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결정짓는 ‘무당층’의 70%는 차기 대권에 ‘의견 유보’, 왜?

변문우 기자 2025. 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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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딜레마…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압도적 1위, 확장성은 ‘아직’
‘민심과 당심’의 괴리 큰 與…강성 지지층 결집할수록 멀어지는 중도층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판가름할 헌법재판관 '8인 체제' 퍼즐이 맞춰지면서 대선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별의 순간'을 잡으려는 대권후보군은 '이재명 1강(强)' 독주 속에 범여권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범여권에서는 한동훈·오세훈·홍준표·안철수·이준석·유승민 후보 등이 나설 전망이다. 대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은 여전히 차기 대권후보로 누구를 선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무당(無黨)층에선 70%가량이 의견을 유보하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조기 대선까진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또 여야 대선주자들의 윤곽이 분명하게 나오진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서 대권주자들의 별의 순간을 좌우할 핵심 키인 중도·무당층 대다수가 이재명 대표,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여야 대권주자들에게 마음을 쉽사리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연말·신년부터 쏟아진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독보적 1위를 달리는 주자는 단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한국갤럽 조사(2024년 12월17~19일 유권자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5.5%)에서 이 대표는 37%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마저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 달 만에 한 자릿수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이재명 대항마'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시사저널 박은숙

'캐스팅보터' 중도·무당·2030 표심 오리무중

동아일보 조사(리서치앤리서치 의뢰, 2024년 12월28~29일 유권자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9.3%)에서도 이 대표는 39.5%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범여권 후보들과 압도적 격차를 보였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 조사(엠브레인퍼블릭 의뢰, 2024년 12월29∼30일 유권자 1006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5.3%)에서도 35%, 경향신문 조사(메타보이스 의뢰, 2024년 12월28∼29일 유권자 1020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9.8%)에서도 33%로 '이재명 천하'를 입증했다.

하지만 대권 향방을 좌우할 중도·무당층 민심은 녹록지 않은 상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권주자를 택하지 않은 '의견 유보' 비율은 35%에 달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인 2017년 1월 2주 차 조사에서 '의견 유보'가 13%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무당층에선 73%가 의견을 유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조사에서도 31%는 차기 대선후보로 적합한 인물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무당층은 62%에 달했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22%가 동일하게 의견을 유보했으며, 무당층 비율은 64%였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톡톡히 한 2030세대 표심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는 54%, 30대는 37%가 의견을 유보했다. 경향신문 조사에서도 20대 43%, 30대 36%가 의견을 유보했고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20대 39%, 30대 26%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들이 대세인 이 대표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첫 번째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선 무죄를 받았으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에서는 항소심과 최종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2심 판결은 오는 2월, 최종 판결은 5월까지 선고돼야 한다. 이르면 조기 대선 전에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서울시 제공·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박은숙

李 '우클릭' 행보 효과 미미…방정식 해법은?

이런 상황이 정치인의 도덕성이나 흠결에 가장 민감한 중도층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략파트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 3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탄핵 위기에 몰린 윤 대통령과 동일 선상에 서게 되는 것"이라며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는 데도 중도층마저 '이재명은 안 된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중도층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측면에 대한 비토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결과 유죄가 나오면 대선후보를 그만둬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이재명 일극' 민주당 체제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이 결집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후로 당 내부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줄어든 상황이다. 반대로 탄핵 국면 전후 거야의 힘 과시는 예산 정국 등에서 여권과의 타협 없이 강행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야권이 2024년 12월29일 발생한 항공 참사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대응력이 약화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전략파트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난 타개에 관심이 없다고 여겨 중도층도 실망하는 것 같다"며 "최근 포털 등 온라인 여론에서도 '무정부 상태' '사회 안정' '컨트롤타워 부재'가 핵심 키워드로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미지 속에서 '이재명표' 민생·경제 정책은 중도층의 마음을 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 대표의 대표 정책인 '전 국민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 정책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또 이 대표가 지난 대선부터 시그니처로 내세워온 기본사회 정책도 전 국민에게 보편적 호응을 받고 있진 못하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중도층은 일반적인 근로 활동과 경쟁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계층이 대다수"라며 "이들에게 기본사회는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이상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 대표가 당초 당론을 번복하고 내세운 '우클릭' 정책들은 '외연 확장'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500만 주식 투자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취지로 당론을 번복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낸 후 '상법'까지 손보는 중이다. 이에 경영 리스크가 커진 재계에서 극심하게 반발하자, 이 대표는 '배임죄 재검토'를 꺼내들며 정책 기조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가상화폐 과세(코인세)' 시행도 유예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집 나간 보수층과 중도층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딜레마' 에 담긴 고차방정식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국민도 일단 '계엄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에 대해선 적극 찬성이다. 하지만 이후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플랜B가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강성적인 이미지만 보이고 민생에선 제대로 일관된 주도권을 보이지 못하면서 중도층이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도 물밑에서 조만간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중도층을 잡을 전략을 활발히 구상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이 대표는 원래부터 본인이 '실용주의'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며 "혹여 탄핵 이후 조기 대선 정국이 다가온다면 숨어있던 중도층과 샤이 지지층을 겨냥한 정책을 선보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이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권 교체의 기로에 놓인 국민의힘은 외연 확장 전략이 더욱 요원한 상황이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최근 강성 지지층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예상외로 선방하고 있는 당 지지율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 조사(2024년 12월26~27일 유권자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4.6%)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25.7%)보다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26.7%p까지 벌어졌던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15.2%p로 좁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일인 2024년 12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수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강성 지지층만 보는 與…"당심-민심 괴리"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도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된 것에 대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금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공석인 헌법재판관 자리에 2명의 후보자를 임명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서도 "심각하게 유감"이라며 사실상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윤상현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오히려 전광훈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의장이 주도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지 못했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목소리까지 냈다. 결국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면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를 이용해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계산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질수록 국민의힘이 조기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을 중도층을 포섭할 골든타임을 더욱 흘려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유력 후보로 꼽히는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재명 대표 한 명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기조로는 사실상 반전을 꾀하긴 어려운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어차피 보수는 대선에서 졌다고 보는 여론이 많기 때문에 누가 나와도 승산이 없는 상황이다. 본선 경쟁력이 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배신자 프레임으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심(당원 의중)과 민심이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 국민의힘엔 최대 딜레마"라고 비판했다.  

※ 이번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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