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의록 증거 채택 반대, “헌재는 전쟁의 땅”…尹측의 방어 논리는
“다른 탄핵사건 심리부터” “탄핵사유 조정시 국회 재표결해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다양한 방어 논리를 폈다. 핵심 인물들의 증언이 담긴 국회 회의록을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가 하면, 다른 국무위원의 탄핵 사건부터 먼저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와 국회 측이 일부 탄핵 사유를 조정하려는 데 대해서도 "국회에서 재표결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 구성도 문제 삼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판관 임명 절차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가결 정족수는 200석인데, 국회 표결 당시 찬성표가 이에 미달하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집단과 집단이 대결하는 장으로 전쟁의 땅"이라는 비유까지 등장했다.
"내란죄 탄핵사유 철회하곤 탄핵 판단할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두 번째 변론 준비기일이 열린 3일.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는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이날 윤 대통령 대리인단으로는 첫 준비기일에 출석한 배보윤·배진한 변호사가 다시 나왔다. 새로 선임된 김계리·도태우·서성건·최거훈 변호사도 방어전에 나섰다.
먼저 쟁점이 된 사안은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 조정이다. 국회 측은 지난 2024년 12월27일 첫 준비기일에서 형법상 내란죄 대신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헌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를 좁히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상계엄의 위헌 요소를 쟁점화하겠다는 취지다. 도태우 변호사는 그러나 "소추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다면 이는 국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이 문제는 1시간20분 동안 기일이 진행될 때마다 재차 거론됐다.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를 철회한다면 국회에서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배보윤 변호사는 특히 "탄핵 사유를 필요하면 넣고 빼는가"라며 "소추의결서에는 헌법 위반과 관련해 수십개가 담겼는데 구체적 증거도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청구인 측이 증거로 낸 것은 언론보도에 불과할 뿐 구체적 증거 관계는 내지 않고 있다"며 며 "이는 정상적인 적법 절차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특히 "(탄핵 사유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청구인 측의 주장이 재판관 심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내란죄를 평가하지 않은 채 탄핵만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이와 내란죄는 별개인데, 통치행위에서 내란죄를 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배경에서다.
"공문서인 국회 회의록 무한정 받아들이면 안 돼"
윤석열 대통령 측은 증거 채택 역시 반대했다.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겠다면서 증거로 신청한 기록들이 내란죄 관련 수사기록들"이라는 것이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한다며 발부받은 체포영장도 위법하다"고도 덧붙였다.
국회 회의록은 이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핵심 인물들이 내놓은 증언이 담긴 공문서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절차와 관련해 국회의 절차 위반을 우리가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데 국회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공문서로써 모두 적법한 증거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 회의록 등이 증거로 채택되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동시에 대통령 탄핵에 앞서 접수된 사건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이번 비상계엄 선언의 배경은 야권의 무차별 탄핵인 만큼 앞서 제출된 국회의 탄핵소추가 정당했는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 탄핵을 먼저 한 이후 줄탄핵된 다른 사건을 기각하면 거대 야당의 탄핵권 남용,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마비 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했다.
의견 밝히라는 헌재에 "언론이 워낙 적대적이다"
언론 보도 역시 문제 삼았다. 정형식 재판관이 국회의 군경 투입 배경, 국무회의 회의록 여부 등과 관련한 답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쟁점이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정 재판관에게서 의견을 요구받자 "언론에 기사 한 줄 나가는 부분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경 투입과 관련해 언론이 '내란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고 하자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며 "한 부분만 보고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은 없어야 하는 만큼 전체적으로 알리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언론의 보도 때문에)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이렇게나 약자가 된 건 처음 겪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를 향해 공정한 재판을 요구할 때엔 10분 이상이 할애됐다. 헌재 심판정을 "전쟁의 땅"이라고 비유한 윤 대통령 측은 "보수와 진보가, 나아가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국가 종북 세력과 국법 질서 유지 세력 간의 대결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규정했다. "따라서 신속을 앞세워 졸속으로 결론을 내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신중하고도 엄중하게 절차가 진행돼야 하고 결론으로 인한 반발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이 과정에서 "(탄핵 사건과 헌재의 성격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재판관들 모독하는 도를 넘는 발언"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한덕수 탄핵'도 거론...발언 태도 문제 삼은 헌재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전방위적 방어전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도 연결됐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탄핵 과정이 위법하기 때문에, 최상목 권한대행이 행사한 재판관 임명도 무효라는 취지다. 근거로는 헌법재판소가 발간한 주석이 거론됐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상기시키며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는 3분의 2 이상인데 국회는 이런 의결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한 전 권한대행을 탄핵했으니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의 여러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되레 발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에게 절차를 진행할 때 충분히 말할 기회를 그냥 드렸지만 중복되는 부분도 있다"고 운을 뗐다. "준비기일에서는 허용했지만 변론기일에 들어서면 변호인단이 미리 이야기할 부분을 상의하라"고 전한 정 재판관은 특히 "재판장이 허가하기 전에 일어나서 불쑥 말하지 마시라"고 경고했다.
탄핵소추 사유, 언론 문제 등을 거론한 윤 대통령 측의 입장도 정 재판관은 물리쳤다. 그는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소추사유를 넣고 뺀다는 취지로 말하면 조금 곤란하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또 "언론보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지만 결국 재판에서 판단은 언론이 아니라 재판관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두 번째 변론 준비기일을 마무리한 헌재는 오는 14일 정식 재판인 첫 변론 기일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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