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판받을 대통령, 책임 커진 야당”…민주, 탄핵 정국서 ‘총선백서’ 발간
‘尹 정권 심판’ ‘나라 살리기’ 투트랙 총선 기조…‘수권정당’ 면모 부각도 주효 자평
‘이재명 안정적’ ‘한동훈 돌출형’ 리더십 비교…“李, 민생 공감 메시지에 집중”
총선 메시지 키워드 분석도…이재명은 ‘경제’ 577회, 한동훈은 ‘범죄자’ 541회
‘비명횡사 공천’ ‘선거제 당론’ 논란엔 “눈앞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 고수”
(시사저널=변문우‧강윤서 기자)
"국민이 승리한 선거, 민주당이 따라야 할 민의." "헌정사 최초로 제1야당이 단독 과반을 얻은 선거." "대통령 임기 중간 총선 중 집권여당의 가장 큰 패배."(더불어민주당 22대 총선백서)
탄핵 정국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 이후 9개월 동안 미뤄온 총선백서를 1월2일 최종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서에는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주창했던 '정권심판론'은 물론, 민주당의 '수권정당'으로서 면모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특히 선거를 지휘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안정적 리더십'으로, 카운터파트너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돌출형 리더십'으로 각각 평가해 비교한 대목도 있었다. 총선 악재로 떠올랐던 '공천 파동' 논란에 대해선 "눈앞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고수해 이슈를 타개했다"고 평했다.
3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제22대 총선백서 TF(태스크포스)는 지난해 말까지 총선백서 집필 작업을 완료했다. 백서 제목은 《국민이 승리 했습니다》다. 백서 인쇄본은 1월2일 민주당 공보국을 비롯한 당 조직과 국회의원실에 각각 배포된 상태다. 당초 TF는 지난해 8월쯤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었으나 이후 전당대회와 재보궐선거, 국정감사에 이어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발간 일정이 불가피하게 미뤄졌다는 전언이다.
백서에는 총선 결과와 조직, 홍보, 디지털, 정책, 전략 등 영역별 총선 평가가 담겨 있다. 또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별 활동 내용에 대한 피드백도 함께 들어있다. 이재명 대표는 백서 발간사에서 "헌정사상 야당이 이처럼 다수 의석을 차지한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고 평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운명은 경각에 달했다"며 "역사적 갈림길 위에서 국민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민생 고통을 덜고 나라의 내일을 여는데 앞장서라는 뜻을 전력을 다해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안정된 리더십과 민첩한 이슈 대응력 발휘"
백서는 평가 총론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국민이 승리한 선거, 민주당이 따라야 할 민의"라며 "헌정사(13~22대 총선) 최초로 제1야당이 단독 과반을 얻은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대로 여당 입장에선 "대통령 임기 중간 국회의원 선거 중 집권여당의 가장 큰 패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높은 부정평가 민심 위에서 야권은 더욱 큰 정치적 책임 짊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대통령 내외의 부정부패 의혹, 폭주와 불통 정치로 한국 정치는 최악의 대결 정치로 갔다"며 "경제성장률은 추락하고 물가는 폭등하는데 소득은 늘지 않아 최악의 경제가 됐고 민생은 불안한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또 "이태원‧오송 참사, 잼버리 파행, 부산 엑스포 실패 등 전방위적 무능으로 국민은 불안에 떨고, 국격 추락을 초래했다"며 "직무수행 긍정-부정율 격차가 탄핵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에 비견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선거운동 전략은 '윤석열 정권 심판'과 '대한민국 살리기' 투트랙 기조로 수립돼 전체 선거 판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의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부각하는 '선거 캠페인'과 '정권심판론 홍보전략 및 슬로건'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정책 면에서도 저출생‧지방균형‧서민부담 경감 등 '삶의 질 수직상승' 정책공약을 발굴해 총선용 브랜드화 성과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심에 공감하고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민주당" "이념이 아닌 실질, 정치싸움이 아닌 민생이슈에 집중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이 대표의 선거운동 전략에 대해선 "국민의 민생 고통에 공감하는 메시지를 제시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이 대표는 3월4일~4월6일까지 110회 연설에서 '경제' 577회, '세금' 272회, '미래' 245회, '예산' 237회를 거론하며 경제 민생 현안 중심 정권심판론을 전개한 반면, 한동훈 전 대표는 동일 기간 '범죄자' 541회, '조국' 492회, '이재명' 470회를 거론하며 공격과 대결정치에 치중한 것과 비교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선 "안정된 리더십과 민첩한 이슈 대응력을 발휘했다"며 당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겸했던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함께 성공적 역할 분담을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한동훈 전 대표만 돌출 부각됐던 여당의 선거운동 리더십에 비해 안정적으로 선거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종섭 논란'이나 대통령의 '대파 사태' 등 이슈 심각성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처해 이슈화시키는데도 성공했으며, 전략적 선거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유능한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부각시켰다고 평했다.
선거 중간 악재로 떠올랐던 이른바 '비명횡사(비이재명계 후보들의 공천 대거 탈락) 공천'이나 '선거제 당론' 논란에 대해선 "원칙 고수 의지와 돌발 상황 대처 순발력이 조화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공천은 개인과 계파 이해에 따른 논란, 보수언론의 프레임 공격에 노출됐으나 선출직공직자 평가와 시스템, 당원 민심에 따른 경선 기본틀을 유지했다"며 "특히 지난해 2월 공격이 집중됐으나, 결국 주요 인사들의 대승적 승복과 주요 공객 대상 후보들의 경선 승리로 논란의 지속적 영향을 차단하고 이슈를 최소화했다"고 평했다.
"중도확장에 필요한 것은 '우편향' 아닌 '실용주의'"…차기 대선 기조?
이번 총선 과정에서의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도 제기됐다. 백서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지역구 과반 득표가 안정적이고 지속적 지지 기반에 의한 것이라 하긴 어렵다"며 "전체 선거 득표율을 보면 국민의힘과의 양당 격차는 5.4%포인트(160만 표) 차에 불과하고, 선거 만족도도 국민의 53%만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지적했다. 또 영남권에서도 권역별 특화된 정책과 메시지 전략 부족으로 패배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총선 민의를 굳건한 민주당 지지로 전환하기 위한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도층과 정치 저관여층의 민주당 지지를 지속시키기 위해 중도확장 전략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편향'이 아닌 '실용주의', '개혁과제에 대한 성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면서 "사회경제 양극화와 글로벌 경제 전쟁의 심화로 가중되는 민생고통과 불안을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다가오는 조기대선 정국에서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의 공약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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