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체포" 한밤 응원봉 들고 나왔다…한남동 모인 2030 맞불집회[르포]

"尹 체포" VS "대통령 지키자"… 주말 아침부터 맞불집회 이어져

4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찬성하는 집회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들고 나온 반면 체포를 반대하는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는 화환을 준비했다. /사진=김지은, 오석진 기자

4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 앞. 체감온도 -4.6도를 웃도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 20대 여성 김모씨는 전날 밤 11시50분부터 친구들과 이곳을 지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두꺼운 패딩에 털모자, 핫팩 등으로 중무장한 김씨는 눈이 충혈된 모습이었다. 그는 "머릿수 채우자는 마음으로 어제 밤에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체포될 때까지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간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윤 대통령 체포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50대 여성은 전날 아침 6시30분부터 12시간 넘게 이곳에 있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는 목도리를 잔뜩 두른 채 "어제 연차내고 이곳에 왔다. 우리도 질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주말 이른 아침부터 한남동 관저 앞에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중장년층 지지자들은 태극기나 화환 등을 준비한 반면 윤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는 2030 집회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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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체포하라" 응원봉 들고 나타난 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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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찬성하는 집회 참가자들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전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을 열고 있다. 집회 측 추산 5000명 시민이 모였으며 경찰 측 비공식적 추산 인원은 1000여명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도로 위에 자리를 잡고 '윤석열 즉각 체포' '내란수괴 즉각 체포' '내란공범 쓸어버리자' 등의 펫말을 들었다. 한 손에는 핫팩, 다른 한 손에는 팬클럽 조명을 든 채 "아침은 온다" 등을 외쳤다.

이날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추위를 견뎠다. 가수 거북이 '빙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핫도그와 컵라면 등을 먹으며 몸을 녹였다. 담요를 3~4개씩 가져와 몸에 두른 채 보온병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곳곳에는 쓰레기를 줍는 자원 봉사자도 눈에 띄었다.

대학생 이모씨(26)는 이날 새벽 5시 첫차를 타고 인천에서 이곳까지 왔다. 그동안 그는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집에만 있어도 뉴스만 볼 것 같아서 머릿 수 채우자는 심정으로 왔다"고 했다.

직장인 나모씨(64)씨 역시 집에서 유튜브 생중계 영상만 볼 수 없어서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그는 "일산에서 아침 8시에 나왔다"며 "윤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체포돼야 하고 구속까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4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한쪽에는 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이 봉투 안에 담겨있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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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통령 지키자" 보수 단체 앞에 놓인 화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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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근처에 맞불 집회로 보수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오석진 기자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지난 3일 오전 6시부터 '탄핵 기각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측 추산 인원은 3000명, 경찰 측 비공식 인원은 400여명이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50~70대 중후반이었으며 곳곳에는 20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다' '새해 소원은 이재명 체포' '사법부 척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해산'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 측 무대를 바라봤다. 사회자가 "그들이 물러섰다"고 외치자 사람들은 꽹과리를 치며 환호했다.

한 쪽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주셔서 감사하다' '배신자들 속 빛난 경호처장 감사' '우리의 대통령 지킵시다' 등의 화환도 수십개씩 줄지어 있었다. 한 지지자는 "20대 여성이 화환 끝에 있는 것 쓰러뜨리고 갔다"며 욕설과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70대 남성 김모씨는 "오전 아침 7시30분부터 나왔다"며 "공수처가 어제 왔는데 돌아가서 너무 좋았다. 체포하려고 하면 지지자들이 관저 앞으로 다들 뛰어갈 것이다. 옳고 그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70대 여성 최모씨 역시 "우리도 열정이 젊은 사람들 못지 않아서 너무 보기 좋다"며 "대통령을 지키다 보면 추위도 다 잊어버린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전날 오전 8시2분쯤 공수처 인력 30명, 특수단 직원 120명을 투입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지만 끝내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호처장은 공조본에 경호법과 대통령 관저가 경호구역이라는 근거로 수색 불허 입장을 냈다.

4일 오전 9시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반대하는 집회 쪽에 화환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