.
항공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1920년대. 하늘을 날고 싶던 인간의 꿈이 실현되며 유럽에선 항공산업이 꽃피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나는 기술이 점차 발전하며 항공기의 위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표준화된 구조 신호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특히 당시 항공산업을 주도하던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였는데요. 당시 항공 교통량이 많았던 곳이 대표적으로 영국의 크로이던 공항과 프랑스의 르 부르제 공항이었습니다. 그리고 런던 크로이던 공항에서 항공 무선사로 일하던 프레드릭 스탠리 먹포드는 여러 차례 항공기 구조 요청을 받으며 표준화된 구조요청 신호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메이데이의 어원은 프랑스에서 ‘도와주세요’라는 뜻을 가진 ‘메데(m’aider)’입니다. ‘나를 도우러 와주세요(Venez m‘aider)’의 줄임말입니다.
19~20세기 강대국으로 군림해온 프랑스는 항공·해상, 외교, 예술 문화 분야 곳곳에서 국제적 표준어가 된 단어를 갖고 있습니다. 발레(Ballet), 앵콜(Encore)과 같은 단어는 프랑스어를 그대로 쓰는 단어입니다. 대사(Ambassador), 의전(Protocol)과 같은 외교 용어는 각각 프랑스어 ‘ambassadeur’, ‘protocole’에서 기원했습니다 .
항공·해상 통신에서 고장을 뜻하는 ‘PAN-PAN’ 역시 기계 고장을 뜻하는 프랑스어 ‘paane’에서 유래했습니다.
먹포드의 제안으로 시작된 메이데이는 시범운영을 통해 1923년 2월 새로운 호출부호(콜사인)로 공식적으로 사용됩니다. 이후 1927년 워싱턴 국제 무선전신 협약은 공식적으로 메이데이를 구조 요청에 쓰이는 음성 호출부호로 채택합니다.
처음엔 크로이던 공항과 르 부르제 공항 사이에서만 쓰이던 메이데이는 결국 항공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현재는 항공뿐 아니라 선박이나 기타 교통수단에서도 조난 신호로 메이데이를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허드슨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의 허드슨강 비상 착수가 있습니다. 해당 사고 역시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추진력 상실이 원인이었습니다. 새떼와 충돌 직후 설렌버거 기장은 세 차례 메이데이를 외쳤고 회항하던 중 결국 맨해튼 서쪽 허드슨강에 미끄러지듯 착수해 155명의 탑승 인원이 무사히 생존했습니다.
탑승한 비행기는 평소와 같았습니다. 승무원들은 평소처럼 친절한 태도와 미소로 우리를 반겼습니다. 승객들은 평범한 대회를 나누고 기내식을 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안전하게 우리를 한국으로 모시겠다는 기장의 목소리 역시 온화하고 차분했습니다.
하지만 수시간의 비행 동안 제각각 마음 한켠에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불안감 또는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겁니다.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정도만 티니핑과 로봇카봇을 시청하고 달디단 초콜릿과 사탕을 먹으며 깔깔 웃고 있었습니다. 최연소 희생자는 딱 제 아이들 또래였습니다.
인천공항에 거의 도착해 랜딩을 앞둔 순간 저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습니다. “이제 인천공항에 착륙합니다”라는 기장님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을 텐데 기분탓인지 긴장감있게 들렸습니다. 저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안착하는 시간 내내 심심할 아이들을 위해 항공사에서 준 동물 종이접기에 괜히 몰두했습니다.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그 아이의 아버지도 저처럼 아이들을 위해 종이접기를 하고 안락한 집에 돌아가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모두 평온하고 행복하게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었을 겁니다. 이들과 비슷하게 휴가를 떠났고 돌아온 제 마음이 더 불편한 이유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의 끝과 2025년 시작 사이, 어느 때보다 다시 한번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마치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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