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규탄' 충돌 아수라장된 한남동…일부 지지자 강제해산 [르포]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도로를 점거한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을 경찰이 강제해산했다. 이곳은 집회 장소로 신고하지 않은 곳이었다.
대통령 관저 진입로 근처에선 보수단체 회원과 유튜버들이 경찰 저지선을 넘어 검문소 앞까지 접근했다. 검문소를 지나면 대통령 관저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나온다.
경찰은 이날 오전 검문소에서 약 30m 이상 거리를 두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취재진과 유튜버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지지자와 유튜버들은 경찰 저지선을 넘어 검문소 접근을 시도했다. 이들은 서로 "국회에 총 들고 오는 게 정상이냐"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 "자식한테 안 부끄럽냐" 등을 외치고 욕설을 하며 몸싸움도 벌였다.
보수단체 회원과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이 섞여 고성이 오갔다. 저지선을 한 차례 물린 경찰은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대통령 관저 진입로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면서 불법으로 검문소 앞 도로를 점유하고 있다며 해산하고 신고된 집회 장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곳에 있던 취재진에게도 "안전하게 인도로 이동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 요구에 취재진 다수가 이동했지만 현장엔 보수단체 회원과 유튜버, 지지자들이 남아 검문소 근처 도로에서 서로 팔짱을 낀 채 드러눕고 경찰의 해산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에게 5차례에 걸쳐 해산을 명령했다. 용산서 경비과장은 방송을 통해 "여러분을 여러 차례 해산 명령에도 불법 행위를 계속해서 더 이상 질서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용산경찰서장 권한을 위임받아 해산 명령을 드린다"고 했다.
경찰은 5차 해산 명령 후 오후 4시37분 강제해산에 돌입해 약 15분만에 30여명의 유튜버와 시민을 검문소 앞에서 이동시켰다. 이들 중 일부는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에 참여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 이하상 변호사는 "강제해산은 불법"이라며 "불법 체포 중단하라"고 했다.
대통령 관저 진입로에서 한남대로를 따라 약 200m 떨어진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대통령지지자들이 모였다. 국제루터교회 앞 한남대로에서부터 북한남삼거리보도육교까지 자리를 차지한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한때 6000명을 넘어섰다.
사회를 맡은 한 남성 유튜버는 연단에 올라 "오늘은 여기서 컵라면 먹고 버티자"며 "한남동 일대를 태극기 물결로 채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적어도 100만명이 모이면 공수처가 아니라 공수처 할아버지가 와도 못 뚫고 들어 온다"고 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등 집회 참석자들은 연단에 올라 대통령 지지를 촉구했다. 지지자들은 '탄핵무표' 등 구호를 외쳤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영 판사를 처단하자"며 "어떻게 감히 한 나라의 지도자를,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체포한단 말이냐"고 했다.
한남동 관저 근처 곳곳에서 대통령 체포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보수단체 회원들과 대치했다. 양쪽에선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한 유튜버는 대치 상황에서 생중계를 통해 "과천 공수처에서 차가 출발했다"며 "우리가 모여서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지금 한남대교가 통제됐다는 속보가 떴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한남대교 통제는 없었다.
이날 오후 4시쯤엔 '내란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남성시민이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남성은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구급대원이 남성을 후송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송정현 기자 junghyun7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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