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 '귀신 소리' 속 DMZ 초교 졸업식…JSA 대원들 실탄 경계
北 기정동 마을까진 불과 2㎞, 인공기 펄럭…판문각선 남측 주시
남북한이 싸움 없고 전쟁 없이 통일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대성동 마을은 'DMZ 내에 남과 북 각각 하나의 마을을 두고 거주 및 영농활동을 할 수 있다'란 6·25 정전협정 조항에 따라 1953년에 조성됐다. 현재 46세대 18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주로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차량 내비게이션으로는 찾아갈 수 없는 이 마을 안에선 상거래도 금지돼 있어 슈퍼마켓도 찾아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DMZ 안에 있는 북한의 기정동 마을과는 불과 2㎞가량 떨어져 있다. 기정동 마을엔 늘 그렇듯 북한의 인공기가 높이 솟아 펄럭이고 있었다.
대성동초교의 졸업식이 열린 3일 오전 9시 30분쯤에도 북한은 남한을 향해 소음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 북한의 소음공격이 시작된 건 지난 9월 말부터였으니,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귀신 소리' 또는 돌고래 울음소리 같다고 말하는 소음은 북한과 가까운 높은 지대에서 더욱 크게 들렸다. 기자가 소음을 청취한 곳보다 300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었던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집에선 이 소음이 더 크고 선명하게 들릴 터였다. 다만, 방음시설이 있는 학교 안에선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최근에 (지자체가 각 집에) 방음을 해줘서 소리가 작아졌다. 공부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라는 게 신 양의 설명.
최근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는 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날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장병들은 권총과 실탄 등으로 무장한 채 학교 주변을 경호했다. 지난해엔 이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 1사단장이 졸업식에 참석했지만, 올해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현 (북한과의 갈등) 상황 때문"이라고 전했다. 늘 비상경계태세라는 이야기다.
학교의 북쪽 방향 외벽으로는 방탄 벽돌이 쌓여있고, 남쪽 방향과 달리 창문이 작게 만들어져 있었다. 북한의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한 것이다. JSA 안보견학관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북한 판문각엔 북측 병사가 검은색 마스크와 선글라스, 장갑을 착용한 채 건물 앞에 나와 남측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졸업생은 신 양을 비롯해 파주 문산 집에서 등하교를 한 강하늘·성유찬·이유찬 군 등 총 4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문산읍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다. 1968년 개교한 대성동 초교는 이들의 졸업으로 모두 2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게 됐다. 이 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10명 이하로 줄어 폐교 위기를 겪었지만, 2006년 공동 학구로 지정돼 다른 지역 학생의 입학이 허용되면서 현재는 한 학년당 5~6명의 학생을 두게 됐다.
졸업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졸업생들이 남북 평화에 도움이 되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랐다.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대성동초교가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라며 "전 세계 평화와 대한민국 통일에 큰 기여를 하는 거목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일룡 교장도 "졸업생들이 이 땅의 평화와 미래를 이끄는 인재로 자라줄 것"을 당부했다.
강인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겸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참모장(소장)은 "졸업생들은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일에 대한 큰 비전을 실천했다"라며 "미래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달라"라고 했다.
또한, 존 와이드너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소장)은 "대성동초교는 단순히 초등학교가 아니라, 희망과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복잡한 곳인 DMZ 안에서도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는 건 우리가 뭘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DMZ에서의 경험을 통해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 평화의 소중함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을 기대했다.
졸업생들은 이날 관악기 오카리나로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세상을 치유해요)를 연주하며 졸업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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