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세 시간 탁구 뒤 탄탄한 근육질 몸매 됐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탁구를 좋아해 저도 잠시 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30년이 넘어서 다시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잘 치는 겁니다. 주변에서 계속 잘 친다고 하니 더 열심히 치게 됐죠.”
처음엔 하루 한 시간씩만 치려고 했는데 두 시간, 세 시간씩 치게 됐다. 주 5일 이상 탁구장에서 살았다. 탁구는 운동량이 많았다. 조금만 쳐도 땀이 뻘뻘 흐른다. 공에 집중해 상대와 겨뤄야 하기 때문에 탁구 칠 때는 온전히 탁구에만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사람들 만나 웃고 탁구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와 잡념이 날아갔다. 그는 “어느 순간 탁구는 내 평생 친구가 됐다. 탁구장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다. 탁구도 치고 밥도 먹고 차 한잔 마시며 다시 탁구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실력도 빠르게 성장했다. 생활체육탁구 6부로 시작했는데 바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현재는 5부 상위권. 지역 및 전국 대회도 많이 제패해 우승 상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최 씨의 장기는 스매싱. 게임을 하다 상대가 볼을 조금이라도 높이 주면 바로 짧고 굵게 스매싱을 날린다. 그는 “드라이브는 라켓을 밑에서부터 들어 올리며 온몸을 써야 해 힘이 많이 들지만 스매싱은 위에서 누르듯 치면 돼 더 쉽다”고 했다.
대회 출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뭘까?
“2019년인가 서울 시민리그에 출전했어요. 4명이 단체전에 나갔는데 우승했죠. 단체전에서는 제가 못 치면 폐를 끼칠 것 같아 엄청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한 기억이 나요. 그런데 경기하면서 응원도 하다보니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서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 너무 좋았어요.”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최근 국가대표를 반납한 노장 이상수(35·삼성생명)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일반인 초청 이벤트를 할 때 갔는데 너무 다정하고 자상하게 알려줬다. 그때부터 팬이 됐다”고 했다.
“솔직히 제가 남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는 언니가 권유했고, 탁구장 관장님이 용인해 줘 지도할 수 있었죠. 지도자 자격증도 우연히 개설된 지도자 과정이 있기에 등록했죠. 탁구장에서 지난해 봄까지 지도하고 다시 탁구 치는 데만 전념하고 있는데 ‘자격증이 있으니 이제 주민센터에서 강사를 해보라’는 제안이 온 것입니다.”
그는 어떤 지도자일까?
“뭐 엄격하게 얘기해서 저 또한 초보분들이랑 실력이 비슷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게 제 장점이 됐어요. 그래서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초보자들의 어려움을 잘 모르거든요. 저는 기본기를 중시합니다. 그런데 생활체육 탁구는 기본기보다 탁구 치는 재미를 위해서 온 분들도 있죠. 그분들은 기초적인 것만 알려주고 바로 게임을 하도록 합니다. 기본기가 된 분들에게는 이제 더 잘 치는 지도자에게 배우라고 보냅니다.”
탁구는 중강도 운동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이 한 시간 치면 300칼로리를 소모해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몸풀기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10분만 쳐도 땀이 쏟아진다. 게임을 하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비만 예방 및 다이어트에 좋은 스포츠로도 꼽힌다. 탁구는 좁은 공간에서 라켓으로 2.7g의 작은 공을 치기 때문에 ‘운동량은 많고 부상 위험은 적어’ 최고의 시니어 스포츠로 평가되기도 한다.
탁구는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준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뇌 전문가인 다니엘 아멘 박사는 “탁구는 세계 최고의 두뇌 스포츠”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탁구는 상하체를 모두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손과 눈의 협응력(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활성화)과 반사신경에 도움을 주는 운동이다. 또한 공을 추적하고, 샷과 전략을 계획하고, 스핀을 파악할 때 뇌의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탁구를 치매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어느 날 나이 드신 분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탁구를 열심히 치기에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물었더니 ‘나이 들어 퇴직하고 수영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들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탁구장으로 왔다’고 했죠. 그러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탁구를 시작했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해봐도 그래요. 정말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칠 수 있고, 운동 효과도 좋죠.”
최 씨는 소화능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최 씨는 “식사만 하면 소화가 안 돼 속이 부글거렸는데 탁구를 처음 친 날 배가 고파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먹고 싶은 것 다 먹어도 소화가 잘됐다”고 했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도 탁구 치는 그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지금은 탁구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는 “탁구는 남녀노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칠 수 있는 평생 스포츠”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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