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 휩싸인 무안공항, 정치에 휘둘린 무리한 개항이 화 불렀나
전국 공항 15곳 중 11곳은 적자에 허덕…그런데도 또 8곳에서 신공항 건설 중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경,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남쪽 끝단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지탱하고 있던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무안공항과 판박이인 전국 지방 공항의 실태도 함께 재조명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무안공항은 개항 당시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동남아·미주·유럽 등 장거리 국제노선이 확충되면 명실상부한 서남권 허브공항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부는 최신 항공안전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연간 안개일수도 16일 안팎에 불과해 장기적으로 광주공항과 인천공항의 대체공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간 519만 명 수용 규모의 여객터미널을 갖춘 국제공항으로서 서남권의 허브공항 역할을 할 것이다." 개항 무렵 정부 당국자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의 기대와는 딴판이 됐다. 무안공항은 사실상 반쪽짜리 공항이다. 2024년 말 현재, 남은 국내선은 무안~제주 단 1개 노선뿐이다. 김포·인천 노선도 없다. 국제선은 좌석을 여행사에서 모객한 승객들로만 채워 전세기를 띄우는 부정기 노선이 전부다. 국제공항은커녕 '반쪽자리 국내공항'이란 말을 들을 법하다. 이마저도 사업성이 없다며 내빼는 항공사들을 윽박질러 노선을 만들었으니 한마디로 행정노선이다. "하루 이용객 25명. 국제선 정기노선 전무….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전남도 관계자)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국내선은 10여 명을 겨우 태우고 떠나기 일쑤였다. 결국 수익성을 좇는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적자를 핑계로 철수했다. 무안공항은 자연스럽게 저비용 항공사(LCC)의 거점이 됐다.
거꾸로 당초 '별 관심이 없던' 저비용 항공사들이 시들어가던 무안공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형 항공사가 떠난 빈자리를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동절기 동안 매주 11회 제주 노선을 운항하며 채워주고 있다. 특히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2018년 '무안공항 제3 허브화' 전략을 시행하며 국제선 정기노선에 속속 취항했다. 이에 힘입어 무안공항은 그해 이용객 56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자신감이 붙은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8일, 개항 17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무안~태국 방콕 정기노선을 띄웠다.

날개 꺾인 허브공항 꿈…요원한 '서남권 관문'
양날의 검이었을까. 한편으론 지방 공항 기점의 국제선 확장 전략이 항공기 안전을 가로막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제주항공 소유로, 크리스마스를 맞아 3박5일 일정으로 태국 방콕을 다녀오는 광주 지역 Y여행사의 전세기 단체여행 상품 귀국편이었다. 공항 당국이 '동네 공항'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꿩 대신 닭' 격으로 이런저런 단기 처방을 쏟아부은 결과라는 혹평이 뒤따른다.
무안공항은 애초 건설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 김대중(DJ)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해 2007년 개항했다. 군사용인 광주공항, 입지조건과 시설이 열악한 목포공항을 대체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된 사업이다. 무안공항의 별칭은 '한화갑 공항'이다. DJ 정권 실세였던 호남권 대표 정치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덕분'에 공항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100년을 내다봐야 할 공항 건설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 "무리하게 선심성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안공항 건설사업 총체적 난국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요예측 실패가 꼽히고 있다. 수요예측 실패가 단순히 계산 착오였는지, 외부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을 단정할 순 없지만 수요가 부풀려지면서 바람 빠진 공항 사업이 된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실제로 수요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공항 건설 전에 연간 992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수요예측을 했으나 2023년 총 이용객은 31만5000여 명에 그쳤다. 예측치의 3.2%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850여 명만 이용한 셈이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엔 연간 이용객 수가 7529명으로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활주로 이용률 또한 꾸준히 전국 꼴찌 수준이다. 2022년엔 고작 0.1%에 그쳤다. 그 이전에도 5%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매년 적자가 100억~200억원씩 늘어 누적 순손실이 1000억원을 웃돈다. 2023년 매출 50억원을 올린 무안공항은 무려 253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전국 공항 중 가장 낮은 실적이다.
