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참사] “로컬라이저 상판 콘크리트 강화, 설계사가 제안하고 공항공사가 수용”

“비바람에 노출, 지반 안정화 위해 보강”
설치 배경 및 안전성 검토 여부 놓고 책임 공방 벌어질 듯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인양되고 있다. /뉴스1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둔덕형 로컬라이저가 지목되는 가운데, 해당 시설을 언제 누구의 결정으로 지어졌느냐에 따라 책임 소재가 갈릴 전망이다. 항공 안전 관리 최고 책임부처인 국토교통부부터 공항 운영주체인 한국공항공사, 무안공항, 설계·시공사가 연관돼 있는 만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무안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시설의 상판 콘크리트 강화 공사와 관련해, “개량사업 용역 설계사가 제안했고, 한국공항공사가 수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설계업체가 로컬라이저 지지대 안정화 방안으로 콘크리트 둔덕 보강을 고안했고, 제안대로 시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이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2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짓고,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다. 콘크리트 구조물 주변으로는 토사를 쌓아 언덕 형태로 만들었다.

국토부는 사고 발생 이후 해당 시설이 규정에 부합한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안전성 논란이 커지자 관련 규정을 더 살펴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현행 공항안전 운영 기준 제109조 5항에 따르면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 지역에 있는 항행 목적상 시설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무안공항 활주로 19방향(북→남)은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199m 지점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 활주로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라는 기준 대비 41m 짧은 지점에 설치된 것이다.

여기에 재질 자체도 파손용이성이 떨어지는 상태다. 로컬라이저와 지상에 노출된 안테나는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지만, 이를 지지하는 토대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흙으로 덮고 있는 형태다. 여기에 지난해 30㎝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을 덧댄 개량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로 둔덕 위에는 길이 40m, 폭 4.4m, 높이 30㎝의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됐다.

이를 두고 해당 로컬라이저의 둔덕 시설이 최초 설치 시점부터 ‘파손용이성’(frangibility)을 확보했는지, 아니면 지난해 콘크리트 상판을 덧댄 개량공사가 참사의 피해를 키운 결정적인 원인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콘크리트 상판은 둔덕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관련 시설물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초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될 때도 콘크리트 기둥과 흙이 꼭대기까지 채워진 상태였고, 끝 부분에 콘크리트가 노출된 상태였다”며 “그런 형태로 15년을 사용하니 비바람에 노출돼 흙구조물이 가라앉고 장비가 흔들거리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판 설치 배경에 대해선 아직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 최초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안테나와 금속 레일 파트의 파손용이성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콘크리트 상판 덧댐 작업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업지시서와 별개로 설계사에서 (흔들림 방지 차원에서) 상판 덧댐을 제안했고, 이를 한국공항공사에서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공사에 참여한 설계사는 여수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설계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해당 설계업체 선정 과정 및 방식과 관련해선 아직 파악된 바 없고, 로컬라이저에 관해 설계도서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구체적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오는 8일까지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의 설치 위치 및 재질 등에 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후 둔덕형 로컬라이저 시설의 위험성이 확인되면 개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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