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인가 포식자인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두 얼굴 [추적+]
MBK파트너스 구설 1편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참여
MBK 둘러싼 논란 끊이지 않아
중국 매각설 등 이유도 다양해
구설 수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해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투자기업의 중국 매각설, 비밀유지계약 위반설, 외국계 투자설 등 이유도 다양하다. MBK파트너스는 기자회견·보도자료 등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투자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Buy-Out) 전략이 구설에 오른 게 한두번이 아니라서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뛰어든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더스쿠프가 시장에서 일고 있는 MBK파트너스 구설을 두편에 걸쳐 분석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24년 9월 13일.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지분 14.61%(302만4481주)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1949년 이후 75년간 이어진 영풍과 고려아연의 동맹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영풍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전문업체다.
이후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쩐錢의 전쟁'으로 비화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9월 26일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75만원으로 올리자, 고려아연은 10월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틀 뒤인 10월 4일 영풍과 MBK파트너스도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상향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불법적인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항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 바로잡기 위해 한차례 더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을 변경했다"며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여 최대주주인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9만원으로 상향했다(10월 11일).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분 구조는 영풍이 우위를 점했다. 영풍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기존 33.1%였던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렸다. 고려아연도 공개매수를 발판으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기존 15.35%에서 17.50%로 늘렸지만 영풍엔 여전히 뒤처져 있다. 우호지분을 모두 합해도 34~35% 수준에 불과해서다.
쩐의 전쟁으로 비화한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2025년 1월 23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이사 수 19명 상한, 액면분할 등을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맞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하는 걸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2024년 12월 30일 법원에 제기했다.
[※참고: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각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이나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다.]
■논란➊ 중국 매각 우려 = 문제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게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설이었다.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 9월 시장에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중국에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MBK파트너스는 즉각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거나 단기에 매각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뒷말은 여전히 무성하다. MBK파트너스가 2016년 인수한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매각 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를 선정해 매각 작업에 나섰고, 중국의 기계업체도 두산공작기계의 인수를 원했다"면서도 "MBK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사전 협의에 따라 중국 기업과는 구체적인 매각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두산공작기계는 국내 기업인 DN오토모티브에 매각했다"며 "두산공작기계 매각 협의에는 DN오토모티브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2개사도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매각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건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후 되팔아 돈을 버는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구사하는 MBK파트너스가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는 불신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논란➋ 비밀계약 위반 논란 = 지난 12월 초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과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터졌다. 발단은 이렇다. 2022년 5월 MBK파트너스는 투자를 검토하면서 고려아연으로부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2차전지 소재·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관련 자료를 받은 후 NDA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의 자료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게 NDA의 주요 골자다. NDA 종료 기간은 올해 5월까지였다.
시장이 의혹을 제기하는 건 고려아연과의 NDA 종료 시점과 MBK파트너스가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시점이 3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이다. MBK파트너가 고려아연으로 전달받은 '내부자료'를 이용해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월 15일 금융감독원에 MBK파트너스가 NDA를 위반했는지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논란에도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2월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과 체결한 NDA 기한은 올해 5월에 끝났다"며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참여한 것은 그 이후로 관련성이 없는 일을 왜 자꾸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논란➌ 외국계 자본 논란 = MBK파트너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MBK파트너스의 '외국인 투자 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을 포함해 부재훈 부회장, 민병석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의 국적이 모두 미국이어서다.
시장에선 '외국인이 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모든 단체를 외국인으로 본다'란 미국의 연방규정집까지 꺼내들면서 MBK파트너스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를 돕고 있는 영풍이 승리하면 외국계 회사에 고려아연이 넘어갈 수 있다는 거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지난 9월 영풍은 경영권 분쟁에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이면서 고려아연의 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MBK파트너스는 12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에 투자하고 있는 'MBK 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는 윤종하 부회장(24.7%)과 김광일 부회장(24.7%)이 5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법인"이라며 "MBK를 설립한 김병주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인 해외 투자자의 지분은 각각 17.0%, 16.2%에 불과한 데다 FI는 의결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항변에도 MBK파트너스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MBK도 '돈이 되는 뭐든지 하는' 사모펀드여서다. MBK파트너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다. 실제로 MBK파트너스가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 남긴 흔적을 보면, 그들이 왜 위험한지를 쉽게 엿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MBK파트너스 구설 두번째 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