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둔 '두 전쟁'…"조기 종전" 공언에도 해법은 안갯속
우크라, 불리한 휴전안 받을 수도…'우군' 등장에 웃는 네타냐후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지난해에도 계속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으로 중대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두 전쟁은 각각 4년째, 3년째에 접어들며 장기화하고 있지만 '조기 종전'을 강력히 주장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두 전쟁의 당사자들 간 이견이 좁혀질 조짐이 보이지 않아 올해 안에 해결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우크라에 불리한 휴전안 압박할 수도"
2024년은 모든 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해였다.
2023년 야심 찬 대반격 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중동 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이목과 지원까지 빼앗기면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러시아와 지루한 소모전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는 압도적인 물량을 쏟아 넣으며 우크라이나의 북부와 동부에서 맹렬히 진격했다.
궁지에 몰리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분산 효과를 노려 지난해 8월 6일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급습했다.
전선이 다변화하자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을, 우크라이나는 서방 장거리 무기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타격이라는 전략을 각각 꺼내 들었다.
이처럼 양국 간 전쟁이 또다시 소모전으로 비화하던 중 "취임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전쟁의 흐름이 묘해졌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양국이 평화 협상에 나서지 않을 시 우크라이나에는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겠다는 경고를 각각 보내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점령지 반환 없이도 휴전 합의에 나설 수 있다고 타진 중이며 러시아 역시 이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관건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다.
우크라이나는 안보 보장 없는 휴전은 있을 수 없다며 '마지막 보루'로 집단방위 조항의 적용을 위해 나토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는 러시아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러시아는 애초에 나토의 동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회의적이기 때문에 러시아보다 전황이 불리한 우크라이나의 입지가 더 좁은 상황이다.
에스토니아 국제안보방위센터(ICDS)의 크리스티 라이크 부소장은 기고문에서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 종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할 수 있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나토 가입 대신 우크라이나에 유럽 주도의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나토의 큰 손인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럽의 독자적인 노력으로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네기재단 선임 연구원 마이클 코프먼은 BBC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안보 협정은 중심이 없는 도넛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이때문에 전쟁이 올해 도리어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국 모두 협상력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더 위험한 양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의 군사시설을 타격하거나 러시아군 고위 장교를 암살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격앙된 러시아는 핵교리를 수정해 핵무기 사용 허들을 낮췄고 우크라이나 곳곳을 탄도미사일로 맹폭하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재로서는 어떠한 대안도 없다"라며 "러시아가 확전에 나서면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규모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군' 얻은 네타냐후…가자지구 점령하나
3년째를 맞이한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다 다시 휴전 타결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휘부가 궤멸했고, 하마스를 지원하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세력이 약해졌다.
이처럼 하마스는 전쟁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으로 내걸었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휴전 협상은 "90% 완료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과 인질 석방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협상은 또다시 결렬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종전 방식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하마스를 향해 "취임 전까지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으면 책임자들은 지옥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팔레스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인사인 마이크 허커비를 주이스라엘 대사로 임명했다.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마이크 왈츠 역시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일을 끝내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한 친이스라엘 인사다.
이때문에 가자지구 전쟁이 이스라엘에 유리한 조건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유럽외교협회(ECFR) 연구원 무함마드 셰하다는 "트럼프 당선인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추진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바람대로 서안지구 합병과 가자지구 군사 점령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팔레스타인을 희생하는 이런 해결책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외교관계 수립에 큰 관심을 보여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놔버리지는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하며 이를 이스라엘과의 수교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WINEP)의 데이비드 마코브스키는 미국의소리(VOA)에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통해 노벨평화상을 원하고 있다"라며 "이는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주둔과는 병행될 수 없다"고 전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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