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 리스크 현실화”…부동산 신탁사, 신용등급 줄줄이 하향
신한자산신탁 단기신용등급 A2→A2-
코리아신탁, 장기신용등급 전망 ‘네거티브’
올해도 책준형 사업장 위험 지속
부동산 신탁사의 책임준공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과 관련한 우발부채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시공사 부실과 공사비 급등 등으로 예정된 공사 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하겠다는 책임준공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책준형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신탁사의 손실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신탁사는 책준형 토지신탁 확약을 통해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융기관의 손실을 배상하겠다는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3일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정기평가를 진행하고 신한자산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코리아신탁의 장기신용등급 전망도 BBB·스테이블(Stable)에서 BBB·네거티브(Negative)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지난달 신한자산신탁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신한자산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책임준공 관련 우발부채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순손실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신한자산신탁의 경우 대손관련 비용 확대로 큰 폭의 당기순손실을 시현한 점, 부동산 개발시장 업황 저하에 따른 책준형 사업장 부실화로 자산 건전성이 저하된 점, 과거 대비 상당폭 저하된 자본 적정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리아신탁의 장기신용등급 전망과 관련해서는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신규 수주가 감소하면서 회사의 외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 대손비용과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되고, 책준형 사업장 관련 우발부채 현실화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것도 이번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된 부분이다.
신용등급에 변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부동산 신탁사는 책준형 사업장의 부실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신탁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책임준공 의무 관련 대손 부담으로 인해 22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역시 -3.3%로 악화됐다.
부동산 신탁사는 저조한 분양률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한도를 초과해 공사비용이 필요한 책준형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어 부족한 자금을 자체 조달해 투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탁계정대(사업비 조달을 목적으로 신탁사가 고유 계정에서 빌려준 대여)는 지난해 9월 6조6931억원으로 전년 말(4조8551억원)에 비해 37.9% 증가했다.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가 늘어나게 되면 부동산 신탁사의 고정이하자산이 증가해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 신탁계정대는 일반적으로 상환 순위에서 후순위이고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된다.
올해도 부동산 신탁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신탁계정대 증가와 대손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 윤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경기부진이 지방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책준형 사업장의 책임준공기한을 준수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금 투입 및 대손 부담이 상존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책임준공을 미이행한 사업장에 대한 손해배상금 산정을 둘러싸고 대주단과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신탁사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책임준공 미이행 사업장에 대해 부동산 신탁사는 연체이자를 실질적 손해배상액으로 주장하는 반면, 대주단은 대출원리금과 연체이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의 대출원리금은 신탁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인 4000억원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신탁사의 책임준공의무 범위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면서 향후 책준형 토지신탁 시장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라며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던 부동산 신탁사 영업이익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신탁사가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외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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