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활주로서 300m內 콘크리트 둔덕은 규정 위반… 국토부는 오락가락
‘부러지기 쉽게 가능한 낮게 설치’… 공항안전운영 기준 명백히 위반
시설법-이착륙장 기준도 어긋나
‘안전구역 밖, 해당 안된다’던 국토부… 하루만에 “해석 필요” 한발 물러서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공항 안전 운영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컬라이저의 위법성이 계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300m 기준 위반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해당 기준이 명시하고 있는 지역 안에 설치돼 있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다. 활주로 끝에는 60m 길이의 착륙대가 있다. 공항 안전 운영 기준 제109조 5항은 착륙대의 끝에서부터 240m 이내 지역에 관한 설명이다. 즉, 활주로 끝에서 총 300m 거리 안에 있는 항행시설은 “부러지기 쉽고 가능한 한 낮게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264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약 2m 높이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세워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규정 위반인 셈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콘크리트 둔덕에 설치된 로컬라이저가 규정상 제대로 설치되었느냐를 두고 입장을 번복하는 등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맞게 지어졌다”고 해명했다.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공항 안전 운영 기준 제42조’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 등에는 “로컬라이저는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 등의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종단 안전 구역 내에 로컬라이저가 있을 때만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게 정부 측 해명이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종단 안전 구역에서 5m 벗어난 곳에 있으니 해당 규정을 적용받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 국토부는 오락가락 해명
그러나 국토부는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곳도 종단 안전 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세부 지침이 공개되면서 “규정상 해석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에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까지 종단 안전 구역이 연장돼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까지’라는 표현이 로컬라이저를 포함한다(Including)는 뜻인지, 로컬라이저 ‘앞 단까지(up to)’를 의미하는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무안공항과 유사한 콘크리트 둔덕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대로 파악한 것이 맞냐는 질의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다시 보완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존 항공 규정에 대한 사실 확인 없이 오락가락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기회에 공항 시설물 및 안전 관련 규정을 대폭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공항 건설업체 관계자는 “국내 항공 관련 규정은 미국과 일본법 등을 해석한 것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문구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며 “공항과 시설 설치 관련 지침도 이곳저곳에 있다. 이번 기회에 항공 관련 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습 드러낸 사고기 엔진 작업자들이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의 콘크리트 둔덕에 파묻혀 있던 사고 여객기 엔진을 끄집어내고 있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고장이 꼽히고 있다. 무안=뉴시스 |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무안=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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