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카톡 비번·친구 목록 알려달라는 유족…부탁 들어줄 수 없나

윤정민 기자 2025. 1. 4. 09: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카카오톡 등 고인 SNS 계정 접속권 제공 요구
"고인 지인에게 소식 전하기 위함"…과기정통부, 기업들과 논의 중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 대다수, 고인 계정 정보 등 미제공
천안함·세월호·이태원 때도 디지털 상속 논란…"제도 개선 필요"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단이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의 유가족 대상 브리핑에 참석해 조사 개괄을 설명하고 있다. 2025.01.03. leeyj2578@newsis.com

[서울=뉴시스]윤정민 심지혜 기자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희생자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등록된 지인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인의 지인에게 빈소 등 소식을 알리는 등 장례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 SNS 운영 기업이 유가족에게 고인 개인정보를 전달한 사례가 국내에서 드물어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유족 요청에 따라 카카오톡 등에 등록된 고인의 지인 정보를 유족에게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련 기업과 검토하고 있다.

유가족대표단은 3일 오전 유가족 대상 브리핑에서 "어머님, 아버님 돌아가시고 자식만 (남은 경우가) 있다. (고인) 지인한테 연락할 길이 없다"며 "유족에 한해서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오픈하는 등으로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둔 국토교통부의 박상우 장관은 "내일(4일) (과기정통부) 관계자가 나와 답변드릴 것"이라며 삼성전자, 카카오 등이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대책위에서 논의했다고 전했다.

카카오도 과기정통부 협조 요청에 따라 참사 희생자의 카카오톡에 등록된 지인 정보를 유족에게 공개할 수 있는지 기술적,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원칙상으로는 친구 내역 비공개

해외서는 활발한 디지털 유산 상속…"국내 제도 개선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 카카오톡 내 '추모 프로필' (사진=카카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은 전반적으로 유족에게 고인의 ID와 비밀번호 등 계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잊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족 요청 시 회원 탈퇴 등 일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 사항으로 "회원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와 같은 계정 정보를 일신전속적(법률에서 특정한 자에게만 귀속하며 타인에게는 양도되지 않는 속성) 정보로 보아 유족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도 이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계정 정보에 해당하는 비밀번호는 복호화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암호화되기 때문에 네이버조차도 이를 알 수 없는 점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 요청 시 회원 탈퇴 처리를 도와주고 있으며 "공개 블로그 등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고서도 일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개된 자료'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편의 제공을 위해 백업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도 "고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카카오 계정 정보를 비롯해 카카오톡 대화, 친구 내역 등의 비공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고인이 계정 정보를 제공할 경우 생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고인의 사생활 정보나 비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특히 카카오톡 대화의 경우 고인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방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앱 (사진=뉴시스 DB)

반대로 해외 기업에서는 디지털 유산 상속을 일부 보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메타도 '유산 접근' 기능을 통해 유족이 고인 프로필 사진 등 일부 정보를 바꿀 수 있다. 유족이 고인 계정을 탈퇴시키거나 추모의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친구를 삭제하는 등의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또 고인이 생전에 기념 계정 관리자로 등록한 사람만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도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망 시 사진, 메시지, 메모 등 데이터를 상속받을 관리자를 최대 5명까지 지정해 접근 키를 부여할 수 있다.

구글도 2013년부터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를 두고 있다. 이용자는 일정 기간 구글 계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진, 이메일, 문서 등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도록 미리 설정해 둘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싸이월드가 이례적으로 고인의 자료를 유족이 상속할 수 있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운영했다. 싸이월드는 지난 2022년 고인이 공개 형태로 둔 사진, 영상, 다이어리 자료를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했다. 다만 고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거나 상속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게시글 등에 대해서는 상속을 제한했다.


싸이월드가 디지털 상속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후 프라이버시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는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고인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기록이 개인의 유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법 조항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 국회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 유산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2023년 국민의힘 의원 시절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계정을 휴면으로 설정하고 이용자가 생전에 정한 방식으로 유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였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카카오톡 친구 내역 등 개인의 일부 디지털 기록이 일신전속적인 권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라며 "예전부터 이러한 이슈가 많았다. 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전에 결정해 유족 등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siming@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