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밖에선 대남 확성기 방송, 안에선 '힐더월드'…DMZ 유일 대성동초교 졸업식 풍경

옥승욱 기자 2025. 1.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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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제56회 대성동초교 졸업식 진행
올해 신지은·이유찬·성유찬·강하늘 4명 졸업
졸업생, 평화 상징 'Heal the world' 오카리나 연주
[파주=뉴시스] 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학교인 대성동초등학교에서 제56회 졸업식이 진행됐다. (사진=유엔사 제공) 2025.0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파주=뉴시스] 옥승욱 기자 = 대한민국 최북단 마을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마을. 지난 3일 오전 9시 30분경 이 곳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것은 1km 남짓 떨어진 북한 기정동마을에서 들려오는 스산한 대남 확성기 방송이었다.

마치 귀신울음소리 같기도 한 대남 방송은 밤낮 시도때도 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귀를 울리던 대남 방송은 이날 대성동마을을 찾은 목적인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장에 들어서자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전체에 완벽에 가까운 방음장치가 설치된 덕분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성동초등학교 2층 강당에서는 제 56회 졸업식이 진행됐다. 1968년 개교 이후 56년간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올해 졸업생을 포함해 230명에 달한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학교인 이 곳에서는 올해 4명의 학생이 졸업했다. 주인공은 신지은 양(13세, 이하 동일), 이유찬, 성유찬, 강하늘 군이다.

올해 졸업생 가운데 이 곳 대성동마을에 거주하는 학생은 신 양이 유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DMZ 바깥 파주 문산읍에서 통학을 했다고 한다.

[파주=뉴시스] 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학교인 대성동초등학교에서 제56회 졸업식이 진행됐다. (사진=유엔사 제공) 2025.0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졸업식장인 2층 강당에 들어서자 '소중한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빛나는 너희들을 응원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평화로운 졸업식장과 달리 대성동초등학교 교문 앞에서는 무장한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병력들이 학교를 에워싸고 혹시나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했다.

100석 남짓 자리가 마련된 행사장은 여느 초등학교 졸업식처럼 재학생들이 참석해 축하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대신 곳곳에 제1보병사단, JSA 경비대대, 중립국감독위원회, 군사정전위원회 등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학부모, 파주시, 파주교육지원청, 통일부 등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대성동초등학교에서만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졸업식은 개식사, 국민의례, 학사보고, 졸업장 및 학교장상 수여, 대외상 및 기념품 수요, 학교장 회고사 및 내빈 축사, 축하영상 시청, 축하공연, 교가제창, 폐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대성동초교를 직접 찾은 군정위원회 수석대표 강인규 육군 소장은 "오늘 졸업하는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생들은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일에 대한 큰 비전을 실천했다"며 "미래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더해주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원대한 꿈과 성공을 이뤄가는 소중한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행사간 졸업생들은 1군단장상, 군사정정위 수석대표상, 1보병사단장상, 통일부장관상, 경기도교육감상, 파주시장상, 박정 국회의원상, 윤후덕 국회의원상 등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많은 대외 표창을 수상했다.

각 표창마다 기념품까지 더해지며 졸업생들 양손은 점점 무거워졌고,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파주=뉴시스] 3일 오전 열린 제56회 대성동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오카리나로 평화의 상징인 'Heal the world'를 연주하고 있다. 2025.01.03. okdol99@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김경일 파주시장은 대남방송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언급했다.

김 시장은 "지난해부터 대성동마을은 대남 확성기 소음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방음 시설로 조금 나아졌으나 그동안 학생들이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렸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인건 그런 와중에도 학생들이 훌쩍 자리 이렇게 졸업까지 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중학교로 진학하는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파주시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행사 중간에는 1~5학년 재학생들이 떠나는 선배를 위한 축하영상도 상영됐다. 행사장 오른편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영상을 시청하던 졸업생들은 감동적인 후배들의 영상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행사를 위해 먼 발걸음을 해준 참석자들에게 오카리나 공연도 선보였다. 한국식오카리나협회 김준모 대표와 이들 졸업생이 함께 연주한 곡은 마이클잭슨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였다.

남북이 끝없이 대치 중인 가운데 비무장지대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졸업생들이 평화를 꿈꾸며 직접 연주해 준 이 곡은 참석자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졸업식이 모두 끝난 뒤 기자를 만난 신지은 양은 남북관계가 다시 예전과 같이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 곳에서 태어나 2살부터 쭉 자랐다고 밝힌 신 양은 "남북관계가 안좋으면 (북한이) 갑자기 쳐들어 올 수도 있고 하니 불안하다"며 "앞으로 남북이 싸우지 않고 전쟁없이 통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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