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수사·탄핵 ‘창과 방패’ 변호인들
"다수 정치 세력의 일방적인 '내란몰이'가 있다고 본다. 수사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수사기관이 경쟁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사법체계가 누더기가 됐다.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이기도 하다. 대통령도 국민 아닌가."
"생각 같고, 능력 있는 사람과 함께할 것"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가 2024년 12월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날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처음 공개된 날이기도 하다. 법정 출석을 마친 뒤 윤갑근 변호사는 "생각이 같아야 되고, 능력이 있으면서도 법률 대응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거센 만큼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홍일 전 위원장은 "어쩌겠나. 나라도 도와야지"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2011년 대검 중수부장(김홍일)과 중수2과장(윤석열)으로 만나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그 외에도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변호인단에 들어왔다.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당시 대구고검장을 지냈다. 배진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다.
국회는 김이수 변호사와 송두환 변호사 등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을 꾸렸다. 김이수 변호사는 2012~ 2018년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홀로 반대의견을 내 주목받았으며, 소신에 따른 판결을 여럿 남겨 '미스터 소수 의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송두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2003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를 지냈다. 이외에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이광범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광범 변호사는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며,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광훈 대리인' 나선다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법무법인 자유서울 소속인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를 선임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하상 변호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출신으로, 사랑제일교회 대면예배 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에서 전 목사를 대리했다. 두 변호사는 '4·15 부정선거 진상규명 변호사 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하상 변호사는 1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계엄 준비 사무는 국방부의 통상 사무"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계엄법에 따라 계엄 건의와 관련해 사전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법무법인 용산의 노수철·박용석 변호사를 선임했다. 두 사람은 모두 고위급 군법무관 출신이다. 박용석 변호사는 준장 출신으로 육군본부 법무실장을 지냈다. 노수철 변호사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맡은 바 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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