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감자튀김의 비밀…오바마도 반한 그 맛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5. 1.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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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세] (글 : 김한송 셰프)
 

먹방과 레시피, 와인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스프에서 맛깔나게 정리해드립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재료 중 하나인 감자. 한국에서 감자 하면 강원도지만 미국에서는 '아이다호(Idaho)'로 대표된다. 그런데, 이 아이다호주가 한반도 크기만 하다는 사실! 이번 시간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감자 생산지 아이다호주 감자에 대해서 알아보자.
 

감자의 고장 미국 '아이다호(Idaho)'

감자로 유명한 미국 아이다호주. 미국 북서 내륙에 자리하고 있기에 미국에 살아도 이름만 들었을 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곳이다. 이곳은 북서쪽의 워싱턴주, 오리건주를 마주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몬태나와 와이오밍주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주 면적은 21만 7천km²로, 한반도 전체 면적만 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로키산맥 서쪽에 걸쳐 있는 아이다호주는 자연이 험준한 산악지대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평지는 적은 편이다. 반대로 감자를 생산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받는데, 미국 전체 감자 생산량의 3분의 1가량이 아이다호주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감자=아이다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다호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감자의 품종은 '러셋 버뱅크(Russet Burbank)'다. 미국 육종학자 루서 버뱅크가 1871년 미국에 보급했으며, 20도 안팎의 서늘한 날씨가 1년 중 140일 이상 지속되어야 재배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생산이 힘들다. 감자는 사실 '전분' 덩어리인데 전분 함량에 따라서 '분질(Starchy)'과 '점질(Waxy)'로 나뉜다. 전분 함량이 높은 것은 분질 감자, 전분 성분이 낮아서 수분이 많은 감자는 점질 감자로 부른다. 분질 감자는 잘 부서져서 감자튀김 등 튀긴 요리에 최적화되어 있고, 점질 감자는 잘 부서지지 않아 스튜나, 국 등에 적합하다. 아이다호에서 생산되는 러셋 감자는 생긴 모양이 둥글둥글하고 길쭉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 프렌치프라이를 만들기에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햄버거 회사에서는 아이다호주의 러셋 감자를 활용해 프렌치프라이를 만든다.

 

아이다호 감자왕

1920년대 초, 조 마셜(Joe Marshall)은 아이다호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부였다. 하지만 그는 아이다호주의 감자가 단순한 감자가 아닌 전 세계를 평정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믿었다. 그는 늘 동네 식당에 가면 '이 감자는 아이다호에서 온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요!'라고 외쳤고 감자를 먹어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 마셜은 조금 더 획기적인 방법을 떠올린다.
 
'이 감자가 당신이 먹어본 감자 중 가장 크고 맛있지 않다면, 제가 트럭 한 대 분량의 감자를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If this isn't the biggest and best potato you've ever seen, I'll send you an entire truckload for free.)

라는 문구와 함께 뉴욕 주지사에게 10파운드짜리 감자를 보낸 것이었다. 뉴욕 주지사는 아이다호주의 감자 크기에 깜짝 놀라며 미국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되게 된다. 이 마케팅은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아이다호주의 감자는 미국 전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계속 감자, 감자 말하니 일부에서는 밭고랑에 앉아서 감자를 캐는 영세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아이다호의 감자밭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규모에서부터 압도한다. 미국의 다른 농업 분야처럼 감자 농사 역시 모든 것이 기계화, 자동화로 구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어지간한 자본 없이는 쉽사리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몇만 평씩 농사를 짓는 것은 기본, 대를 이어 농사를 짓기 때문에 엄청난 부를 누리고 있는 곳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심플로트(Simplot)가 있다.

1909년 1월 4일 아이다호주에서 태어난 잭 심플로트는 어릴 적부터 가족의 사업을 도와 감자를 재배, 보관 유통하는 일을 집중하였고, 1929년 남부 아이다호에 농산물 회사를 설립한다. 이후 1941년 자신이 직접 건조기를 제작, 건조 감자와 양파를 아이다호주 칼드웰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미 연방정부와 맺은 계약 하에 약 1만 5천 톤의 건조 감자를 미군에 공급하기도 하였다.

이후 냉동 감자를 테스트하던 중 통조림과 급속 동결 건조 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1940년도 말 최초의 상업적 냉동 감자를 생산하게 된다. 1967년 맥도날드 창업자인 레이 크룩(Ray Kroc)과 계약을 하게 되고 심플로트의 냉동 프렌치프라이는 맥도날드 체인에 독점 공급하기로 합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심플로트는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고 현재는 폭넓은 식품농업 회사로 전 세계 1만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국의 감자는 삶아서 소금만 찍어 먹어도 담백한 맛이 일품인 반면 아이다호 감자는 삶으면 싱겁고 퍼석퍼석해져 별 맛이 없다. 대신 아이다호의 감자는 튀기면 정말 맛있게 변하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프렌치프라이에 최적화된 맛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사랑했던 '파이브가이즈(Five Guys)' 버거는 아이다호에서 나는 감자만 사용하며, 그것도 위도 42도 위쪽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 쓴다. 감자는 천천히 자랄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위도 42도 위쪽 지역은 일교차가 커 감자가 자라는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재료 수급으로 인해 파이브가이즈는 생감자를 튀겨주는 프렌치프라이 맛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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