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중국서 또 감염병이…미국도 심상찮다

정심교 기자 2025. 1.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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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워싱턴=AP/뉴시스]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지난 3월26일 공개한 컬러 전자현미경 사진 속에 매딘다비 송곳니 신장(MDCK) 상피세포(파란색)에서 자란 조류인플루엔자 A H5N1 바이러스 입자(노란색)가 보이고 있다. 미 보건 당국은 18일(현지시각)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최초의 중증 질환이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2024.12.19. /사진=유세진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감염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치명률 53%에 달하는 조류독감(AI·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람이 속출하는가 하면, 중국에선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학계에선 '기존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력을 키우기 위해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의 종식을 선언한 지 8개월이 지난 가운데, 새로운 감염병 시대가 또 오는 건 아닌지 주목된다.

먼저 중국을 들여다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HMPV)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중국 전역 호흡기 감염병 감시 상황을 발표하며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 계속 늘고 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HMPV 감염 사례가 중국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14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HMPV 양성 판정이 크게 늘었다는 것.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HMPV는 우리나라에서도 급성 호흡기 감염증의 원인바이러스 중 하나"라며 "이 바이러스는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더 많이 감염되는데, 현재까지는 경증·중등도 수준에 불과해 중증화로 인한 입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HMPV가 '변이'를 일으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 교수는 "HMPV는 본래 하기도(식로 아랫 부분)를 공격할 수 있는 바이러스"라며 "지금보다 하기도를 더 심하게 공격해 폐렴·기관지염을 일으키는 확률을 높이도록 변이를 일으킨다면 패혈증과 호흡부전으로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코로나19처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에서 급증했다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HMPV 때문인지, 아니면 인플루엔자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인지, 계절성 유행인지는 중국 정부 측에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알 수 있다"며 "만약 HMPV가 유독 급증했다면 기존보다 전파력이 강하게 변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최근 4주간의 급성 호흡기 감염증 원인 바이러스 검출 현황'. 급성 호흡기 질환자의 88.3%에게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그중 HMPV가 검출된 비율이 3주 만에 3.2%(49주차)에서 5.3%(52주차)로 늘었다. /자료=질병관리청

사람의 조류독감 감염은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18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루이지애나주에서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독감 환자가 위독한 상태를 보여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H5N1 감염자가 중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DC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해 4월 이후 61명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34명이 모두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다. 감염자 대부분은 젖소 농장 종사자로, 감염된 가금류를 도축하다가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H5N1 바이러스는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여러 바이러스 중에서도 치명률이 가장 높은 '고병원성'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19개국에서 860건 이상의 조류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이들 중 약 53%가 사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WHO는 앞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큰 감염병으로 33가지를 지목하는데, 그중에서도 감염학자들은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3일 인천 남동구 인천대공원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방지를 위해 휴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천시는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확산됨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7일부터 인천대공원 어린이동물원을 휴원한다고 밝혔다. 2025.01.03. amin2@newsis.com /사진=전진환

H5N1에 감염된 사람의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될 것이란 게 의학계의 경고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류독감은 아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 사례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근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 감염 사례가 잦아졌다"며 "지금까지 '사람 간 전파'가 없었지만, 소·돼지 등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후 언제든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사람 간 전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인천대공원은 오는 7일부터 인천대공원 어린이동물원을 휴원한다. 경북도는 지난달 영천시 산란종계 농가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견돼 '조류독감 인체감염대책반'을 꾸리고 24시간 체제의 인체감염 감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엄 교수는 "모든 바이러스는 전파력을 높이기 위해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전파력을 높이고 치명률도 어느 정도 높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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