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원에 판다고 샀더니 설치비가 10배”...엄동설한에 서민 울리는 ‘가짜 보일러’ 주의보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5. 1. 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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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통망을 갖춘 보일러 설치업체 A사는 한 오픈마켓에 30만원대에 콘덴싱보일러를 판매·설치한다며 영업을 하다가 최근 오픈마켓 측으로부터 '소비자 기만' 판정을 받아 거래정지 조치됐다.

일단 관련 설명 없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오픈마켓에서 구매하게 한 뒤, 보일러 판매 특성상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고객 상담 과정에서 '해당 모델은 고객의 평형에 비해 용량이 적으니 상위 모델로 구매해야 한다'거나 '고객님은 정부 지원금 대상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더 비싼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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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에 최대 10분의 1 가격으로 판매 등록
현장서 ‘눈덩이 설치비’ 요구...결국 대리점가 상회
제조사 “생산단가 고려 시 30만원 미만 제품 불가”
무자격 업체 설치 시 화재 위험성도 커져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놓고 다투는 이미지. [챗GPT 생성이미지]
전국 유통망을 갖춘 보일러 설치업체 A사는 한 오픈마켓에 30만원대에 콘덴싱보일러를 판매·설치한다며 영업을 하다가 최근 오픈마켓 측으로부터 ‘소비자 기만’ 판정을 받아 거래정지 조치됐다. A사가 구매 결정 뒤 고객 상담 과정에서 “해당 제품 가격은 차상위계층 지원금 적용 금액”이라고 설명하며 해당 오픈마켓 거래를 취소하고, 60만원대 자사 상품을 계좌이체를 통해 직거래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겨울철을 맞아 보일러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오픈마켓엔 ‘가짜 가격’ 상품이 다수 게재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쿠팡에서 콘덴싱보일러 판매 게시물은 최저 2만9000원대부터 시작해 10만원 이하 상품이 23개나 제시돼 있다. 범위를 30만원대 이하로 넓히면 57개 상품이 검색된다.

이들 오픈마켓 입점업체가 제시하는 제품 가격은 보일러 제조사가 책정한 가격의 최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경동나비엔 공식 온라인몰에서 88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콘덴싱 가스보일러 NCB353 14K 모델의 경우 오픈마켓에서 9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귀뚜라미 공식 온라인몰에서 89만1000원 하는 거꾸로 New 콘덴싱 P10 보일러 18HW는 오픈마켓에서 15만원대에 판매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 상당수가 ‘가짜 가격’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보일러 제조사 관계자들은 “콘덴싱보일러의 생산단가를 고려하면 30만원 이하 제품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짜 가격’ 판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관련 설명 없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오픈마켓에서 구매하게 한 뒤, 보일러 판매 특성상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고객 상담 과정에서 ‘해당 모델은 고객의 평형에 비해 용량이 적으니 상위 모델로 구매해야 한다’거나 ‘고객님은 정부 지원금 대상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더 비싼 제품 구매를 유도한다.

또 실제 설치 과정에서는 현장 특수성을 들며 각종 추가 비용을 요구해 결국에는 일반 공식대리점 가격이나 그 이상으로 최종 비용을 받아내는 식이다. 이들 업체는 대개 현장에서 결제를 취소할 경우 반송료 명목으로 10만원가량을 청구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최종 가격이 제시돼도 취소하기 어렵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를 비롯한 보일러 제조사는 일반적으로 가정 소비자에게 직접 콘덴싱보일러를 판매하지 않고, 보일러 설치 자격을 갖춘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공식 온라인몰도 결국 해당 지역 대리점으로 거래를 인계하는 방식이다. 보일러 제조사들은 ‘가짜 가격’을 통해 보일러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 대부분이 공식 대리점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문제는 공식 대리점이 아닌 경우 보일러 설치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 인력이 보일러 설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보일러와 관련해서는 한국열관리시공협회의 가스시설 시공 관리자, 온수 보일러 시공자, 전국보일러설비협회의 온수온돌 기능사 비롯한 자격증이 있고, 보일러는 특정 자격을 갖춘 자가 설치해야 한다. 무자격자의 보일러 설치는 가스 유출이나 화재 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일러 업계에서는 제조사 공식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피하고, 되도록 공식 대리점 인증 마크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에 표준 설치가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공식 대리점이 아닌 경우 보일러 설치자격이 없는 업자들이 설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온·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해 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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