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고환율'에 고민…상반기 가격 인상설 '솔솔'

윤서영 2025. 1.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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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품업계가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으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한달째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해진 탓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9월 말 분기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142억원가량의 세후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례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인 삼양식품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후 이익이 수백억원 증가하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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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원재료 의존도 높아…원가 부담 커
'강달러' 장기화…이익 감소 불가피
수출 비중 늘려…환율 영향 최소화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식품업계가 연초부터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가중으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한달째 안정을 찾지 못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해진 탓이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먹거리 물가가 크게 요동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달러' 어쩌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작년 초 1300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은 정국 불안이 이어지자 지난달 말 148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2009년 3월 금융위기(1488.0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르면 이달 중 15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식품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수록 타격을 받는다. 대부분 업체가 수입해 사용하는 밀가루 원료인 원맥,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다. 먹거리는 가격 인상을 체감하기 쉬운 품목인 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 커진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움직임, 물가 관리를 하는 정부 눈치도 살펴야 한다.

식품업계는 고환율을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올 상반기로 보고 있다. 통상 원재료를 3~6개월가량 비축해두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 비용 부담이 심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지금처럼 강달러가 계속될 경우 빠르면 오는 3월 늦어도 6월 중에는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악순환의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환율 여파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들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9월 말 분기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142억원가량의 세후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세전 이익이 약 48억원 줄어든다고 봤다. 대상도 환율 5% 상승 시 세전 이익이 9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내수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해외로 나가자

식품업계에서는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사업전략을 내수보다 수출에 맞추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으면 고환율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원화 약세에 따라 달러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인 삼양식품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후 이익이 수백억원 증가하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감소한다.

수출 확대를 위해 국내 생산기지 마련에 가장 분주한 건 라면 업체들이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 수출 전용공장 착공에 나선다. 완공될 경우 이곳에서만 연간 5억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해진다. 삼양식품은 경남 밀양에 1공장에 이은 2공장을 짓는 중이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밀양2공장 착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삼양식품 제공

해외 공장 구축도 활발하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현지 법인과 공장에서 진행할 경우 환율의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자회사 슈완스를 앞세워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푸드 공장 건립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도 이달 중 미국 정부와 협의를 마무리 하고 텍사스주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뚜기는 꼬북칩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가뜩이나 경기 침체 회복이 더딘 내수 시장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어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려는 업체들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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