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려운 시기에 불편한 마음"…동네카페도 `백기`들고 `가격 인상`
손님 20여명을 받을 수 있는 규모의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는 새해 들어 커피 가격을 최대 12.5% 올렸다. 디저트 가격은 최대 30% 인상했다. 3일 만난 이 카페 사장은 동네 단골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라서 가격 요인이 있어도 반영하지 못하고 지난 일 년을 속앓이를 하며 버티다 결국 이 같이 결정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가격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골목 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소규모 동네카페들이 치솟는 원두 가격에 '백기'를 들고 있다. 해당 카페도 이러한 사정을 설명한 호소문을 입구에 붙였다.
카페 사장은 A4용지에 "202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재료와 맛,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저 이윤으로 고객께 다가가자는 마음으로 운영해 왔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가격을 올리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적었다.
이 카페는 작년 12월 31일까지 4000원 하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을 1월1일부로 4500원으로 올렸다. 아메리카노를 포함해 카페라테·카페모카 등 커피 메뉴와 논커피(초코라테 등) 음료 가격도 각각 500원씩 올렸다. 또 원두상품은 11.1% 올랐다. 치즈케이크는 최대 30%, 견과류가 들어간 디저트는 23% 올랐다. 쿠키류는 11.1% 가격이 뛰었다.
브라질, 베트남 등 주요 생산지의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원두 생산량 급감과 치솟는 환율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커피 가격을 올린 것이다. 함께 판매하는 베이커리 메뉴 가격도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상승세를 이어 오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게 카페 측 설명이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A씨(40대)는 "2년 전 1㎏에 1만1000원대였던 스페셜티 싱글빈 생두의 수입 가격이 지금은 1만5000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디저트는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2년전부터 계속 가격이 오르다가 최근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더 비싸게 사오게 된 것"이라며 "버터는 3년전 500g에 8000원 주고 들여왔던 게 11000원이 됐고, 생크림은 1ℓ에 6000원대였던 게 9000원대가 됐다"고 전했다.
견과류 가격 상승 여파도 크다. A씨는 "호두 만생종의 경우, 우리 같은 동네 카페 사업자들이 도매상으로부터 가져오는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많이 올랐다"면서 "3주전 9만원에 들여왔던 것이 지금은 15만원을 주고 가져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지역에서 로컬 카페를 운영하는 B씨도 새해부터 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의 경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국제상업거래소(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선물 가격이 종가 기준 톤당 1만124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165.24%나 폭등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동네 카페 사장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인 만큼, 새해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변수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서울의 한 카페 사장은 "저처럼 동네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원은 바라지도 않으니, 새해엔 계엄사태처럼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일 좀 안 만들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커피 가격의 주요 인상 요인인 원두 가격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물류난이 심화한 2021년부터 들썩이기 시작해, 지난달 10일엔 미국 뉴욕 시장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이 장중 파운드당 3.44달러(약 5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1977년 이후 47년만에 최고치다.
올 들어서만 70% 오른 원두가격에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인스턴트 커피제조사들은 이미 제품 가격 줄줄이 올린 상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8월 '카페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사이즈와 원두상품군(홀빈·VIA)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와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의 제품 출고가는 지난해 11월 15일 평균 8.9% 인상됐다. 남양유업도 지난달 중순부터 커피믹스 가격을 14.9% 올렸다.글·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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