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에서 살아남는 법은 오직 눈뜨고 깨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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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계속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억지로라도 희망을 찾아본다.
12월 3일 밤 국회가 봉쇄될 뻔한 위기를 빠르게 막을 수 있던 것, 같은 달 21일 밤 남태령에서 앞길이 막힌 농민들에게 시민들이 달려갈 수 있었던 건 휴대폰을 통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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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이 명백한데도 혼란과 갈등 상황이 한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경제 상황도 너무나 암울한데 안타까운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더없이 비통한 연말연시를 보내야 했다.
계속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억지로라도 희망을 찾아본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계엄 정국이 민주주의의 모든 의제를 휩쓸어간 것 같아 씁쓸했는데, 가만 보니 아니었다고. 그동안 권력과 언론이 막아서 몰랐던 수많은 의제를 되레 알게 되었다고. 공감한다. 지난달 트랙터를 몰고 온 농민들과 도시 청년 여성들이 직접 만남으로써, 그 남태령의 밤을 라이브로 지켜보면서 우리는 농민들의 의제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네요. 오해했네요. 곳곳의 수많은 집회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청소년들이 연단에 올랐다. 당신에겐 이런 의제가 있군요. 나는 이런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군요. 연대하겠습니다.
청년들이 함께하면서 과거의 일들이 다시 말해진다. 우리를 웃게 하는 이 무해하고 재치 있는 깃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누군가 집회 참가의 ‘배후’를 물었을 때, 배후는 나 자신이라는 시민들의 응답이었다.) 왜 집회에서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게 되었는지. (촛불은 금방 꺼진다는 비아냥을 향한, 이 양심의 빛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는 응답이다.)
우리는 또한 경찰과 대치할 때 과거엔 물대포가 있었고, 그게 없어진 건 백남기 농민의 희생이었음을 회고한다. 12월 3일 밤 국회가 봉쇄될 뻔한 위기를 빠르게 막을 수 있던 것, 같은 달 21일 밤 남태령에서 앞길이 막힌 농민들에게 시민들이 달려갈 수 있었던 건 휴대폰을 통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어서였다. 시민들은 이 경험을 통해 철저하게 고립되었던 1980년 광주를 떠올렸다. 지금도 겁이 나는데 그땐 얼마나 두려웠을까. 막막했을까. 현재와 과거가 불시에 맞닿는 순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오래 품었다는 질문.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제대로 알 때, 처참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질 때 과거는 현재를 돕는다. 넘어진 우리를 일으킨다.
그러니 우리는 과거를 바로 알아야 한다. ‘노근리 이야기’ ‘황금동 사람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꾸준히 기록해 온 작가 박건웅. 그의 단편집 ‘괴물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틈틈이 작업한 15편의 만화를 담고 있다. 5·18 광주항쟁, 일본군 ‘위안부’ 같은 국가폭력의 문제부터 4대강, 비정규직, 세월호 등 인간 탐욕의 문제까지, 묵직한 펜 선으로 때로는 다큐처럼, SF처럼, 우화처럼 펼쳐내는 이야기들. 우리 눈앞의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동시에 우리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미깡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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