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유족 아니지?” 구멍 난 가슴 후벼파는 가짜뉴스

무안/조홍복 기자 2025. 1. 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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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당하는 무안공항 참사 유족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 국제공항 대합실.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흐느껴 울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유족을 모욕하는 사례가 늘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일 “유가족들과 선의의 관계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행동은 절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가짜 뉴스’나 근거 없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사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유족을 모욕하는 글을 올린 4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안공항 유가족들만 횡재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유족을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글에는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는 싱글벙글할 듯’ 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또 다른 커뮤니티에 ‘돈 많이 받겠네, 완전 신나겠네’라는 글을 게시해 유족을 모욕한 혐의를 받았다. 나머지 2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놀러 갔던 사람들 왜 추모하느냐’ ‘기장이 영웅놀이 하다 사고가 났다’는 글을 각각 올려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경찰은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유족을 모욕하는 게시글, 댓글 등 총 125건을 삭제, 차단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나 유족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글에 대해 관용 없이 적극 처벌하겠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을 돕는 정종명 변호사(제주항공 참사 법률지원단 왜곡대응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무안’이나 ‘항공 사고’ 등을 검색하면 입에 담기도 어려운 지역 비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며 “가장 놀랐던 것은 ‘또 시체 팔이 하려고 하느냐’는 글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솔직히 민주당 표 179명 뒤져서 꼬시면 개추(추천)’ ‘백 몇 명 죽었다고 전국적으로 애도를 왜 하느냐’ ‘가족을 한화갑 김대중 이재명한테 바쳤다 생각해라’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번 참사는 좌파 문화 때문”이라며 “영적으로 보면 돌아가신 분들께 죄송한 얘기지만 이게 전부 세상 권세를 잡은 사탄 때문이다.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고 했다.

유족 대표인 박한신(54)씨를 겨냥해 ‘가짜 유가족이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라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글이 온라인에 퍼지기도 했다. 이에 박씨의 딸이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제발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몇몇 분들이 말하는 ‘가짜 유가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참사로) 동생을 잃으신 아버지에게 ‘사기꾼’이라는 단어가 붙을 때, 너무 가슴이 아프고 저희 아버지가 잘못된 선택을 하실까 봐 너무나 무섭고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사고기 탑승객 명단을 올리고는 명단에 있는 박씨가 자신의 작은아버지라고 공개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유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가짜 뉴스를 중단하라”며 “박 대표는 정치적 당적이 없는 분으로 이번 사고로 친동생을 잃은 유가족 대표”라고 했다.

일부 극단적인 유튜버는 무안공항에서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유족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유튜버는 무안공항을 방문한 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경제부총리가 왜 왔느냐. 행정안전부 장관을 데려오라”고 외쳤다. 이어 “민주당이 행안부 장관을 탄핵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경제부총리가 왔다”고도 했다. 유족들이 “누구냐” “어이가 없다”고 항의하자 그는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국토교통부가 유족을 위해 마련한 구조 상황 브리핑장에도 유튜버 10여 명이 몰렸다. 한 유족은 현장을 중계하는 유튜버들을 향해 “우리 갖고 돈벌이하니 좋으냐”고 외치며 울먹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기 기장을 여성으로 단정 짓고 ‘여기장은 걸러야 한다. 공간 인지 능력부터 사고 대응 능력까지 현저히 떨어진다’고 쓴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무안공항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48)씨는 지난달 29일 사고 당시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음모론과 억측에 시달렸다.

이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사고기가 ‘동체 착륙’을 하다가 활주로 너머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여러 매체가 사고 상황을 보도하며 이 영상을 활용했다. 이에 온라인에는 ‘사고가 날 것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억측이 퍼졌다. 이씨는 “비행기가 평소와 달리 너무 낮게 선회해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며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영상을 촬영한 대가로 얼마를 받았느냐’고 묻는데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악성 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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