이처럼 이용객이 없다 보니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무안공항은 지리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어 배후 인구도 적고, 145만 인구의 광주광역시와 가깝지도 않다. 전남 동부권 국내선 수요는 여수공항으로 빠져나가고, 무안까지는 거리가 멀어 굳이 국제선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전남권 관문공항 타이틀도 여수공항에 넘어갔다. 무안군이 광주 군공항 이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공항 활성화가 지체되는 사이, 여수공항이 2년 연속 이용객 수 100만 명을 달성하면서다. 2029년 개항 예정인 전북 새만금국제공항과의 한판 승부도 예고된 상태다.

지역민 '표심' 의식해 정치적 결정
보다 못한 정부는 무안공항을 살리겠다며 KTX 호남선을 16.6km 구부려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른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 수요를 무안으로 돌리기 위해 나랏돈 1조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수요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해 공항 건설이 추진된 사례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무안공항은 효율성과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치 논리에 입각해 사업을 밀어붙인 국책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두고는 3~4개의 가설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새떼와의 충돌이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모양새다. 2022년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무안공항 주변엔 무안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6곳, 13km 이내에 4곳이 위치한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입지를 둘러싸고 항공기의 '조류 충돌'(bird strike) 위험성을 지적하며 공항 건설에 반대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정치적·행정적 필요에 따라 강행됐다.
무안공항뿐만이 아니다. 가덕도 신공항도 무안공항과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정부 당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핵심 시설로 추진됐지만 환경 훼손 및 낮은 경제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덕도 역시 낙동강 하구에서 7km 정도 떨어져 있어 조류 충돌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아예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했다. 김포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에 만들어졌다. 무안공항에서 가까운 전북 군산의 새만금신공항도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금강 하구에 지어질 예정이다. 2022년에 완료된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공항 부지 13km 내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는 10.45~45.92회로 추산됐다.
일부 무리한 공항 건설은 정책 실패 사례로 이어졌다. 이른바 '김중권 공항'으로 불리는 울진공항은 감사원 지적으로 기본계획을 변경하고 겨우 완공됐으나, 취항할 항공사가 없어 2010년 비행훈련원으로 용도를 바꿔 사용 중이다. 사업비 380억원을 들여 여객터미널을 신축했던 경북 예천공항도 이용객 감소로 결국 군용 비행장이 됐다.
전북 김제공항은 DJ 정부 시절 새만금 지역의 항공 수요에 대비한다며 건설을 추진했지만 감사원 지적으로 사업이 무산됐다. 하지만 새만금공항으로 부활했다. 무안공항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군산공항이, 30분여 거리에 광주공항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새만금에 8000억원을 들여 새로운 국제공항을 짓기로 했다. "무안공항과 이용 권역이 중복된다"는 광주전남연구원의 지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란 명분에 묻혔다. 전문가들은 "인구 500만 명인 호남에 다섯 번째 공항을 짓는 건 과잉·중복 투자"라고 지적했다.
"수익성 위한 무리한 운영이 사고로 이어져"
전국이 공항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제주·김해·김포를 제외한 11개(73%) 공항이 10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경영 상태만 따져선 지금 당장 문을 닫을 수준이란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만금과 부산, 제주, 충남 서산, 대구·경북 등 전국 8곳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공항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식의 지역 균형발전 논리 아래서다. 정부도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 등을 통해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덜컥 사업에 뛰어든 측면이 강하다. 공항이 생기면 지역경제가 훨훨 날 것처럼 쏟아낸 정치인과 지자체의 장밋빛 공약 남발도 오판(誤判)을 낳게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지방 공항은 예상 승객 수요, 예비타당성 평가 등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런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지방 공항이 국제선을 무리하게 운영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양양·무안 공항 같은 황당한 '정치 공항'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가 공항에 투자하고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공항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 '제3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조사'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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