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밝힐 K기술] 기뢰 탐지하고 산불 끄고… ‘자유자재 변신’ 국산 헬기 수리온
무기 실으면 전투용, 물탱크 달면 소방형
이달 중순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예고에 이어 대통령·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사태 등으로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라 안팎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을 빛내는 기업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달 30일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회전익(回轉翼·헬리콥터 등 중심축을 중심으로 회전해 양력이 생기는 날개) 동. 이곳에서 정비사 2명은 블레이드(프로펠러)도 없고, 도색도 안 된 10여m 크기의 헬기 뼈대에 붙어 있는 수백여 가닥의 각종 케이블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 기체는 2026년 납품을 목표로 개발 중인 소해(掃海)헬기다. 소해헬기는 최첨단 센서로 수중의 기뢰를 탐지해 제거하는 기종이다.
소해헬기의 모태가 된 기종은 한국형 기동헬기(KUH·Korean Utility Helicopter)인 수리온이다. 수리온은 육군이 운영 중이던 노후 기동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06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2012년 1호기 인도를 시작으로 군은 작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총 200여대를 인도받으면서 전력화를 마무리했다. KAI는 수리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상륙공격헬기(MAH·Marine Attack Hrlicopter)와 의무후송 전용헬기 메디온 등 9개의 파생형 헬기를 만들고 있다.
전력화가 끝난 수리온 라인은 작업대가 비어 있었지만, 양 옆 라인에서는 파생형 헬기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왼쪽에선 소해헬기와 함께 상륙공격헬기 시제기(시험 비행을 위한 기체)의 유압계통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해양청·산림청·소방청 등 목적에 맞게 개량된 헬기들도 조립되고 있었다. 오른쪽에선 직원들이 소형무장헬기(LAH·Light Armed Helicopter) 미르온 양산 3·4호기에 붙어 조립을 위해 부품 크기를 재고 있었다.
1만7851㎡(5400평) 규모의 회전익동 자체는 거대한 플랫폼이었다. 수리온의 첫 수출을 가능하게 한 것도 이런 플랫폼 덕분이다. KAI는 지난달 23일 이라크에 수리온 2대를 수출했다. 국산 헬기의 첫 수출로 금액은 1억달러(약 1470억원)였다. KAI는 수리온 수출을 타진하며 해외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기능에 맞게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라크는 소방용 헬기로 사용하기 위해 수리온을 구매했고, KAI는 물탱크를 장착하기 위해 개량했다. KAI 관계자는 “용도에 맞게 변신이 가능한 플랫폼이 KAI만의 기술”이라고 했다.
한 플랫폼으로 여러 종류의 헬기를 만드는 것은 수입국 입장에서도 여러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KAI의 기동 헬기와 소방용 헬기를 구매하면 같은 기종이기 때문에 수입국은 부품을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다. 또 조종사 교육 비용도 적게 든다.
이날 회전익동 격납고에서는 수리온과 미르온 등의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재 수리온의 파생형 헬기에는 KAI의 자체 개발 기술인 진동 저감기술이 적용된다. 능동형 진동 저감장치(AVCS·Active Vibration Control System)로 불리는데, 블레이드 안의 질량을 조절해 진동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유영호 항공기시스템기술2팀 과장은 “초기 수리온은 진동이 심하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수차례 성능을 개량하며 진동의 원인을 파악했고, AVCS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정익(固定翼·항공기 동체에 고정된 날개)동과 연결된 격납고에서는 고등훈련기 T50의 1호 시제기가 엔진 시동을 걸고 후미 날개를 움직이고 있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약 10명의 직원이 T50 주변을 돌며 비행 전 점검에 한창이었다. 이 1호기는 2002년 8월 개발된 것으로 20여년 간 내부 부품이 수도 없이 바뀌었다. 공중 급유 장치가 추가됐고, 장착돼 있는 기계식 레이더가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상휘 KAI 항공기생산실장은 “T50의 시제기와 플랫폼으로 시험 비행을 하며 각종 체계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 플랫폼을 통해 KF-21의 개발까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시제기를 포함해 T50 시제기 4대는 이날까지 총 1400여회를 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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