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무안공항서 촬영한 유튜버…‘구호품 쇼핑’ 영상 찍어 자랑도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조문객에게 국화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사고 희생들의 시신 수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영상을 무턱대고 촬영하거나 게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는 며칠 전 인적이 뜸한 밤 시간대에 한 유튜버가 찾아왔다. 이 유튜버는 비통에 잠긴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제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인플루언서는 SNS에 기부 물품을 사 보내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가 유가족으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인플루언서는 해당 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로 삼촌을 잃었다는 한 유가족은 “인플루언서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영상을 올리고 작은 마음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식으로 작성한 게시글을 봤다”며 “수많은 유가족은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이 참사를 이용하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사진 촬영과 SNS 게시를 금지하는 팻말이 등장했다. 촬영 금지 안내문은 참사 직후 유가족들이 머무르는 임시 쉼터(텐트)와 공항 대합실, 화장실 등 곳곳에 붙었는데 이틀 전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분향소에서 손팻말을 들기 시작했다.

SNS에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사진들이 확산하면서 또 다른 상처가 될까 우려하는 마음에서다.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사진 촬영 및 SNS 게시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자원봉사센터는 봉사자들이 봉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봉사자 개인 촬영도 금지하고 있다.

전남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희생자 가족분들은 작은 ‘찰칵’ 소리에도 매우 민감해한다”며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보다 직접 손팻말을 들고 서 있으면 더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검찰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 게시글과 혐오적 표현이 담긴 악성 댓글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했다. 또 유가족에 대한 유언비어·악의적 비방 등 게시물 6건에 대해 강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게시글 65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 역시 경찰과 협조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상 명예훼손·모욕 등 범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