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으로 꽉채운 ‘필승 족보’…역시 야신 김성근
안승호 기자 2025. 1. 4. 12:40
국내야구 전력분석 선도
데이터 야구 원조
고교팀 경기 앞두고도
승부 앞에선 진심
색색의 펜으로 빼곡히
선수 한명 한명 분석
최강야구 몬스터즈가 고양 국가대표 경기장에서 게임을 한 지난해 가을 어느 날이다. 김성근 감독은 큼지막한 가방 하나를 어깨에 메고 서울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한참을 걷다가 늦은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한 식당. 슬쩍 내려놓은 가방에는 노트가 한가득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익숙한 글씨체가 보인다.
마치 수험생이 요약 정리한 ‘족보’ 같기도 하다. 파란 볼펜과 빨간 사인펜 그리고 오렌지색 형광팬은 선수 한명 한명을 설명한다. 고려대, 원광대, 연세대, 한일장신대, 단국대, 인하대, 경희대 등 그간 몬스터즈가 만났거나 만날 예정인 팀들의 주축 학생선수들이 줄을 지어 있다.
최강야구는 ‘스포츠예능’으로 분류되지만, 김성근 감독에게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야구’일 뿐이다. 또 감독으로 본분은 야구팀 리더로 이기는 데 있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클릭 몇번이면 각종 기록이 쏟아지는 시대다. 프로야구라면 각종 수치가 완전 가공돼 있는 세이버매트릭스가 보편화돼 있다. 데이터 혁명이 일어나기 전부터 김성근 감독은 ‘데이터 야구’라는 화두로 한국야구의 한 줄기를 만들었다.
프로야구단 감독일 때는 일상으로 만나는 상대팀, 상대선수 특징을 눈으로 읽고 메모했다. 그것을 다시 통계화시켰다.
최강야구에서 만나는 대학이나 고교팀 선수들 자료를 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영상 자체가 드물 뿐더러 기록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온갖 경로로 자료를 확보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최강야구 경기를 앞두고 김성근 감독이 하는 며칠간의 필수 작업이다. 한국어와 일어가 섞인 노트 속 고려대 유정택을 두고는 ‘홈에서 1루까지 3.6초, 도루 주의’라는 메모가 돼 있다. 김 감독은 “영상이 없으면 사진을 보기도 한다”고 했다. 상대 에이스를 분석하면서는 “초반에 우리가 고전할 가능성 있다”며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한국야구에 데이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1970년대, 김성근 감독은 국내야구에서 처음으로 전력분석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1976년 충암고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야구부 제자 5명과 특정팀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포수 뒤 본부석 쪽에 3명, 왼쪽과 오른쪽 내야 쪽에 1명씩을 둬 해당팀 주력투수의 주요 구종과 코스 그리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등을 체크했다. 김성근 감독은 “그 분석 숫자가 모이면 집에 가서 앉아서 또 누워서 정리하고서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공략법을 만들어 당시 최강이던 동대문상고를 이겼다. 그때가 시작이다”고 말했다.
최강야구 선수들에게 “나는 고등학교 팀에 지는 게 가장 싫다”고 한 김성근 감독의 한마디. 누굴 만나도 승부 앞에선 진심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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