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동체 착륙…참사 원인은 둔덕" 파일럿 출신 유튜버 주장

김예랑 2025. 1. 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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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 도중 기체 인근에서 용접하다가 불이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파일럿 출신 유튜버 또한 "동체 착륙은 최고였지만 결국 둔덕이 문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8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은 "사고 난 기종의 기장으로서 마음이 더 많이 아프더라. 많은 의혹들 조종사를 향한 비난들이 일고 있어서 진실을 알려야 될 것 같아서 영상을 찍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비행시간 7000시간 정도 된다. 사고 난 기장이 6700시간 정도 되더라. 저랑 비슷한 시기에 기장이 됐던 분이고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을 운행해 상황이 이해되더라"고 했다.

'1차 활주로 접근 시 내려온 랜딩 기어가 2차 때는 왜 안 내려왔느냐. 안 내린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사고 비행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쪽에서 화염이 터지고 있는 걸로 봤을 때 양쪽 엔진이 다 나갔다고 보시면 된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의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은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은 자유낙하 시키는 것인데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 랜딩기어의 무게가 항공기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무겁다. 락을 풀기만 하면 기어가 땅에 떨어진다. 이 절차는 랜딩기어가 안 나올 때 하는 절찬데 5분 이상 걸린다"고 했다.

이어 "비행기는 메이데이 선언하고 땅에 닿기까지 2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걸 당겨도 2분 이상 걸리는데 선회하는 도중엔 더 걸린다.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할 시간도 없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행기는 보통 기장이 앉아 있는 좌측으로 돌아서 내리는데 (사고 비행기는) 우측으로 돌아서 내렸다. 부기장도 함께 봤을 거다. 부기장은 활주로를 찾아야 하고 기장은 엔진 두 개가 나간 비행기를 돌려야 한다. 유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데 조종관이 굉장히 뻑뻑해진다. 잡아당기기 힘들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 부기장도 같이 잡고 돌렸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매뉴얼 기어 익스텐션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버는 "더 중요한 것이 활주로에 내리는 것이다. 활주로 쪽으로 기체를 틀지 못했다면 기어가 나와 있어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며 "기장이 고어라운드를 한 이유는 처음 엔진이 하나만 나갔을 거다. 2개가 모두 나갔다면 바로 내렸을 것인데 처음 하나만 나가서 조치한 뒤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서 역추진 장치인 리버서를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의문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가 착륙하고 나면 '쿵'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그걸 리버서라고 한다. 차로 말하면 엑셀 같은 스로틀 파워를 최대한 줄인 뒤 리버서를 뒤로 당기게 돼 있다. 그러면 엔진에 역추진이 걸리면서 항공기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사고 항공기는 엔진 2개가 나간 상태라 리버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고기가 반대편 활주로 끝이 아닌 중간에 내렸다는 지적에 대해 이 유튜버는 "가장 가까운 활주로로 돌아서 착륙을 시도한 것이고, 두 엔진이 나가면 무조건 활주로 상공에만 내리면 미끄러지면서 산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엔진 2개가 나갔는데 이 여객기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세상 어느 조종사도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빠르게 활주로를 향해 선회한 것은 당연히 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버는 "활주하는 거리가 부족한 부분은 하나의 아쉬운 점일 뿐이지 참사로 이어지는 주된 요인이 아니다"며 "콘크리트 둔덕 없는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 갔으면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원인은)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지 활주로에서 터치 다운한 게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 유튜브


동체착륙 장소로 바다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바다에 동체 착륙했던 경우 생존 확률은 20%고, 활주로에 동체착륙 하면 90%"라며 "바다로 가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이고, 조종사는 최고의 동체 착륙을 실시했다. 제가 봤을 때 기체에 손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체 착륙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버는 "기장과 부기장은 충돌 직전까지 리버서를 당기고 끝까지 비행기를 놓지 않고 세우려고 했다"며 "조종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다. 이건 KTX가 와서 부딪혀도 폭발할 정도다. 전 세계 어딜 봐도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곳은 없다.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공항들의 구조물은 전부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국내 공항의 아쉬운 점으로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는 발포 콘크리트 '이마스'(EMAS)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면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서지면서 동체를 세우는 용도다.

유튜버는 "해외에는 이마스가 많다. 감속하는 데 굉장히 도움 된다. 그러나 이마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서 부서지면 다시 깔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를 설치하면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감속시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 여론이 죽어서 말이 없는 조종사에게 향하고 있다"며 "조종사의 랜딩은 굉장히 나이스했다. 콘크리트 벽을 세운 책임자부터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안국제공항 측은 지난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를 교체했다. 구조물은 2m 높이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더미로 덮여 있으며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4m 정도 높이다. 공항은 활주로 끝단 이후 지면이 기울어져 흙으로 둔덕을 세워 수평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의 착륙 허가를 받고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를 넘어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외국 항공 전문가와 전직 비행사들은 유튜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객기가 구조물을 충돌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항 관계자는 "항공기의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로컬라이저는 내구연한이 도래해 규정대로 설치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이후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관련 규정을 더 들여다보겠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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