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관저는 ‘현대판 소도’인가
서울서부지법은 체포영장 외에 피의자 윤석열을 찾기 위한 수색영장‘도’ 발부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에 대한 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110조). 윤석열이 사는 서울 한남동 관저는 2022년 8월31일 0시를 기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기도 해서 한남동 관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공무상 비밀에 관한 제111조가 압수 거부 가능성만 규정한 것과 달리 제110조는 수색 거부 가능성도 규정한다. 물건을 압수하기 위한 수색이든,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한 수색이든 군사상 비밀 보호 필요성은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윤석열 체포가 군사상 비밀 보호와 무관하다는 건 명백하니 그것만으로도 제110조의 거부 요건은 충족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전에 제110조가 ‘피의자’ 수색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조항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경호처가 증거물 등에 대한 압수 및 수색을 거부한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이다.
통상 압수·수색은 증거물 등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체포 및 구속할 피의자를 찾기 위한 수색영장은 ‘피의자 수색’을 위한 영장이다. 제138조(준용규정)는 긴급한 경우 제137조(구속영장 집행과 수색)에 따라 수색영장 없이 구속영장만 발부받아 피고인을 수색할 때 준용될 압수·수색에 관한 조항을 열거한다. “물건의 발견을 목적의 수색과 사람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의 수색에 차이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후자의 수색에 필요한 규정만 준용하는 것이다(편집 대표: 노태악, 〈주석 형사소송법〉 제6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22.의 제137조 관련 해설 참조).”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138조는 구속을 위한 피고인의 수색에 물건의 압수·수색에 관한 여러 조항들을 준용하면서도 제110조, 제111조는 준용하지 않는다. 사람을 찾기 위한 수색이어서 군사상,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물건을 압수·수색하는 경우와 달리 거부권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수색영장 없는 구속영장만에 기한 피의자 수색에 제110조가 준용되지 않는다면 수색영장이 발부되어 수색의 정당성이 더 높은 경우에도 준용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에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수색에 관한 위 조항들은 기소 전의 ‘피의자’ 수색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형사소송법 제219조가 법원의 압수 수색에 관한 조항들 중 수사 과정에서 검사, 사법경찰관의 압수 수색에 준용될 조항을 열거하면서 물건의 압수 수색과 피의자 수색을 구별하지 않고 있어, 피의자 수색도 피고인 수색에 준하여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포영장에 명시된 ‘제110조, 제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문구는 타당하다. 이 문구는 군사상 비밀과 관련하여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인지를 판단한 것이라기보다는, 피의자를 찾는 수색에는 (물건에 대한 압수 수색에 관한) 제110조, 제111조가 아예 적용되지 않음을 주의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에 이미 책임자의 불승낙의 의사가 명백해진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법원실무제요, 형사[Ⅰ], 법원행정처(2014), 585, 앞의 〈주석 형사소송법〉 제6판 제110조 서술 각 11번에서 재인용)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군사상 기밀 유출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심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들에 찬성하는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따를 경우 제110조가 피의자 수색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체포영장 발부 요건 충족에 꼭 필요한 판단이 된다. 윤석열 측이 의견서를 내 체포영장 발부 불가 취지로 극렬히 다투었기 때문에 책임자의 불승낙 의사가 명백하다고 볼 여지가 컸다. 통상 체포영장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음에도 위와 같이 ‘제110조, 제111조 적용 예외’임을 밝혀둔 것은, 영장담당 판사가 30여 시간 동안 위와 같은 치밀한 법리 논증을 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반드시 기재해야만 했던 영장 발부의 이유일 뿐이지, 판사의 권한 남용이 전혀 아니다.
이번 서부지법 수색영장에 피의자를 위한 수색의 경우 군사상,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한 (물건의) 수색 거부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가 적용되지 않음을 명기한 것은 영장발부 요건 충족 여부 판단에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장래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 군사상 기밀과 관련하여 군사법원법 제150조에도 위 제110조와 같은 조항이 있다. 윤석열이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근거로 체포·구속을 위한 피의자 수색을 거부할 수 있다면, 군대 시설 내의 모든 피의자 수색 또한 군부대의 장이 거부할 수 있다. 앞으로 추가로 내란죄 공범의 체포·구속을 위한 수색이 필요해도 모두 거부할 수 있다. 군인이든, 민간이든 도망가면 군부대의 거부만으로 체포·구속을 면할 수도 있는 ‘현대판 소도’가 군부대의 군사시설 곳곳에 생기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부당함은 당연하다. 과거 군부대에서의 체포, 구속영장의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실무상 항상 군부대의 장이 군사법원법 제150조에 근거한 승낙을 해왔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조항을 오독하여 아전인수 격으로 남용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10조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의 구 형사소송법(=의용형사소송법) 제147조에서 유래했는데, 군국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위 조항은 2차 대전 후 일본에서조차 삭제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장응혁, “압수수색과 그 한계로서의 비밀-특별검사의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를 소재로”, 170쪽).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윤석열이 자신을 찾기 위한 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할 법적 근거는 없다. 윤석열은 경호처 직원들을 공무집행 방해(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위험한 물건 휴대 시) 특수공무집행방해죄(형을 1/2까지 가중) 혹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3년 이상)‧치사(무기 또는 5년 이상)의 현행범이 될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전 판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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