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모의 9개월, 구속된 별 15개, 병력 투입 1500명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5분. 국민들이 일과를 마치고 노곤한 몸에 긴장을 덜어내려는 늦은 밤 시간에 느닷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 화면에 나타났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듯했던 그 시간으로부터 어느덧 한달이 흘렀다.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받아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변호인들을 통해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음을 강변하고 있다. 국민을 공포와 분노 그리고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지난 한달간의 주요 장면을 숫자로 풀어봤다.
내란 준비 과정
9
12·3 내란은 9개월짜리 내란이다. 윤 대통령이 술김에 우발적으로 벌인 해프닝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그리고 ‘충암파’ ‘용현파’ 등으로 불린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은 계엄 선포 9개월 전인 지난해 3월부터 계엄을 모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말~4월 초 김 전 장관 등과의 모임에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장관에게 최소 9차례 비상계엄 관련 이야기를 꺼내거나 구체적인 계엄 실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보고 있다.
3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그가 이끈 정보사 중심 사조직은 경기도 안산의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서 3차례 내란을 사전 모의했다. 11월17일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정성욱·김봉규 대령, 그리고 민간인인 노 전 정보사령관이 만났다. 이 자리에서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야구방망이와 니퍼, 케이블타이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두번째 롯데리아 회동은 12월1일 이뤄졌다. 노 전 사령관은 1차 때 만났던 문 사령관, 김·정 대령을 다시 불러들여 내란을 모의했다. 12월3일 계엄 선포 직전에 진행된 3차 롯데리아 회동에도 노 전 사령관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티에프팀장(준장)도 참석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본부장 출신 김용군 전 대령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실행 과정
1500
윤 대통령은 12월12일 담화에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않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뒤 바로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짓말이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유지하는 내내 1차, 2차, 3차에 걸쳐 투입하기 위한 군 병력을 곳곳에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파악된 계엄 관련 병력 규모는 1500여명이다. 구체적으로 특전사 예하 707특임단 197명, 1공수여단 400명, 3공수여단 271명, 9공수여단 22명, 707 군인을 헬기에 태워 국회로 이동시킨 특수작전항공단 49명 등이다. 국군방첩사령부는 200여명을 투입했고 이들 중 49명은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해 서울 관악구 수방사 벙커(B-1 벙커)에 가두려고 했다.
10000, 12, 107
1000명이 넘는 병력이 준비된 만큼 동원된 장비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군이 들고 간 탄약은 1만발가량으로 파악됐다. 707특임단은 보통탄(실탄) 3960발, 공포탄 1980발을, 수방사는 보통탄 5048발과 공포탄 2939발을 가져갔다. 헬기 12대와 병력 수송용 대형 버스 등 최소 107대의 군용차량이 운용됐다. 탱크를 운용하는 육군 제2기갑여단장은 계엄 선포 당일 정보사령부 지휘부와 함께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이 전차까지 동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왔다. 계엄 당시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운용한 107대의 군용차량은 병력을 수송하는 45인승 버스 26대와 25인승 버스 15대, 군용 오토바이 25대, 사람들 사이에 장갑차로 알려진 소형 전술차량 2대 등이었다.
계엄 선포 해제 과정
6
12월3일 밤 10시28분 선포된 비상계엄은, 다음날인 12월4일 새벽 4시28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발표로 끝났다. 비상계엄은 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됐지만 이것이 남긴 상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2000000
12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200만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이 모여들었다. 오후 5시 국회의 윤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 표결을 진행할 때까지, 시민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을 부르며 기다렸다. 탄핵안이 가결되자 함성이 터져나왔다.
12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여당에서 나온 찬성표는 12표였다. 애초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던 국민의힘 의원은 7명이었는데, 이들에 추가로 5명의 의원이 찬성 표결을 했다.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살벌’했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출당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15
수사가 시작되고 별(장군)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구속된 장성급 현역 및 예비역 군인만 총 7명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예비역·중장),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대장),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중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중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중장),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소장), 노상호 전 정보사령관(예비역·소장)이 구속됐다. 구속된 현역 장군들이 계급장에 달았던 별의 개수를 합치면 15개, 예비역을 포함하면 20개다.
∞
12월16일 김 전 장관을 시작으로 내란 주요 혐의자들의 재판이 시작된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도 곧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은 내란죄와 관련해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무한대(∞)급 형량이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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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권혁철 김채운 이주빈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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