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날 "해고야" 직원 자른 티맥스…'슈퍼앱' 올인 독 됐다

김성진 기자 2025. 1. 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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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티맥스에이아이, 직원들에 해고 통보
그룹 전반 휘청…수개월째 임금체불, 상시 권고사직
슈퍼앱 올인, 실패로…자본잠식 빠져
티맥스A&C 구조조정 경과/그래픽=윤선정

누구나 앱을 만드는 세상을 목표로 '슈퍼앱'을 개발하던 토종 IT기업 티맥스ANC가 극심한 자금난 끝에 직원 해고를 시작했다. 자회사 한곳이 새해를 단 하루 앞두고 직원들에 해고를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수개월의 임금체불에도 업무를 놓지 않던 직원들은 "어떠한 존중도 없는 처사"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다른 자회사들도 자금사정이 열악한 처지라 뒤따라 직원 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맥스ANC의 자회사 티맥스에이아이는 지난달 31일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려면 투자를 유치하거나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데 현재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거래처로의 대금 결제나 법정 보험료 납부도 어렵다", "임직원이 근무할 사무실조차 임대할 수 없다"며 개발·영업 외의 조직 직원들에 해고를 통보했다.

티맥스ANC는 슈퍼앱 개발을 총괄하는 회사다. 티맥스에이아이를 비롯한 13개 자회사는 각자 슈퍼앱의 구성요소를 분담해 개발해왔다. 슈퍼앱은 전문 코딩지식이 없어도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IT산업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이 '미래사업'으로 선정해 2015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총 투자금은 약 1조1000억원이었다.

박 회장은 그룹 관계사를 처분하면서까지 자금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미래사업에 올인한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10여년의 개발 끝에 슈퍼앱 '가이아'는 지난해 7월 출시됐다. 하지만 목표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티맥스ANC는 즉각 자금난에 빠졌고 현재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약 1600억원 많아 자본잠식 상태다.

티맥스ANC는 슈퍼앱 외에 마땅한 수익사업이 없다. 슈퍼앱 출시 당시에 전체 임직원이 1200여명이었지만 직전 2023년의 연결매출은 38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535억원이었다. 슈퍼앱을 개발하는 동안에는 외부 자금수혈에 의지해야 했고 그룹 전체의 재정건전성을 떨어뜨렸다.

무리한 투자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슈퍼앱 개발 전까지 티맥스ANC는 고액 성과급 등을 지불하며 직원을 빠르게 늘려왔다. 그 결과 2023년에만 당해 매출의 4배인 168억원을 인건비로 지출했다. 가이아가 실패하자 당장의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임직원 급여를 주지 못했다. 임금체불은 지난달까지 4개월째 이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11월부터는 상시 권고사직을 받았다. 직원은 지난달 초 기준 400여명으로 줄었고 티맥스에이아이는 해고통보까지 나선 것이다. 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추가 투자유치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티맥스ANC 내부에서는 티맥스에이아이의 해고통보가 시작일뿐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달 말 티맥스ANC는 사내망에 "비효율 조직과 인력을 효율화한다"며 조직개편안을 공유했다. 2025년부로 13개 자회사를 4개로 통폐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공지글 속 '개편 후 임직원 명단'에 티맥스에이아이를 비롯해 직원 150여명 이름이 누락돼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최근 티맥스에이아이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 직원들은 나머지 누락자도 해고통보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방만한 경영으로 자금난 자초"
일부 직원은 방만한 경영이 자금난을 악화해왔다고 주장한다. 티맥스ANC는 직원들 임금을 체불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에도 신규 채용을 했다.

티맥스 그룹이 비윤리적 경영을 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티맥스ANC와 자회사들의 박삼연, 박용연, 박명애 대표는 박대연 회장의 동생들이다. 박 회장은 티맥스ANC 지분의 79%를 보유해 사실상 개인회사로 뒀음에도 CEO(최고경영책임자)가 아닌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다.

한 직원은 "다른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제기, 형사고발 등을 할 때 책임자를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들었다"며 "향후 임금체불 등의 법적절차에서 책임을 적절히 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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