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상여금? 월급명세서 50만원이 깎였다…여수의 눈물 [세상&]
여수 석화 ‘빅4’ 3분기 누적 손실 5000억원
“30년 일했는데 정년 못 채울까 걱정”

[헤럴드경제(여수)=이영기 기자] 여수시의 경제를 지탱하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 어업과 함께 여수 경제를 지탱하는 주축이다. 2022년 말 기준 누적 생산액 101조7000억원. 누적 수출액은 388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과거 돈이 넘쳐난다고 했던 여수의 화려했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여수산단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여수산단의 핵심 산업군인 석유화학은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적자를 보이며 어둠의 터널에 진입한 지 오래다. 여수시의회는 작년 6월 “지역 경제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27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여수산단 곳곳에는 극심한 침체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직원들의 낯빛도 어두웠다. 여수의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사상 초유의 침체기를 지나는 롯데케미칼의 제1공장 앞에서 만난 직원들은 산업의 위기가 피부로 와닿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 회사에서 3년가량 일한 협력업체 직원 A씨는 “최근 월급을 보면 회사의 힘든 사정이 확 와닿는다”라며 “초과근무가 줄다 보니 월 수령액을 잘 받을 때보다 40~50만원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1공장에서 6년을 일했다는 다른 협력업체 직원 B씨는 “한두 달 전부터는 화요일 아침마다 나오던 간식도 사라졌다”며 “간식까지 사라지니 자리나 지킬 수 있을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 회사 사정이 좋아서 공장 증설을 할 때 협력사 직원 주차장은 공사 인력이 타고 온 차들로 빼곡했다”며 “(주차장을 가리키며) 지금은 텅텅 비었다. 예전에 비해 활기가 떨어진 게 피부로 와닿는다”고 덧붙였다.
업계 매출 1위 LG화학 직원들도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여수산단 내 LG화학 여수공장 앞에서 만난 파트장급 직원 C씨는 “30년 가까이 근무하고 정년이 얼마 안 남았는데 그사이에 직장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데 돌파구는 없으니 규모만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씨는 “중국 제품이 국내 제품보다 품질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가격이 30% 정도 싸다”며 “최근엔 대안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얘기하는 데, 내놓을 거면 벌써 만들어냈다. 돌파구가 없다”고 한숨 쉬었다.
상황이 이러니 설 명절을 한 달 앞뒀지만 상여금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또 다른 LG화학 3년 차 직원 D씨는 “명절 한 달 전쯤에는 어느 정도 상여금 얘기가 나온다”며 “좋을 때는 기본급의 400~500%도 나왔는데 지금은 얘기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산단 내 기업과 근로자의 위축된 심리는 인근 편의점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산단 내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E씨는 “12월은 각 부서가 법인카드를 소진해야 하는 때라 커피믹스, 간식 등이 잘 나가는 ‘대목’이다”라며 “매년 12월이면 하루 매출이 300만원을 오갔는데 올해는 1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암울한 분위기는 여수 산단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 탓에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산업의 주요 기업인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빅4’의 실적은 그야말로 급전직하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은 상황이 심각하다.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3분기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약 6600억원에 달한다. 결국 여수 산단 제2공장의 5개 라인 중 2개 라인은 가동을 중단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81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2024년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겨우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성기와 비교하면 이익 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 LG화학의 영업이익은 약 4983억원으로, 전년 동기(8604억원)와 견줘 42%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같은 기간 842억원에서 651억원으로 22.7% 줄었다. 지난 3분기 기준 ‘빅4’의 누적 영업손실은 약 5012억원까지 늘어났다.

여수 산단의 석유화학 기업을 지원하는 여수상공회의소의 진단도 암울하다. 고유가, 100%를 코 앞에 둔 중국의 원료 자급률, 원유 수급이 수월한 중동 석유화학 산업의 부상 등 대외적 문제가 누적되는 가운데 또렷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수상의 관계자는 “중국을 따돌리려면 누구나 만들기 쉬운 제품인 ‘범용 제품’을 넘어야 한다”며 “그럼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페셜티’로 전환해야 한다. 아직 국내 기업이 우위에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문제는 스페셜티를 위한 공장이 필요한데, 980만평의 여수 산단 내에 새 공장을 지을 부지가 없다”며 “없는 부지를 찾아내기도 힘든데, 투자를 받아 고부가가치로의 전환해야하니 대단히 어렵다”고 내다봤다.
여수상의는 다방면으로 여수 석유화학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기반으로 여수를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중앙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각종 금융·고용 안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 선정이 절실하다”며 “그래야 대기업과 협력업체, 중소기업에 금융 재정 지원 등이 가능해지고 소상공인 경영 안정 자금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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